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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골

앞산 달비골 또 불어 닥친 강풍을 보면서 눈발이 그치나 싶더니 종일 강풍이 불어 상수리나무 위는 놀이기구 마냥 신나게 흔들리더군요. 컴퓨터모니터 위에 얹어 놓은 게 떨어질 정도니 얼마나 흔들렸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빠트리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몸을 관리 했는데 너무 흔들려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마치 달비골을 향해 닥쳐 태풍을 예고하듯 사정없이 불어 닥쳤습니다. 책을 좀 보려 해도 요동을 치니 그냥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어 미련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천막 모서리에 습기가 맺히는 걸 막기 위해 깔아 놓았던 수건이 축축해 말리려고 줄에 걸어 놓았는데 어찌나 바람이 센지 한쪽이 빠져 뭐처럼 휘날렸습니다. 평소 느끼던 바람과 골 초입에 상수리나무 위에서 느끼는 정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더군요. 몇일 전 불었던 바람.. 더보기
앞산 상수리나무 위에서 ‘같이 가면 더 멀리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란 노래와 ‘사노라면’이란 노래는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부를 때 마다 가슴에 와 닿는 노랫말이 심금을 울리기도 하죠. 청년시절 장래를 약속했던 사람과의 추억이(?) 있어서인지 모르나 즐겨 부릅니다. 교회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다 입 함부로 놀리는 꼰대들로부터 싫은 소리도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란 구절은 나이든 지금도 감동적으로 와 닿아 가끔 코끝이 시큰 거리기도 합니다. 함께 가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한 생존의 본능이기도 하죠. 제 친구 중 사람이 너무 좋아 싫다는 사람이 없는 천하호인이 있습니다. 고 2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니 30년이 훌쩍 넘어 버렸네요. 그 친구.. 더보기
눈발이 날리는 앞산 달비골 두 죽음을 보면서 오후부터 비가 온다기에 아침 먹고 나서 연장을 챙겨 안전점검을 했습니다. 철사가 늘어지지는 않았는지 비계파이프를 연결한 클립은 괜찮은지 하나하나 확인을 했습니다. 수시로 점검을 해서 그런지 별 이상은 없더군요. 산골이라 어떤 기상이변이 있을지 몰라 기상청홈페이지에 접속해 몇 차례 일기예보도 확인했습니다. 오후 되니 눈발이 조금 날리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이러다 눈보라 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도 조용히 눈만 내리는 바람도 없는 잔잔한 날씨였습니다. 쌓이면 미끄러질지 몰라 몇 번 쓸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도심에는 비가 내릴 텐데 계절의 변화가 선명한 달비골에 와 있으니 눈 구경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골짜기 날씨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천막을 고정시킨 부위를.. 더보기
앞산을 지키는 싸움을 도와준 고마운 분들에게 어제까지 차갑던 바람이 조금 풀린 것 같습니다. 오늘이 겨우내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이군요. 내일이면 제가 나무 위에서 보낸 지 50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렇게 오래 농성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생명을 지키고 대구의 심장부를 지키는 ‘선한 싸움’에 함께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영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할 줄 알았더라면 아예 도망가고 말았을 겁니다. ‘사람 한 치 앞을 모른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르면서 살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일이 닥칠 수도 있고, ‘의무감이던 즐거움이던 십자가를 지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귀한 성찰과 수행의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제 몸이 엄동설한의 칼바람에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10여 년 가까이 치료.. 더보기
우수에 앞산달비골에서 전하는 소식 초봄처럼 따뜻하다가 기온이 조금 떨어지니 더 춥네요. 거기에다 강풍까지 몰아치니 달비골 초입에 상수리나무 위에 자리 잡은 앞산꼭지들의 작은 성인 농성장은 놀이기구 타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아무리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이지만 아직은 겨울 기운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후는 ‘미친 × 널뛰기’ 하듯 뒤죽박죽입니다. 얼마 전 호주에서서는 산불에다 홍수까지 겹치는 큰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에 몇 년 가 있었던 분의 말에 의하면 남극의 빙하가 급격히 녹아 해수면 상승이 눈에 뜨일 정도로 심하다고 합니다. 앞산을 파헤치면 분지라 가뜩이나 더운 대구의 여름 날씨는 어떻게 될지 상상.. 더보기
앞산꼭지들의 쉰다섯 번째 일촌계 이번 일촌계는 극단 ‘함께 사는 세상’에서 아이들과 같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연극교실’을 하는데 용두골에 아이들과 직접 가서 연극의 소재도 찾는 등 늘 우리 앞산꼭지들과 같이 대구의 어머니 산인 앞산을 지키는 일에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살림살이가 빠듯한 극단에서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앞산꼭지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고 귀하죠. 그런데 갑자기 아기를 엎는 보자기를 뒤집어 쓴 꼭지가 보이네요. 저는 ‘비혼’을 강력히 고수하는 줄 알았는데 ‘국수 먹도록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 옆에는 우리들의 든든한 일꾼인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꼭지 한 분이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토.. 더보기
앞산꼭지들의 이어지는 일촌계 상수리나무 위에 작은 집을 지고 ‘나무 위 농성’을 한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그 똑똑하고 머리 잘 돌아가는 인간들은 계산기 두드리기 바빠 다 빠져 나가버렸지만 셈에 어둡고 우직한 사람들이 남아서 지키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역사는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들 보다 미련할 정도로 성실하고 우직한 사람들에 의해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투쟁의 현장’에 발 담그고 있으면서 직접 보고 몸으로 깨달은 것이라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합니다. 어제는 극단 ‘함께 사는 세상’에서 연극교실을 하는 아이들과 용두골에 앞산꼭지들이 발견한 유적지를 구경하고 같이 일촌계에 참석했습니다. 그냥 당장의 흥행에만 몰입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연극교실’을 하는 것은 살림살이 빠듯한 지역의 극단.. 더보기
‘앞산터널 꼭 막아라’는 친구의 반가운 쪽지 “어릴 적 놀던 우리들의 옛 추억이 깃든 곳이다. 막아라! 막아! 친구가 자랑스럽다. 꼭 이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접속해 보니 몇 일 전 통화한 몇 년째 산재 사고로 투병 중인 친구가 보내온 쪽지입니다. 아직도 재활 치료 중이라 몸도 성하지 않아 겨우 독수리 타법으로 친 벗의 정성이 깃든 것이라 더 반갑고 고맙기 그지없더군요. 제가 상수리나무 위에서 보낸 지 45일째 인데 지금까지 받은 누리편지나 쪽지 중 가장 반가운 소식입니다. ‘장애를 갖고 살아갈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불안해하며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때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면 장애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면서 “교통사고로 3년을 병상에서 보내 걷는 걸 잊어버린 사람이 3개월 만에 일어서서 혼자 걷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봤.. 더보기
세찬 비바람이 부는 앞산 달비골에서 전하는 봄소식 어제 오후부터 바람이 제법 불기 시작하더니 점점 세게 부네요. 비 온다는 소식을 듣기 했지만 비바람이 불면 상수리나무 위에서는 꼼짝없이 ‘방콕’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밤이 되니 바람이 더 세게 불더니 ‘나무 위 작은 성’이 송두리째 흔들려 앉아서 책을 볼 수가 없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겨울바람이 아닌 봄바람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 봄기운이 완연한 것 같습니다. 비가 그치면 조금 추워진다는 게 어느 정도의 꽃샘추위가 닥칠지 모르겠습니다.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세찬 바람 소리에 뭔가 날아간 것 같아 놀라 열어 보았더니 다행히 천막을 덮고 있는 방수천은 견고히 자리 잡고 있더군요. 혹시 어떻게 될지 몰라 고정시켜 놓은 모서리를 점검하고 확인했습니다. 바람이 더 세게 불어 천.. 더보기
앞산 달비골의 봄소식을 투병 중인 친구에게 전하면서 오랜만에 산재 사고로 오래도록 투병 중인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4년 전 직장에서 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 뇌혈관 수술을 받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중풍이 온 거죠. 평소 운동도 많이 하고 몸 관리를 잘 한 친구인데 집중된 스트레스로 인해 견디지 못한 몸의 가장 약한 부위인 뇌혈관이 터져버린 거죠. 수술 후 경대병원으로 병문안 갔을 때 말이 영 어눌해 ‘저러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사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 “더 이상 할 게 없으니 작은 병원으로 옮겨서 재활 치료하라”는 주치의사의 말에 따라 양한방 협진 진료를 하는 병원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전문적인 재활의학과 의사가 없어 ‘재활전문 병원’으로 옮기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재활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