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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골

앞산 달비골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 해린아, 오늘은 날씨가 따뜻하고 참 좋구나. 오늘은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인데 애비가 있는 달비골은 마치 초봄같이 포근하고 이름 모를 새 소리가 종일 들린단다. 몇 일 전만 해도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뿐이었는데 반갑게도 새가 와서 지저귀기 시작했어. 이제 북풍한설 몰아치던 엄동설한의 추위도 모퉁이를 돌아 달아날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 겨우내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고 어딘가에서 잠자던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우수ㆍ경칩도 머지않았으니 지금까지 몰아쳤던 앞산의 겨울은 달비골의 봄소식에 밀려가지 않을 재간이 없지. 아무리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한다 할지라도 겨울은 곧 사라지고 마는 게 자연의 이치요 섭리임을 믿는다. 요즘은 고종 동생 하은이와 안 다투고 잘 지내고 있니? 어릴 때 네가 언니임에도 불구하고 맞고 울.. 더보기
앞산 달비골에서 입춘에 전하는 소식 엊그제가 동지였던 것 같은데 벌써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이 되었군요. 2주 후면 겨우 내 꽁꽁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입니다. 앞산을 뒤덮고 있는 겨울 세력에게 달비골의 봄이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둠과 겨울 세력이 거창하게 포장하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달비골의 뭇 생명들을 죽이려 합니다. 말도 안 되는 경제 논리도 들먹이고, 가진 자의 배만 잔뜩 채워 치료가 불가능한 고도비만증을 더욱 악화시켜 자살의 길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려하지 않습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적절한 몸을 유지하고 소통 가능한 신경전달망을 갖고 있어야 건강하게 잘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전문성을 들먹이지 않아도 아는 상식임에도 탐욕은 그 끝을 모른.. 더보기
앞산 달비골에서 2월 첫째 화요일에 보내는 편지 이제 하루하루 새 소리가 잦아들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봄의 문턱인 입춘이라 그런지 계절의 변화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생명의 존귀함과 신비로움을 느낀다는 게 이런 것인가 고백해 봅니다. 어제는 앞산꼭지들의 부지런한 일꾼인 하외숙 꼭지가 맛 있는 호박죽을 갖고 오셔서 잘 먹었습니다. 없어서 못 먹지 가리는 것 없는 제게 ‘호박죽 좋아 하느냐’고 물으시니 따뜻한 정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요. 농성장에 오시면 늘 뭔가를 치우면서 깨끗하게 정리정돈 하는 모습은, 넉넉하고 푸근함 만큼이나 부지런해 젊은이들의 귀감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찬바람 때문에 낮에도 천막을 닫고 전열기를 돌려야 할 때가 엊그제였는데 달비골의 봄소식은 앞산을 향해 달려오는 거대한 겨울 세력에게 준엄한 경.. 더보기
앞산 달비골에서 전하는 서혜경의 아름다운 피아노 이야기 “화분에 피어나는 꽃과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보면서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축복인지를 알았지요. 개인적으로는 역시 피아노와 가족,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위의 말은 ‘하늘이 내린 피아온 연주자’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서혜경 씨가 기자와 나눈 대담 중 일부입니다. 오랜 기간 해외 연주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지금은 귀국해 경희대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오늘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기가 크고 자란 곳을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서혜경 씨는 2006년 10월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오른쪽 가슴에 생긴 암세포가 겨드랑이 림프샘까지 번져 ‘어깨 근육과 신경까지 절제해야 한다’는 청천 벽력같은 말을 의사로부터 들었다고 합니다. 오른손을 쓰.. 더보기
앞산 달비골에서 열린 앞산꼭지들의 쉰 세 번째 일촌계 오늘이 ‘나무 위 농성’을 시작한지 50일 째 되는 날, 앞산꼭지들의 쉰 세 번째 일촌계가 열렸습니다. 그 동안 반가운 얼굴들이 다녀가기도 하고 많이 오셨습니다. 많은 관심을 갖고 수시로 달비골로 발걸음을 옮기는 인혁재단에 상근하는 박근식 꼭지와, ‘나무 위 농성’ 처음을 연 오규섭 목사님은 교인이 농성 중이라고 현장심방을 겸해 오셨습니다. 무선메가폰도 인혁재단에 빌려줘 우리 앞산꼭지들의 행사와 등산객들이 많은 주말 장사에(?)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찍힌 분들에게 출연료를 못 드려 죄송하고(?) 필요한 분은 가져가시라고 원본 그대로 올립니다. 앞산꼭지 중 가장 튼튼한 ‘아름다운 청년’ 조인재 꼭지가 찍고 사진기는 제가 제공했습니다. ^^ 제일 아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 더보기
앞산 달비골에서 2월의 첫날 보내는 편지 어제는 제가 상수리나무 위로 올라온 지 31일째로 한 달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올라오게 되었는데 한 달이 되는 동안 ‘나무 위 농성’이 차차 적응해가는 것 같습니다. 인천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150일 동안 나무 위에서 살았다는 걸 ‘기적’으로만 알았는데 제가 적응하는 걸 보니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자동차 소음만 없으면 도 닦기 딱 좋아 내려가기 싫어할지 않을까 되레 걱정이네요. 날씨가 제법 따뜻해 진 걸 보니 봄이 가까워 옴을 느낍니다. 날씨 탓인지 다소 긴장이 풀려 감기가 오지는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추우면 긴장해 조심을 하지만 느슨해지니 세균은 그 틈을 노리는 것이지요. 생명 하나하나의 소중함과 존귀함을 느끼는 이 골 달빛고운 마을 달비골, 시립기도원을 제공해 준 김범.. 더보기
앞산터널, 그것이 알고 싶다. 앞산터널 반대싸움 경과 (2009년 2월 현재) · 1987 도시계획시설(4차 순환도로) 결정 · 2003 민간사업자 최초 민간투자사업 제안서 제출 · 2004 대구시, 대구남부순환도로(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2005년 · 대구시,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 시작 · 시민단체, 앞산관통도로 민간 환경 조사 실시 · 상인대곡ㆍ파동 주민들의 건설반대 집회, 촛불집회, 가두시위 · ‘앞산터널 반대 범시민투쟁본부’ 출범식 및 투쟁선포 · 앞산 살리기 660인 선언 기자회견 2006년 · 대구시 주최 주민설명회 주민들 반대로 무산(파동, 지산동) · 달비골 1차 천막농성 시작 · 앞산살림을 위한 범종교인 생명평화 촛불문화제 · '앞산터널반대 대구시민 25만 4천배 이어가기' 돌입 · 대구시 교통영향평가심의위.. 더보기
앞산 달비골에서 1월 마지막 날 보내는 편지 어제는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입춘이 얼마 남지 않았긴 하지만 비 온 뒤 기온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수시로 일기예보를 보고 사는 직업이라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 달비골로 입산 한 후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더군요. 몇 일 따뜻해 나무 위로 올라가서 매일 하던 건포마찰을 빼 먹었는데 기상 이변에 대비해 다시 시작했습니다. 먼저 내 몸이 받쳐줘야 무엇이던 할 수 있으니 말이죠. 목요일 밤 저를 찾는다는 전화가 왔다고 해 받았더니 신부로 있는 후배였습니다. 무슨 급한 일이기에 제 전화가 안 되면 누리편지로 해도 될 텐데 밤중에 했을까 의아하더군요. 지난 번 3주간 있다가 내려간 후 후배와 나눈 가슴 아픈 이야기를 누리방(블로그)에 올린 것을 누군가 보고 몇 군데 전화를 했나 봅니다. 제가 힘.. 더보기
앞산 파괴 투자한 대구은행을 마비시키자! 앞산터널 투자와 관련해 매주 수요일 마다 대구은행 본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아주 부드럽게 생명백배를 하면서 독특한 방법으로 시민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매주 빠트리지 않고 끈질기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때를 보여 줄 때가 이미 지난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시민들이 불편하면 욕을 먹는다.’고 걱정을 하지만, 싸움은 불편을 감수하고 다소 욕 얻어먹을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건 경험해 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물류를 멈추는 게 운수노동자들의 유일한 투쟁 전술이고, 방송을 끊어 공영방송을 지키는 방식이 언론노조의 유일무이한 파업 전술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 가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우리가 대구은행을 향해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본점영업부 업무마비 뿐입니다. 최소.. 더보기
앞산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를 찾아온 건설노동자들 어제 낮에는 건설노조기계지부의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방문했습니다. 기계지부라면 타워크레인이나 덤프트럭 같은 장비를 다루는 건설노동자들의 조직을 말합니다. 타워크레인 같은 경우 파업에 들어가면 전 현장을 세워야 할 정도로 건축 현장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28일 앞산꼭지들이 건설노조 총회에 인사하러 간 ‘건설지부’는 현장에서 철근을 가공하고 조립하는 철근공과 거푸집을 조립하고 해체하는 형틀목공, 미장과 타일 등 그야말로 몸으로 노동하는 건설노동자들이죠. 이제 건설노동자들이 단일 노동조합이 되었으니 건설자본은 골치 아프게 되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앞산터널 반대 달비골 농성장을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한 분은 ‘나무 위 농성장’까지 올라오셨습니다. 상수리나무에 의지해 있지만 발을 디딜 때 마다 흔들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