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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꼭지들의 이어지는 일촌계

 

상수리나무 위에 작은 집을 지고 ‘나무 위 농성’을 한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그 똑똑하고 머리 잘 돌아가는 인간들은 계산기 두드리기 바빠 다 빠져 나가버렸지만 셈에 어둡고 우직한 사람들이 남아서 지키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역사는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들 보다 미련할 정도로 성실하고 우직한 사람들에 의해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투쟁의 현장’에 발 담그고 있으면서 직접 보고 몸으로 깨달은 것이라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합니다.



어제는 극단 ‘함께 사는 세상’에서 연극교실을 하는 아이들과 용두골에 앞산꼭지들이 발견한 유적지를 구경하고 같이 일촌계에 참석했습니다. 그냥 당장의 흥행에만 몰입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연극교실’을 하는 것은 살림살이 빠듯한 지역의 극단으로서는 여간 어렵고 공이 많이 드는 게 아니지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보니 힘이 솟아오릅니다. 멀리 가 있다 집으로 와 앞산에 들른 꼭지들도 있고, 의성으로 농사지으러 이사 가는 꼭지들도 있었습니다. ‘농업이 없으면 살 길이 없다’는 것을 평소 주장하고 오랜 기간 준비해 온 끝에 실천에 옮기는 것이긴 하지만 보통 고민이 아니죠.


종일 흐린 날씨에다 예보에도 없던 빗방울까지 날리는 등 변덕을 많이 부리는 것은 봄소식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평소처럼 다시 상수리나무 위로 올라왔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가지도 못하고 바로 달려온 남상기 선생과 교대를 했습니다. 늘 웃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은 사람입니다. 몇 번 자리를 같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 밝은 얼굴은 늘 눈에 선하기만 합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몇 장면 연출도 해 가면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날씨가 풀리니 함께 하는 단체가 점점 늘어날 것 같습니다. 같이 하고 싶어도 겨울에 올라오기란 보통 마음 다잡아먹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지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구시와 태영건설은 머리 아플 일만 남아 있지요. 우리들에게 휴식 공간을 주는 자연을 지키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이 모여 든든하기 그지없습니다. (2009년 2월 16일 ‘나무 위 농성’ 65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