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환경과 생태

세찬 비바람이 부는 앞산 달비골에서 전하는 봄소식

 

어제 오후부터 바람이 제법 불기 시작하더니 점점 세게 부네요. 비 온다는 소식을 듣기 했지만 비바람이 불면 상수리나무 위에서는 꼼짝없이 ‘방콕’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밤이 되니 바람이 더 세게 불더니 ‘나무 위 작은 성’이 송두리째 흔들려 앉아서 책을 볼 수가 없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겨울바람이 아닌 봄바람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 봄기운이 완연한 것 같습니다. 비가 그치면 조금 추워진다는 게 어느 정도의 꽃샘추위가 닥칠지 모르겠습니다.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세찬 바람 소리에 뭔가 날아간 것 같아 놀라 열어 보았더니 다행히 천막을 덮고 있는 방수천은 견고히 자리 잡고 있더군요.



혹시 어떻게 될지 몰라 고정시켜 놓은 모서리를 점검하고 확인했습니다. 바람이 더 세게 불어 천막이 날아가 버리면 도망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으니까 말이죠. 평소 챙겨 놓고 확인 해 높은 보람이 있어 별 탈 없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만약 ‘설마 이런 일’이 싶어 방심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방치했더라면 사고가 났을 텐데 미리 대비한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더 세게 부는지 현수막 연결 부위가 날아가 그냥 휘날리면서 달린 각목이 비계 파이프에 부딪쳐 쿵쿵 소리를 내는 게 한편의 음악처럼 들립니다. 강풍에 현수막 3개가 떨어지고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잘 걸려있던 사진이 날아가는 등 조금의 피해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자연의 위대한 힘 앞에 우리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니란 것을 새삼 느낍니다. 덕분에 자동차 소음이 적게 들려 좋군요. 역시 하나가 안 좋으면 다른 하나는 좋기 마련인가 봅니다.


골짜기 안 보다 골 초입이 바람이 세다는 것을 확연히 느낍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대로 인터넷은 몇 차례 접속을 시도해도 여전히 먹통이라 잠시 접어놓았습니다. 3~4월 이면 바람이 더 세게 자주 불 텐데 걱정이 슬슬 드네요. 초봄의 날씨는 하루 열두 번도 넘게 변한다는 게 산골오지를 다녀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미리 대비하는 게 좋겠다는 직업병이 발동을 합니다. 날이 개이고 바람이 그치면 전면적인 점검을 해야 되겠습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좋은지 새는 날아와 지저귀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며 마치 조롱이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지구에 사는 생물 중 유일하게 집이라는 보호막이 있어야만 살아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봅니다. (2009년 2월 13일 ‘나무 위 농성’ 62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