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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꼭지

앞산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언제 겨울이 갔는지 모르겠는데 벌써 여름이 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극심해져 가는 기상 이변으로 가뭄도 오래가고, 기온도 들쭉날쭉 해 하늘이 노하셨나 하는 걱정을 해 봅니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다소나마 위안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아버지 조카들 중에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니 걱정꺼리가 하나 줄어든 것 같아 자식 된 처지로 다행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부모님께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한 아들이 이 곳 달빛고운 마을 달비골에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푹푹 찌는 도심에 있다가 달비골로 오면 시원하니 생태 보존이 아주 잘 된 자연 휴식처입니다. 이제야 드리는 말씀이지만 지난 겨울 저는 출장이 아닌 이 곳 달비골에서 앞산터널 저지 ‘나무 위 농성’을 했습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엄동.. 더보기
앞산 달비골의 까칠한 인간이 던지는 깐깐한 이야기 ‘가장 완벽한 알리바이’는 정직이라고 들었습니다. 살아가다 실수를 하면 있는 그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정직하게 털어 놓으면 뭐라 할 사람이 없지요. 무엇이던 정직하고 숨김없이 솔직하게 하면 입을 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압니다. 정직과 원칙만큼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비판할 때 원칙을 말하면 됩니다. 원칙에 어긋난 일이 있으면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원칙’과 솔직이라는 말을 아주 우습게 압니다. “원칙이나 정직은 책에는 써놓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소용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습니다. 진보진영이나 먹물 집단이라고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백 여년의 세월 동안 한국 사회가 ‘원칙없는 사회’.. 더보기
앞산의 동무(同舞)는 누구인가? “운서(韻書)에 이르기를 ‘동무(同舞)는 바로 마주 서서 춤을 추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지금 ‘동무(同儛)’라고 하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이 글은 조선후기의 학자 조재삼(趙在三)이 쓴 백과사전 격인 책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나오는 것입니다. 이 ‘동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어떤 일을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북한에서 “혁명을 위하여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로 쓴다고 하여 다까끼 마사오 시절부터 쓰지 못하게 했지요. 말 하나까지 간섭해대었으니 권력 유지에 얼마나 자신이 없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두문불출 골방에 엎드려 한서나 뒤적이는 이가 다 빠진 늙은이는 내 걸음동무다.”라는 이 글은 신경림 시인의 ‘산동네’라.. 더보기
앞산 달비골의 새벽을 파괴하는 예의도 없는 자들 앞산터널 공사가 진행 중인 앞산 달비골에는 인근 주민들에게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고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밀어붙이고 있다. 6월 11일 새벽 5시 20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시간에 25톤 덤프트럭 한 대가 굉음을 울리며 달비골로 들어온다. 달비골에 오는 시민들과 청소년 수련관을 이용하는 분들에게 사고 위험이 있고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방음벽을 설치한 곳이 아닌 수련관 정문 앞으로 쏜살같이 지나간다. 새벽에 소음을 내는 현장 사진을 찍는다고 용감무쌍하게 쌍욕을 퍼부어댄 덤프트럭 기사를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다. 현장에 투입하는 작업자에 대해 소양 교육부터 먼저 시키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이어 덤프트럭이 들어오는데 시공사인 태영건설의 관계자는 물론이려니와 감리원은 코빼기도 보이.. 더보기
앞산꼭지들이 찾아 간 ‘숲속의 섬’ 가창 헐티재를 넘어 청도각북면 비슬산 뒷자락에 있는 아담하고 분위기 좋은 ‘숲속의 섬’으로 앞산꼭지들이 나들이를 했습니다. 비슬산 등산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콘크리트 포장이 된 현풍 유가사 쪽 보다는 청도 각북으로 해서 많이 갑니다. 도로에서 조금만 들어오면 오래된 콘크리트 포장길이 나와 더욱 운치도 있고 걷는 맛이 제법 납니다. 이쪽으로 해서 산행을 한지 벌써 오래된 것 같습니다. 수시로 다니는 곳이라 무심코 지나다니곤 했는데 처음 가는 앞산꼭지들은 ‘생태 보존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역시 앞산 지키는 싸움을 하면서 내공이 쌓인 모습이 확연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숲속에 자리 잡은 운치 있는 곳이라 주말이면 등산객들이 아니라도 손님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젊은이들 보다는 중년층이 더 많이 오는 예.. 더보기
앞산의 파괴된 곳에서 피어나는 끈질긴 생명 시민들의 자연 휴식처를 허락도 없이 가로막고 있는 꼴이 가히 가관입니다. ‘여기가 뉘 땅’인데 출입을 제한한다는 것인지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늘어대고 있습니다. 예전에 토목 건설 현장에 다닐 때는 마구 자라는 풀이 징그럽기만 했습니다. 언제인가부터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이름 모를 들풀이 신비롭기만 하더군요. 앞산의 많은 골 가운데도 생태 보전이 가장 잘 되어 있는 이곳 달비골, 탐욕에 빠진 건설자본과 권력은 대구시민들의 자연 휴식처를 장비를 동원해 마구 파헤치고 있습니다. 24톤 대형 덤프트럭을 동원해 흙을 마구 퍼내고 있는 그 참혹한 곳에서도 생명은 자라나고 있습니다. 원래 자기가 살던 곳이니 누가 건드린다 해도 그냥 죽어지내지 않고 ‘우리도 같이 살자’며 고개를 들고 나옵니다. 보기만 해도.. 더보기
어느 앞산꼭지 모자가 사고 친 달비골 현장? 갑자기 앞산 달비골에서 사고라니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저질렀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일요일 아침 안동을 다녀와 무교회 성서공부모임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달비골로 왔습니다. 오늘 분명히 올 사람이 안 보여 천막에서 열심히 고도리에 몰입해 있는 모 꼭지에게 물어봤더니 ‘안 왔더라’고 하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조금 있었더니 키가 부쩍 큰 아들과 함께 뭔가 만들 걸 준비해 오셨더군요. 손재주라고는 힘 좀 쓰는 것 말고는 천하 꽝인 저로서는 아기자기 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아들은 기타 연습을 하고 어머니는 만들 걸 챙겨 평안 동산 산책길로 올라갔습니다. 두어 시간 지나 내려오면서 ‘만들어 놓은 게 있으니 저녁에 가보라’고 해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새로.. 더보기
앞산꼭지의 5월 마지막 주말 농활 지난 주말도 안동으로 농활을 다녀왔습니다. 갑갑한 도심에서 지내기만 하면 숨이 콱 막히는데 코끝에 바람이라도 쏘이러 갔다 오니 기분 전환도 되고 좋은 것 같아 당분간 계속 주말 농활을 할 예정입니다. 과수 농사를 짓는 분들은 한창 접과를 해야 하는 시기라 그야말로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벌떡 일어나 일을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철입니다. 황병수 씨가 짓는 작물은 주말 밖에 일을 할 수 없으니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야콘과 호박이 주 작물입니다. 야콘즙은 소화 기능을 돋우어 주는데 먹어 보면 다음 날 대변보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겠더군요. 호박을 옮겨 심는데 종일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하니 허리가 아파 혼이 났습니다. 일요일 작은 처남이 결혼을 한다고 정신없이 일을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오.. 더보기
앞산을 가리는 파괴주범 태영건설의 작태를 보라! 달비골에 들어서면 방음벽이 턱 가로 막고 있는 것이 보여 숨이 막힌다고 호소하는 지인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들어왔다 할지라도 볼 수 있도록 아크릴판으로 하면 될 것은 돈 몇 푼 아끼려고 삭막하기 그지없는 철판으로 가린 태영건설의 한심한 작배에 분노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소년수련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동도 하러 오고 우리들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각종 교육을 받으러 오는 곳인데 달비골의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를 보지 못하도록 철판으로 가린 것은 횡포임에 분명합니다. 이렇게 하면 안 그래도 속 상한 시민들의 분노가 더 끌어 오른다는 것을 태영건설 소장은 모르는 것 같군요. 이런 둔한 머리로 무슨 공사 책임자를 하는지 참으로 갑갑합니다. 이렇게 머리 안 돌아가는 사람을 현장대리인으로 .. 더보기
앞산꼭지가 본 생명의 끈질김과 강인함 하루 자살자 37명이나 되는 나라에 우린 살고 있지만 생명은 참으로 끈질기고 강인합니다. 저도 자살을 고민하고 방 안에 상복을 걸어 놓고 지냈던 시절이 있습니다. 아스팔트 바닥을 뚫고 이름 모를 풀은 솟아납니다. 그 풀을 보고 ‘저 두꺼운 것을 뚫고 풀도 사는데 나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제가 출석하는 교회 마당에는 각종 분재와 철 따라 피는 갖가지 화초가 있습니다. 식물의 이름이라곤 거의 모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으니 생명이 가져다주는 기쁨이요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도심의 삭막한 보도블록과 콘크리트 바닥 사이로도 피어하는 풀을 보면서 ‘그래도 우린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다져 먹곤 합니다. 화물운수 노동자인 박종태 님이 자신과 직접 관련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