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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꼭지

앞산 상수리나무 위에서 ‘같이 가면 더 멀리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란 노래와 ‘사노라면’이란 노래는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부를 때 마다 가슴에 와 닿는 노랫말이 심금을 울리기도 하죠. 청년시절 장래를 약속했던 사람과의 추억이(?) 있어서인지 모르나 즐겨 부릅니다. 교회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다 입 함부로 놀리는 꼰대들로부터 싫은 소리도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란 구절은 나이든 지금도 감동적으로 와 닿아 가끔 코끝이 시큰 거리기도 합니다. 함께 가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한 생존의 본능이기도 하죠. 제 친구 중 사람이 너무 좋아 싫다는 사람이 없는 천하호인이 있습니다. 고 2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니 30년이 훌쩍 넘어 버렸네요. 그 친구.. 더보기
눈발이 날리는 앞산 달비골 두 죽음을 보면서 오후부터 비가 온다기에 아침 먹고 나서 연장을 챙겨 안전점검을 했습니다. 철사가 늘어지지는 않았는지 비계파이프를 연결한 클립은 괜찮은지 하나하나 확인을 했습니다. 수시로 점검을 해서 그런지 별 이상은 없더군요. 산골이라 어떤 기상이변이 있을지 몰라 기상청홈페이지에 접속해 몇 차례 일기예보도 확인했습니다. 오후 되니 눈발이 조금 날리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이러다 눈보라 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도 조용히 눈만 내리는 바람도 없는 잔잔한 날씨였습니다. 쌓이면 미끄러질지 몰라 몇 번 쓸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도심에는 비가 내릴 텐데 계절의 변화가 선명한 달비골에 와 있으니 눈 구경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골짜기 날씨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천막을 고정시킨 부위를.. 더보기
앞산 달비골의 새로운 새 소리를 들으면서 몇 일 불던 찬바람이 사라지고 날씨가 풀렸는지 새 소리가 잦아졌습니다. 눈에 뜨일 정도로 많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군요.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라’는 하늘의 뜻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봅니다. 그냥 당연히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으로 알고 고마운 줄 몰랐던 뭇 생명들의 소중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하루하루가 다른 것 같습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이라는 성가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이런 걸 보면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어쩔 수 없는 예수쟁이인 것 같습니다. 날씨가 풀린 만큼 자동차 소음의 강도는 높아지니 하나가 좋으면 다른 하나는 좋지 않다는 게 자연의 섭리임을 인정화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정상 정복’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입산’이라고 합니다. 산이.. 더보기
앞산을 지키는 싸움을 도와준 고마운 분들에게 어제까지 차갑던 바람이 조금 풀린 것 같습니다. 오늘이 겨우내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이군요. 내일이면 제가 나무 위에서 보낸 지 50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렇게 오래 농성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생명을 지키고 대구의 심장부를 지키는 ‘선한 싸움’에 함께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영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할 줄 알았더라면 아예 도망가고 말았을 겁니다. ‘사람 한 치 앞을 모른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르면서 살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일이 닥칠 수도 있고, ‘의무감이던 즐거움이던 십자가를 지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귀한 성찰과 수행의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제 몸이 엄동설한의 칼바람에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10여 년 가까이 치료.. 더보기
우수에 앞산달비골에서 전하는 소식 초봄처럼 따뜻하다가 기온이 조금 떨어지니 더 춥네요. 거기에다 강풍까지 몰아치니 달비골 초입에 상수리나무 위에 자리 잡은 앞산꼭지들의 작은 성인 농성장은 놀이기구 타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아무리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이지만 아직은 겨울 기운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후는 ‘미친 × 널뛰기’ 하듯 뒤죽박죽입니다. 얼마 전 호주에서서는 산불에다 홍수까지 겹치는 큰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에 몇 년 가 있었던 분의 말에 의하면 남극의 빙하가 급격히 녹아 해수면 상승이 눈에 뜨일 정도로 심하다고 합니다. 앞산을 파헤치면 분지라 가뜩이나 더운 대구의 여름 날씨는 어떻게 될지 상상.. 더보기
앞산 상수리나무 위에서 질녀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 동안 잘 지냈니 보라ㆍ정민아? 명절에는 보곤 했던 너희들 얼굴 못 본지 제법 된 것 같구나. 내게는 너희들이 영원한 큰딸들인데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나. 오는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네. 원래계절대로라면 아직 찬바람이 불 때니 그리 원망하거나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말야. 초봄처럼 따뜻해 봄에 긴장이 풀렸는데 다시 추워지니 몸이 더욱 움츠러드는 것 같다. 비록 몸은 움츠러들더라도 우리들의 마음만은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 보자꾸나. 이제 모레면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이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머지않은 것을 보니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에 분명한 것 같구나.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에워싸고 있던 어둠과 겨울 세력.. 더보기
앞산꼭지들의 쉰다섯 번째 일촌계 이번 일촌계는 극단 ‘함께 사는 세상’에서 아이들과 같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연극교실’을 하는데 용두골에 아이들과 직접 가서 연극의 소재도 찾는 등 늘 우리 앞산꼭지들과 같이 대구의 어머니 산인 앞산을 지키는 일에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살림살이가 빠듯한 극단에서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앞산꼭지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고 귀하죠. 그런데 갑자기 아기를 엎는 보자기를 뒤집어 쓴 꼭지가 보이네요. 저는 ‘비혼’을 강력히 고수하는 줄 알았는데 ‘국수 먹도록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 옆에는 우리들의 든든한 일꾼인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꼭지 한 분이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토.. 더보기
앞산 달비골을 벗어나 주말 외박을 다녀와서 어제는 토요일이라 전교조에서 ‘나무 위 농성’ 당번을 맡는 날이라 아침 먹자마자 청소에다 이부자리 일광 소독을 하는 등 부산을 떨었습니다. 처음 올라오는 사람에게 지저분하게 해 두고 갈 수는 없어 정리를 하고 덕분에 대청소도 하는 셈이죠. 2군데 진료 예약과 동영상 개인지도를 받으러 가기로 해 시간이 되도록 기다렸더니 ‘좀 늦는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제 기준의) 좀 늦는다는 것은 2~30분이려니 생각하고 기다렸으나 2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취소시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리 연락을 줘 몇 시간이라도 지킬 사람을 찾아 놓았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해 조금 아쉽더군요. 모든 일정을 접고 한나라당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사건에 필요한 자료를 출력하러 갔습니다. 급한 약은 주치의사.. 더보기
앞산시립기도원에서 고집불통의 시동생이 형수에게 사랑하는 형수님에게 그 동안 잘 지내시고 요즘 건강은 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겨울도 지나고 정월 대보름도 지났네요. 다음 주면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라 아무리 꽃샘추위가 오는 봄을 시샘한다 할지라도 밀려나지 않을 재간이 없을 것 같군요. 대구의 어머니산인 앞산을 뒤덮고 있는 어둠과 겨울 세력 역시 달비골의 봄소식에 도망가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건만 발악을 하고 있어 여러 사람들의 애을 태우고 있답니다. 이번 설에도 못 뵈었지만 ‘집안 재산 도둑질한 인간들과는 상종 못한다.’는 시동생의 똥고집 때문에 명절에 얼굴 못 본지 오래되었지요? 스물여섯 새댁이 어느 덧 오십대 중반이 되었으니 세월 빠르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이제 형수가 우리 집과 인연을 맺은.. 더보기
앞산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에서 빨래하게 된 사연 무슨 청승맞게 ‘나무 위 농성’을 하면서 빨래를 하느냐고 의문을 가질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주 빨래를 잔뜩 안겨 주었더니 대명동 ‘쥬니어클럽’에서 아주 정갈하게 해 주어 잘 입고 있으면서 말이죠. 추운데 ‘영감 고생하지 말고 입고 투쟁 잘 하라’고 주치의사인 후배가 챙겨준 기능성 등산복에 국물을 쏟은 데다 반찬까지 묻히는 식사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밥 먹다가 흘릴 수도 있고 국을 쏟을 수도 있지만 상수리나무 위에서 저지른 일이라 난감하기 그지없더군요. 다행히도 바닥에 깔아 놓은 이부자리에 흘리진 않았더군요. 부탁하기도 그래서 물을 올려달라고 해서 중성세제를 풀어 하루 푹 담아 놓았습니다. 묻은 흔적이 있는 곳을 가볍게 문질러 주면서 옷에 묻은 때까지 빨았습니다. 그 알량한 체면 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