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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에서 빨래하게 된 사연

 

무슨 청승맞게 ‘나무 위 농성’을 하면서 빨래를 하느냐고 의문을 가질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주 빨래를 잔뜩 안겨 주었더니 대명동 ‘쥬니어클럽’에서 아주 정갈하게 해 주어 잘 입고 있으면서 말이죠. 추운데 ‘영감 고생하지 말고 입고 투쟁 잘 하라’고 주치의사인 후배가 챙겨준 기능성 등산복에 국물을 쏟은 데다 반찬까지 묻히는 식사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밥 먹다가 흘릴 수도 있고 국을 쏟을 수도 있지만 상수리나무 위에서 저지른 일이라 난감하기 그지없더군요.



다행히도 바닥에 깔아 놓은 이부자리에 흘리진 않았더군요. 부탁하기도 그래서 물을 올려달라고 해서 중성세제를 풀어 하루 푹 담아 놓았습니다. 묻은 흔적이 있는 곳을 가볍게 문질러 주면서 옷에 묻은 때까지 빨았습니다. 그 알량한 체면 때문에 ‘빨래한다’는 소리는 못하고 조용히 넘어갈 수 밖에 없었지요. ‘무슨 물을 이리 많이 올리라 그러느냐’고 의아해 했을 겁니다. 조금만 조심했으면 될 일을 어설프게 하다 고생을 사서한 셈이죠. 살아가면서 누구나 이런 실수할 수 있지만 내 물건이 아닌 빌린 것이라 다른 이에게 부탁하기도 곤란해 그냥 빨아버렸지요.


아무리 낮에 따뜻해도 밤에는 체감온도가 떨어지는 골바람 때문에 기능성등산복이 큰 역할을 합니다. 요즘 같은 세태에 ‘등산복 빌려 달라’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피하는 게 세상인심인데 겨울등산은 안 한다며 ‘형님이 앞산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니 기쁘다’며 흔쾌히 챙겨다 주어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잘 입고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 좋을 때 챙겨 사 놓은 게 많이 있었는데 여기저기 빌려주다 보니 행방불명된 게 많더군요. ‘있으면 요긴하게 쓴다’는 친구의 조언에 구해 놓았던 게 앞산 지키는 일에 잘 사용하고 있어 기쁩니다. 다음에 물을 유난히 찾거든 사고 난 줄 알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