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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엄마, 할아버지 뭐 해? 오늘 남원 초록배움터를 떠나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모(?)처로 이동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사진에 있는 회덮밥을 시켜 맛 있게 먹는데 서너 살 되는 아이 둘이 엄마들과 들어와 옆자리에 앉기에 반가운 얼굴을 하며 손짓과 눈짓을 했죠. 그런데 한 녀석이 ‘엄마, 할아버지 뭐해’라는 게 아닙니까. 여러 번 들은 소리라 ‘할아버지 아니고 아저씨’라고 하면 아이 엄마가 너무 미안해 할 것 같아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웃었습니다. 조카들이 결혼한 지 오래되어 할아버지 소리 들은 지 10년 가까이 되니 익숙한 말이라 자연스레 대꾸도 합니다. 웃으면서 ‘할아버지가 먹는 거 맛 있네’라며 응수하니 녀석이 더 신나하더군요. 같이 온 녀석도 ‘엄마, 할아버지 뭐 먹는데’라니 영락없는 할배가 되는 순간이죠.. 더보기
윤희용 입니다. 누님, 저 아시겠어요? 고등학교 때 같은 교회 다녔던 5년 선배인 누님이 있습니다. 1977년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친구 따라 교회 갔다가 만난 인연이죠. 몇 년 전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가 경북도청에 어렵게 입사해 근무 중이라 기억을 더듬어 작년에 연락이 닿아 가끔 안부를 전하곤 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쉰 줄의 늙다리로 하여금 바로 추억여행을 떠나게 했습니다. 노래를 잘 해 성가대도 하고 합창단 활동을 해 목소리가 맑고 고운 건 여전하더군요. ‘어떻게 사느냐’고 묻기에 “저 진보신당에 있습니다. 잘 나가던 노심조가 떠난 곳을 지키고 있습니다”고 했더니 ‘그 때 고집이 오래도 간다’기에 한 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도청 공무원노조 부본부장도 지냈다고 하니 말이 잘 통하더군요. 예수쟁이라 착실히 신앙생활 하면서 하늘나라만 .. 더보기
올해 환갑인 형님에게 형님이 살아계시면 올해 환갑입니다. 아버지가 환갑일 때 제 나이 서른이었는데 ‘결혼 안하고 부모 애 먹인다’고 집안 어른들에게 꾸중 듣던 게 생각납니다. 그런데 유난히 저희 형제를 따른 정×이와 보×가 벌써 삼십대니 세월이 정말 빠르군요. 보×가 두 살일 때 서내동 작은 고모가 녀석이 너무 예뻐 안자마자 울어 서운해 하셨는데 투박한 제가 안으면 울음을 멈춰 ‘녀석들 그래도 핏줄은 알아본다.’며 고종 여동생들도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형님은 한 번도 보지도 못했던 우리 집 아이들이 벌써 그때 제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쩌다 동생들과 화해도 못한 채 서른여덟 젊디젊은 나이에 요단강 넘어간 형님이 원망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벌써 쉰 줄이고 스물여섯 새댁이었던 형수가 벌써 쉰여덟의.. 더보기
삶의 고백 3- 낳은 정 보다 더 무서운 기른 정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 더 무섭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가슴 아파 낳은 자식’이라고도 하죠. 허물투성이인 인간에게 이런 사랑을 깨닫게 해 준 자식이 있습니다. 이제 21살의 어엿한 청년인 아들입니다. 네 살 때 녀석을 만났습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목소리는 카랑카랑 한 게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인연이 시작 되려고 그랬겠지만 그럴 때 ‘자식 안 키워 본 사람은 모른다’는 말이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 전 남편과 사별하고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저와 결혼한 여성의 아들이 그 아이입니다. 요즘은 드물지 않아 입방아 찧는 사람이 적지만 제가 결혼할 무렵에는 ‘별난 결혼’이란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서로 사랑하니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하자’고 했지만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을 때 마다 가족이 .. 더보기
삶의 고백 1 ― 축첩에 친일까지 한 우리 집안 매관매직에 3대에 걸쳐 축첩한 집안 우리 집안은 증조부ㆍ조부ㆍ백부까지 3대가 두 집 살림을 했습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일제 수탈에 협조까지 했습니다. 저 보다 8살 위인 종형은 여의도문제연구소 전신인 ‘민정당사회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젊음을 보냈습니다. 대구의 일부 동지들은 알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처음입니다. ‘그런 인간이 무슨 진보정치 운운하느냐’고 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대학 가는 게 힘들던 시절 대학원까지 마치고 군사정권에 영혼을 팔았던 종형이 지금도 밉습니다. 잠시 역사의 시계 바늘을 돌려 봅시다. 첩살림 했다는 사연을 접해 본 40대 이상은 생각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나지요. 돈 있고 권력 있는 덜 떨어진 남정네들이 해대는 짓이지요. 증조부는 구한말 현풍현감(달성군.. 더보기
아까운 사람들(2)― 삼성에 있는 후배들 삼성이 돈으로 찍은 아까운 후배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거리에는 최루탄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청년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변혁을 갈망하는 많은 청년학생들 치열하게 싸웠다. 그 무렵 당구장에 붙어사는 후배들을 보고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며 질책을 한 친구가 있었다. 나 보다 6년 후배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훨씬 앞서 있었다. 좀 안답시고 교만하지도 않았다. 무식한 선배가 ‘어떤 책을 봐야 하느냐’고 물으면 바로 책을 보여 주며 권하기도 했다. 남들과 달리 이 후배는 ‘문건에 매달리지 말고 원론에 충실하라’는 자극을 준 고마운 은인이다. 덕분에 나는 ‘무식한 저 선배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 더보기
아까운 사람들(1)―동생을 생각하면서 ‘저 사람 정말 아깝다’는 말을 간혹 듣습니다. 제 주위에도 아까운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보다 3살 적은 63년생인 남동생이 대학을 갈 때 갑자기 예비고사 반영률이 높아졌습니다. 자기가 예상한 것 보다 점수가 무려 4~50점 차이 나는데다, 재수를 할 사정이 안 되어 진로를 변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립사대를 가서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졸지에 운명이 바뀌게 되었으니 얼마나 허탈했을까를 자식을 키우면서 새삼 느낍니다. 어쩔 수 없이 수첩공주가 자리를 꿰차고 있는 대학의 건축공학과로 진학했습니다. 교사의 꿈을 버리지 못해 2학년 때 부터 교직과목 이수를 하며, 야학도 하는 등 열심히 살았습니다. 둔한 저와는 달리 기예에 재주가 뛰어나 풍물도 금방 배워 상쇠도 하고, ‘.. 더보기
국민휴식처로 자리 잡은 찜질방 언제부터인지 찜질방이 우리 생활 근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온돌이 주거 문화인 점을 감안해 만든 것 중 이 정도 대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잘못 가면 우락부락한 만화가들이 설쳐 분위기가 삭막하기 그지없지만 주택가는 대부분 가족들이 옵니다. 휴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 사정을 감안하면 가족이 집을 벗어나 같이 수다도 떨면서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은 곳입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아줌마들끼리 와서 챙겨 온 것을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서민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이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봅니다. 밤 10시가 넘으면 미성년자들은 보호자 없이는 머무를 수 없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사람이 많이 섞여 .. 더보기
아직도 눈물 흘리는 쉰 줄의 늙다리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은 중년의 늙다리 저는 눈물이 많다는 말을 더러 듣습니다. 사람이 슬픈 걸 보고 슬퍼 할 줄 안다는 것은 복이지요. 남의 아픔을 보고도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을 보고 ‘피눈물도 없다’고 하는데 다행히 제게는 눈물이 있으니 하느님이 귀한 선물을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13일 마창대교에서 어린 아들과 70미터 아래 바닥으로 뛰어든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몇 일 동안 가슴이 먹먹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겠더군요. 우리 현실이 이렇게 되었는지 원망도 많이 했고요. ▲ 2009년 ‘삽질 대신 일 자리를, 언론악법 철폐’ 전국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 인천에서 계양산골프장 반대 싸움을 하는 분들과 만난 자리. ‘환경파괴 현장’을 다니느라 고생한다고 반갑게 맞아 주신 분들. 남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 더보기
캐나다 토론토에서 날아 온 설교 한 편 캐나다 토론토 한인교회 목사가 보낸 설교 난데없이 페이스북에서 친구 녀석이 나를 찜했다는 이메일이 왔다. 하도 목사 티를 내 “난 너희 교회 교인이 아니다. 설교는 교회가서 하라”고 한 방 날렸더니 한 동안 연락이 끊겼다. 캐나다 간지 15년 가까이 되는데 가끔 사업 차 올 때 마다 엄청난 정서적인 차이를 느낀다. 유학원을 하는데 굳이 ‘한국문화원’이라고 하고, 사업 차 오면서 ‘선교활동으로 온다’고 하니 뭔가를 감추는 것 같아 싫다. ‘타지에서 먹고 살려니 보통이 아니라’는 진솔한 말을 듣고 싶은데..... 국내에 사는 사람도 오래 동안 만나지 않으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물며 외국인이 된 사람과 괴리감이 생기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난 친구 녀석에게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라’고 하고 친구는 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