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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 약수터의 처참하게 부서진 천막


 어제(7일) 오후 4시 무렵 ‘약수터에 있는 천막이 부서져 있다’는 어느 할머니의 말을 듣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출렁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면서 일단 사진기를 챙겼습니다. 사람 착한 하외숙 꼭지는 아들 우현이와 바로 달려갔고, 닭아 먹어 뺀질한 저는 ‘어차피 부서진 것 현장 확인이 중요하다’는 ‘뭘 챙기는 게 중요한가’ 머리를 굴리며 신발끈을 맸습니다. 젊을 때는 저도 몸부터 먼저 날렸지만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는 걸 체험하면서 깨달은 것이죠. 그 천막은 전교조대구지부에서 지역민들의 일에 연대한다는 소중한 뜻이 담겨 있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인데 부서졌다니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누르면서 갔습니다.


▲ 개발체한구역이라는 달서구청장 명의의 안내 간판이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 공사가 엉터리이거나 행정기관끼리 서로 공조를 하자 않는다는 증거다.


아니나 다를까 가서 보니 바람에 날려 부서진 게 아니라 누군가 ‘차로 민 흔적’이 역력하더군요. 우현이가 ‘개발제한 구역에 무슨 개발을 하느냐’는 말에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개발제한 구역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다’기에 이렇게 막 가는 세상을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보여줘여 하는 현실이 너무 서글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다까끼 마사오(박정희)가 잘 게 있다면 바로 ‘개발제한구역’을 설정해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은 것이지요. 마치 개발독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불도저 행정이 판을 치는 현실을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니 서글플 뿐이지요.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치사한 놈들이다’고 앞산꼭지들이 화를 내자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로 만들려고 할 때 전부 반대했지만 잘 된 것 아니냐”며 앞산터널도 ‘무조건 반대한다’는 개똥철학으로 한 마디 거드는 노인이 있어 “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한 줄 아느냐? 고속도로를 건설할 기술능력이 안 되었고, 고속도로는 공동묘지나 마찬가지라 부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뭘 알고나 떠들어라”고 고함을 지르자 쑥 기어들어가더군요. 경부고속도로는 부실공사로 인해 하자보수 비용이 건설비의 몇 배나 들어갔는지 모르는 무식의 소치지요. 당시 야당은 ‘고속도로 대신에 철도 건설에 투자하자’고 한 것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지만 아직도 다까끼 마사오의 망령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섬뜩할 뿐이었습니다. 앞산터널 공사로 인한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를 안다면 이렇게 할 수 없는데 정말 갑갑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