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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아까운 사람들(2)― 삼성에 있는 후배들 삼성이 돈으로 찍은 아까운 후배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거리에는 최루탄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청년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변혁을 갈망하는 많은 청년학생들 치열하게 싸웠다. 그 무렵 당구장에 붙어사는 후배들을 보고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며 질책을 한 친구가 있었다. 나 보다 6년 후배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훨씬 앞서 있었다. 좀 안답시고 교만하지도 않았다. 무식한 선배가 ‘어떤 책을 봐야 하느냐’고 물으면 바로 책을 보여 주며 권하기도 했다. 남들과 달리 이 후배는 ‘문건에 매달리지 말고 원론에 충실하라’는 자극을 준 고마운 은인이다. 덕분에 나는 ‘무식한 저 선배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 더보기
캐나다 토론토에서 날아 온 설교 한 편 캐나다 토론토 한인교회 목사가 보낸 설교 난데없이 페이스북에서 친구 녀석이 나를 찜했다는 이메일이 왔다. 하도 목사 티를 내 “난 너희 교회 교인이 아니다. 설교는 교회가서 하라”고 한 방 날렸더니 한 동안 연락이 끊겼다. 캐나다 간지 15년 가까이 되는데 가끔 사업 차 올 때 마다 엄청난 정서적인 차이를 느낀다. 유학원을 하는데 굳이 ‘한국문화원’이라고 하고, 사업 차 오면서 ‘선교활동으로 온다’고 하니 뭔가를 감추는 것 같아 싫다. ‘타지에서 먹고 살려니 보통이 아니라’는 진솔한 말을 듣고 싶은데..... 국내에 사는 사람도 오래 동안 만나지 않으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물며 외국인이 된 사람과 괴리감이 생기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난 친구 녀석에게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라’고 하고 친구는 목.. 더보기
다른 길이 안 보여 올라간 앞산 ‘상수리나무 위’ 과격한(?) 윤희용보고 놀라 벗들에게 못나고 허물투성이인 윤희용이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두가 고마운 인연들이니 저로선 행복하기 그지없는 일이지요. 생기긴 벽면서생 같은 게 하는 짓은 영 달라 놀라는 벗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나이 쉰 줄에 정보과 형사들의 사찰대상이란 게 더 놀랐을지 모릅니다. 벗들의 눈에는 학창시절 ‘범생’이가 이상한 소리만 해대니 헷갈리는 게 무리도 아닐 것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떤 친구는 ‘너 의사나 판사ㆍ변호사 교수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고 하기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도 궁금해 저를 귀엽게 봐주시는 은사님들께 여쭤보았습니다. 담임을 하신 전경일ㆍ김형기 선생님과 선도부를 지도한 박삼선 선생님은 하나같이 “어린 나이였지만 .. 더보기
남의 흉터를 보고 웃지 말자! 책을 읽다가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남의 흉터를 보고 웃는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살아오며 굴곡을 겪은 탓인지 남의 일 같지 않아 바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경험해 봐야 안다’는 말이 맞는 가 봅니다. 지난 주말 캐나다에 가서 산지 15년이 넘은 친구로부터 누리편지가 왔습니다. 직업이 목사라 그런지 ‘잘 지내느냐’는 안부를 묻는 게 아니라 한 편의 설교가 날아 와 화가 나 바로 반박을 하려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낸 정성’인데 싶어 몇 일 고민을 했습니다. 멀리 나가 산지 오래되어 오해할 것 같아 에둘러 답장을 보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2차 설교를 보내니 목사 특유의 ‘직업병’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우울증으로 오랜.. 더보기
앞산의 동무(同舞)는 누구인가? “운서(韻書)에 이르기를 ‘동무(同舞)는 바로 마주 서서 춤을 추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지금 ‘동무(同儛)’라고 하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이 글은 조선후기의 학자 조재삼(趙在三)이 쓴 백과사전 격인 책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나오는 것입니다. 이 ‘동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어떤 일을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북한에서 “혁명을 위하여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로 쓴다고 하여 다까끼 마사오 시절부터 쓰지 못하게 했지요. 말 하나까지 간섭해대었으니 권력 유지에 얼마나 자신이 없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두문불출 골방에 엎드려 한서나 뒤적이는 이가 다 빠진 늙은이는 내 걸음동무다.”라는 이 글은 신경림 시인의 ‘산동네’라.. 더보기
스승의 날 은사님들을 모시고 스승의 날을 맞아 은사님들을 모시는 자리에 갔다. 열 대 여섯 철부지들이 벌써 쉰의 문턱에 들어섰으니 ‘세월 빠르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안동에 가야할 일이 먼저 잡혀 있었는데 새벽에 일정이 바뀌어 ‘저녁에 뵈러 가야겠다’고 했는데 다시 가야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늦게 갔다. 혹시 자리라 끝났는가 싶어 전화를 했더니 ‘야야, 선생님들이 안 그래도 네 이야기 하시던 중’이라고 하니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를 알아야 한다’며 신문 사설을 꼭 읽어 보라고 하신 유일한 좌파인(?) 전경일 선생님, 그 선생님 덕분에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못난 제자가 진보정당에 몸 담고 있다고 ‘좋은 날 올거라’며 격려를 해 주시는 영원한 사회 선생님이다. 비록 수학은 잘 하지 .. 더보기
‘앞산터널 꼭 막아라’는 친구의 반가운 쪽지 “어릴 적 놀던 우리들의 옛 추억이 깃든 곳이다. 막아라! 막아! 친구가 자랑스럽다. 꼭 이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접속해 보니 몇 일 전 통화한 몇 년째 산재 사고로 투병 중인 친구가 보내온 쪽지입니다. 아직도 재활 치료 중이라 몸도 성하지 않아 겨우 독수리 타법으로 친 벗의 정성이 깃든 것이라 더 반갑고 고맙기 그지없더군요. 제가 상수리나무 위에서 보낸 지 45일째 인데 지금까지 받은 누리편지나 쪽지 중 가장 반가운 소식입니다. ‘장애를 갖고 살아갈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불안해하며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때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면 장애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면서 “교통사고로 3년을 병상에서 보내 걷는 걸 잊어버린 사람이 3개월 만에 일어서서 혼자 걷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봤.. 더보기
앞산 달비골의 봄소식을 투병 중인 친구에게 전하면서 오랜만에 산재 사고로 오래도록 투병 중인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4년 전 직장에서 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 뇌혈관 수술을 받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중풍이 온 거죠. 평소 운동도 많이 하고 몸 관리를 잘 한 친구인데 집중된 스트레스로 인해 견디지 못한 몸의 가장 약한 부위인 뇌혈관이 터져버린 거죠. 수술 후 경대병원으로 병문안 갔을 때 말이 영 어눌해 ‘저러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사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 “더 이상 할 게 없으니 작은 병원으로 옮겨서 재활 치료하라”는 주치의사의 말에 따라 양한방 협진 진료를 하는 병원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전문적인 재활의학과 의사가 없어 ‘재활전문 병원’으로 옮기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재활프.. 더보기
충고가 충고다우려면....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하면서도 상대방의 처지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마구 뱉어내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말을 한 당사자는 ‘걱정하기에 한 말’이라는데 듣는 사람이 기분이 상한다면 ‘걱정이 아닌 간섭이나 강요’가 된다. 그것도 우정이란 이름을 빌려서 하면 정말 기분 엿 같다. 이런 일방통행이 더 심해지는 것을 ‘언어폭력’이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너에 대해 이런 말을 하려는데 어떠냐’고 묻고 나서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것을 간섭이나 강요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를 우린 ‘충고나 조언’이라고 하며, 어지간하면 들으려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부모가 아무리 자식을 걱정해 잘 되라고 한 말이라 할지라도 자식의 의사와는 무시하고 그냥 퍼부어 댄다면 과연 사랑해서 하는.. 더보기
2차 룸싸롱 갈래? 좋은 기억이 있는 친구를 28년 만에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출장 온 친구도 온다기에 옛 추억을 떠 올릴 겸 갔습니다. 만나보니 세월의 흔적은 피해갈 수 없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학창시절을 떠 올리다 보니 우린 어느 덧 10대로 돌아가 추억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서로 모여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화투치기’에 골몰하던 이야기 등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울에서 온 친구가 술이 과했는지 평소 안 쓰던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는 등 돌출 행동을 해 어리둥절했습니다. 술이 좀 들어가면 남자들의 ‘정치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안주거리인데 술이 많이 들어간 상태에서 ‘희용이 너 왜 그거 하느냐’며 ‘속셈이 무엇이냐’고 묻더군요. 속내를 드러낼 사이가 아닌데 받은 뜻 밖의 질문이라 ‘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