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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다른 길이 안 보여 올라간 앞산 ‘상수리나무 위’

 

과격한(?) 윤희용보고 놀라 벗들에게


못나고 허물투성이인 윤희용이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두가 고마운 인연들이니 저로선 행복하기 그지없는 일이지요. 생기긴 벽면서생 같은 게 하는 짓은 영 달라 놀라는 벗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나이 쉰 줄에 정보과 형사들의 사찰대상이란 게 더 놀랐을지 모릅니다. 벗들의 눈에는 학창시절 ‘범생’이가 이상한 소리만 해대니 헷갈리는 게 무리도 아닐 것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떤 친구는 ‘너 의사나 판사ㆍ변호사 교수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고 하기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도 궁금해 저를 귀엽게 봐주시는 은사님들께 여쭤보았습니다. 담임을 하신 전경일ㆍ김형기 선생님과 선도부를 지도한 박삼선 선생님은 하나같이 “어린 나이였지만 자네는 남들이 피하는 질문을 하는 당돌한 면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질문을 남들보다 많이 던진 기억은 나지만 당차게 했다는 건 생각나지 않는데 그리 봐 주시니 고맙기 그지없지요. 더욱이 “자네 때문에 31회와 인연을 맺었다”고 해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친구가 아니지만 저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엉터리인 선배의 건강을 돌봐주고 치료해 주는 이비인후과 주치의사인 후배입니다. 우연히 고등학교 동아리 모임에서 만나 30년 가까운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 오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2008년 12월 14일 앞산터널반대 ‘나무 위 농성’을 앞두고 ‘전반적인 건강검진을 해 달라’고 부탁하자 “형님의 선택이니 존중하지만 의사로서 말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겨울에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며 제 선택에 처음으로 반대하던 후배의 모습이 지금도 제 눈에 생생합니다.


‘나무 위 농성은 다른 길이 안 보여 선택한 마지막 방법


“형님, 꼭 그렇게 골바람 세게 부는 곳에서 해야 합니까. 정말 다른 길이 없습니까?”라며 걱정하는 후배에게 “이미 약속한 일이고 지금 다른 길이 전혀 없어 나무 위에 올라간다. 지금 올라가지 않으면 여태 고생한 걸 접어야 한다.”고 하자 후배는 정색을 하면서 모든 검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으면 ‘해당 과에 가서 검사하라’고 하는 등 아주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었습니다. 물론 차로 5분 거리인 보훈병원 정형외과에 후배가 근무해 남들보다 농성 여건이 압도적으로 좋았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준비는 단단히 해 놓았던 셈이죠.


윤희용이가 가진 게 무엇이 있으며, 잘난 구석이 어디 있습니까? 살기도 힘들어 보이는 인간이 어쩌다 보니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앞산터널 반대 싸움에 이 것 말고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 나무 위로 올라갔을 뿐입니다. 다른 운동선수들처럼 마누라 등칠 처지도 안 되고, 피 빨아먹을 마누라도 없는 인간이 선택한 마지막 길입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실수도 하고 삽니다. ‘시간 맞춰 오라’는 통제사가 없다보니 술 취해 시간이 가는지 오는지 모를 때도 많습니다. 그러기에 더 걱정해 주는 벗들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며


자전거 전국 일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약속한 사람이 부도를 내는 바람에 졸지에 대타로 나섰습니다. ‘그냥 놔두다가는 저 친구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가 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자전거 탄 날만 43일, 2천킬로미터 넘게 달렸더군요. 거기에다 유명 블로그로 선정까지 되었으니 이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 번 해 보니 재미가 생겨 새해는 색다른 자전거 일주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준비를 단단히 해 산골오지를 다니며 전국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한비야와 같은 기행문을 쓸까 합니다.


만만치 않은 일이라 기획은 하고 있으나 언제 출발할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기백이 있고, 체력이 된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일이라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2009년은 한 겨울 ‘나무 위 농성’에다 전국 자전거 일주까지 남들이 못해보는 걸 해봤으니‘ 이보다 더 큰 호사가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허락하신 하느님의 선물로 생각하고, 평소 몸 관리한 보람이 있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동문회 게시판에 올린 글)


추 가: 앞산 달비골 ‘나무 위 농성’은 앞산을 아끼는 분들의 많은 정성과 앞산꼭지들의 도움이 많았습니다. ‘삽질 대신 일 자리를, 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는 많은 민주시민들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동지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 했습니다. 정성과 따뜻한 마음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