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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농성장 철거 초 읽기에 들어간 앞산의 우울한 성탄절

 

농성장 철거 코앞에 둔 달비골의 성탄절


성탄 전 날인 24일은 앞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달비골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780일이 되는 날입니다. 노무현 정권 후 권력은 어지간히 농성하고 단식해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운동권의 수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인지라 ‘할 테면 하라’며 지쳐 나가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방식이 일반적인 대처 방법이 되어 버렸습니다. 천성산의 도룡뇽을 지키고자 한 수도자가 목숨을 건 단식을 100일을 하자 그제야 총리실의 책임자가 ‘대화하자’며 나설 정도로 민주정부는 악랄했습니다.



앞산 달비골에도 성탄절은 왔습니다. 오늘 따라 까치 소리는 더욱 요란합니다. 매일 한 번 씩 하는 발파 작업과 온갖 공사 소음 때문에 자신들의 살 곳이 점점 사라지는 절규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짐승 몇 마리 죽는 것은 눈썹도 까딱하지 않던 인간이 어쩌다 이런 작은 소리에 귀가 열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하느님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그냥 모르고 살아가면 이런 고민 하지 않아도 되련만 보고 듣게 하는 바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앞산의 가장 아름다운 곳 달비골을 찾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앞산 달비골의 농성장 철거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라’며 내용증명을 보내더니, 이젠 행정기관인 대구시 종합건설본부에서 철거 ‘행정대집행’을 한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두 번이나 보냈으니 법적으로 하자는 없는 셈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불법시설물인 농성장을 비롯한 현수막 철거 행정대집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 방해’로 잡혀가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일반 형사사건이라 경찰에서 잡아가도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밀리는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하지만 몸부림치기에는 부담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묵과할 수 없는 태영건설과 대구시의 야비한 거래


이런 약점을 알고 지금 재판에 회부되어 있는 ‘업무 방해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취하하겠다’는 미끼를 태영건설이 던졌습니다. 정말 유치하고 치사한 수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친고죄가 아닌 형사사건이고 그것도 공안부에 넘어간 사건을 ‘취하 하겠다’며 ‘달비골을 영원히 떠나라’고 합니다. 형사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취하를 해도 민사적으로 완전히 합의하지 않는 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은 압니다. 선고를 앞두고 거래를 하자는 것이기에 저들이 더 얄밉고 화가 납니다. 달비골에 남아 있는 앞산꼭지들이 부담스럽다는 증거지요.


이와 관련해 진보신당대구시당의 녹색위원회(추) 당원들은 ‘농성장 천막을 철거한다 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결의를 모았습니다. 직무유기를 한 공무원들과 불법 공사를 자행한 자들에게 ‘최소한의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자발적으로 모여 결정한 것이니 누가 뭐라 해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하는 짓 봐가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일만 남았지 ‘결코 넘어가지 않는다’고 전원이 합의를 했습니다. 비록 엉터리 법이지만 위반한 공직자와 관련자를 묵과할 수 없고, 그냥 넘어가면 뒷산도 역시 마찬가지로 파헤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목동들이 전한 예수의 탄생신화


성탄절이니 예수의 탄생과 얽힌 성탄절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이스라엘 목동들이 전한 예수 탄생 사건은 이야기는 실화가 아닌 신화라고 신학자들은 말합니다. 당시 중근동 지역이 로마의 압제에 시달리며 온갖 착취를 당하던 시절이라 자신들을 구해줄 구세주(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수의 부활사건 역시 마찬가지라 보면 됩니다. 이를 두고 ‘성서의 비신화화, 기독교의 비종교화’를 말한 독일의 신학자 루돌프 불트만은 ‘예수의 부활 사건은 역사적 사실을 뛰어 넘은 실존적 고백’이라고 했습니다.


신학교에서는 배운 내용인데 목회 현장에서 이런 말 대 놓고 하는 목회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 목사들이 바른 말을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만 말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교회 현실’을 들먹입니다. 솔직하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하는 목회자들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사석에서 만나 ‘왜 배우고 아는 대로 말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갑갑하다’고만 할 뿐 자신들의 비겁한 행위는 고백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는 판을 쳐 상식을 가진 사람이 교회를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사이면서도 권력이 좋고 정치를 하고 싶어 정치판으로 갔으면 그 동네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단물 다 빨아 먹고는 슬그머니 돌아와 이상한 소리나 늘어놓습니다. 그러고는 ‘좌파신자유주의’라며 자신들의 속내는 철저히 감춘 채 ‘노무현 정신’을 파는 유치한 짓거리를 해댑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은 건설재벌의 편을 누구보다 잘 거든 정권입니다. 민간자본 투자유치사업(민자사업)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골프장을 짓는 등 한나라당 못지않은 짓을 화려하게 했습니다.


삽질과 뒷거래로 전 국토가 몸살을 앓게 한 정치권


권력의 실세들에게 뇌물 써 가며 사업을 했으니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빼려고 별 짓을 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릅니다. 한나라당이 경상도에서 민자사업을 해 꿀꺽했다면 민주당은 전라도에서 열심히 해 먹었습니다. 삽질에 관한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전국의 삽질 현장을 돌아 본 저는 감히 말합니다. 부산에서 마산으로 이어지는 2번국도는 평소 차가 별로 다니지 않습니다. 그런 곳을 4차선도 모자라 8차선으로 확장하는 미친 짓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인간들의 눈에 대구시민들의 환경이 보일리 만무하죠.


성탄절에 우울한 소식을 글로 적자니 저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고 해야 하기에 할 뿐입니다. 대구 뿐만 아니라 남한 사회 전체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을 정도로 광란의 삽질 현장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런 민주당과 ‘진보대연합’을 들먹이는 사람들에게 ‘나와 자전거로 전라도만이라도 돌아보고 말하자’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그것은 인정하지만 근본적인 차별성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더군요. 제 눈이 한 쪽으로 편향되어서 그럴까요?


“내가 나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하면 나는 내 인생의 요점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하여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테일러란 학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사회변혁은 남 좋은 일시키는 게 아니라 바로 자신의 일’입니다. 그러기에 자연을 지키는 것 역시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에 쉽사리 물러설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일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냥 좋고 필요해서 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고 봅니다. (성탄절 저녁 앞산 달비골에서)


추 신: 현장의 발파는 소음과 사고 위험을 감안해 하루 1번만 하게 되어 있는데 오늘은 2번이나 했습니다. 그 사유가 무엇인지 대구시건설본부에 따져 봐야겠습니다. 공휴일 오후란 점을 악용한 짓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