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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자전거 일주 마무리 하러 옥천ㆍ영동으로 갑니다.


집안 일과 누적된 피로 때문에 잠시 멈추었던 ‘삽질 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를 다시 떠납니다. ‘전국 자전거 일주 완주’와 남겨 두는 게 다르기에 짐을 꾸려 집을 나섭니다. 떠나는 길을 시샘이나 하듯 겨울바람은 사정없이 귓전을 때립니다. 매일 천기를 보는 직업이라 일기 예보를 수시로 보긴 하지만 겨울 날씨는 예측을 할 수 없어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대전행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실고 ‘기온은 떨어져도 바람은 제발 불지마라’는 기도를 합니다.


자연이 돕지 않으면 겨울 자전거 주행은 한 발짝 나가는 것도 무리입니다. 다행인지 바람이 그리 세차게 불지는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쉬면서 자전거를 얼마나 탔는지 미터기는 벌써 2,000킬로미터를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몇 일이라도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하체의 근육이 너무 풀려 조금씩 탄 것 같은데 제법 많은 거리를 달렸나 봅니다. 옥천을 지날 무렵 휴식도 취할 겸 한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통증이 잘 풀리지 않아 치료를 받았습니다.



진맥을 한 한의사는 ‘잠은 잘 주무십니까’라고 묻는데 불면증으로 오래도록 고생한 저로서는 아픈 기억입니다. 쉬려면 휴게소 들러 음료수를 마셔야 하는데 휴식도 취하고 뭉친 근육도 푸는 일거양득을 취하려니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군요. 침 치료 후 등과 어깨의 근육을 풀도록 부항을 하라고 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걸 보니 비록 지나가는 환자이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다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 쉬면서 식은 땀도 말리고 나오니 ‘조선일보 없는 청정지역’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옥천신문사’가 보이더군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충북 옥천의 ‘조선일보 없는 청정지역’이고 ‘조선일보 반대 마라톤 대회’도 해 마다 여는 등 조선일보와 선을 분명히 하는 곳입니다. 작은 지역에서 이런 운동이 자리 잡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시간 여유만 있으면 잠시라도 들러 이야기도 나누면 좋으련만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해 영동으로 달렸습니다. 해는 져 가지만 내일로 미루면 일정에 차질이 많을 것 같아 힘을 내어 페달을 밟았습니다.



국도 변에 휴게소가 없는데 ‘설마 영동까지 없으랴’ 싶은 마음에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그냥 달렸습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뭐라도 좀 먹었어야 하는데 그냥 나운 게 불찰이었나 봅니다. 허기가 져서 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휴게소인 것 같아 가 보면 아니거나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은 곳이 대부분입니다. 사람은 없고 오로지 차만 있는 국도 개발 계획을 전면 검토하지 않으면 전 국도는 죽음의 도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개발을 했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어둠만 지면 적막만 감도는 도로를 방치하는 건설마피아들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기가 오기 직전 식당이 보여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바로 옆 여관에는 저녁 7시도 안 되었는데 연인들이 탄 차는 쏜 살 같이 들어가는 장면을 수시로 볼 수 있더군요. 서로 좋아 관계하는 걸 어느 누가 말릴 재주가 없지요. 잠시 허기를 달래도 영동으로 달렸습니다. 영동에 도착해 깨끗한 여관을 찾았더니 신축한지 얼마 안 되는 건물이라 오히려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도 위층에는 무슨 소리가 그리도 ‘쿵쿵’ 거리는지 난리가 아닙니다. 오늘밤도 연인들의 청춘사업은 계속되는 가 봅니다. (2009. 12. 14일 자전거 일주 41일 째)


추 신: 내일은 추풍령을 넘어 김천으로 해서 ‘조선일보 없는 청정지역’ 운동을 시작하는 경남 거창으로 ‘거창하게 입성’합니다. ^^ 반갑게 맞아줄 민주시민들을 뵐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렙니다. ‘환대를 받았다’고 하니 육식을 거의 안 하는 제가 한우등심을 먹고 입어 벌어진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혼란스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