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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우리보고 앞산 달비골을 떠나라고 한다.

 

앞산은 대구의 상징입니다. 그 곳에 4.5킬로미터를 넘게 파헤치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무려 10리가 넘는 거대한 공사지요. 파동 용두골을 지나 범물동 법니산을 포함하면 10.5킬로미터가 넘는 도심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형공사입니다. 최소한의 상식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감히 저지를 수 없는 삽질이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달비골의 작은 농성장이 그리도 눈에 거슬리는지 시공사인 태영건설에서 ‘철거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더니 급기야는 대구시건설본부에서 철거와 관련한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계고장까지 날아왔습니다.



두 차례의 통보를 했으니 건설관리본부에서 강제철거를 해도 우린 아무 말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방해하면 ‘공부집행방해’로 잡혀가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는 상태입니다. 앞산터널 반대 ‘나무 위 농성’을 가장 오래한 사람으로서 그냥 물러서기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주말 서울에서 있었던 고등학교 동아리 송현회에 갔더니 ‘형님, 한겨울에 그 고생했는데 그냥 물러서면 안 된다’고 40대 중반의 아저씨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역시 수도권 물이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끼겠더군요.


그 날 송년회에 나온 후배들 모두가 저 보다 잘 나가고 좋은 자리에서 살고 있지만 하나같이 ‘그 고생하고 그렇게 밀리면 안 된다’는 게 이야기였습니다. 심지어 나이 쉰 줄에 들어선 중학교 여동기들 조차 ‘그렇게 밀리려고 왜 그 고생했느냐’고 난리입니다. ‘사람의 밥줄이 달려 있는 일이라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게 안 걸린 일이 있었느냐’는 호통에 제가 더 놀랍니다. “우리 친구가 삽질 반대 자전거 전국 일주를 한다기에 믿었더니 그래 무참히 밀리느냐”고 나무라는데 할 말이 없더군요.



‘삽질 대신 일 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를 마치고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미터기를 보니 2,200킬로미터를 조금 넘게 달렸더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하라고 했으면 도망갔겠지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거리가 그리 뭐 중요하겠습니까? 기록 갱신에 목숨을 걸고 한 것도 아닌 일인데..... 그런데 달비골 농성장에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계고장까지 날아왔으니 밀리는 날자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냥 밀리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몸부림치다 잡혀가는 걸 선택하고 싶지 돌아서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누구의 사정을 말하면서 밀리는 걸 받아들이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농성장천막 놔둔다고 공사에 지장 없습니다. 그냥 눈에 거슬리기에 처리하고 싶은 것d일 뿐이지요. 그런데 앞산터널 반대 싸움을 같이 한 사람들이 그 상징인 농성장을 치우자고 합니다. 누구의 ‘××가 달려있다’면서 말이죠. 이런 말은 예나지금이나 들어왔던 소리라 이명박 정권이 있는 한 들을 수 밖에 없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하니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기관에 있는 선후배들도 저를 걱정하는 전화를 하곤 합니다. 얼굴 받치는 동네에서 어찌 할 수는 없으니 자기들도 갑갑하겠지요. 다 고맙고 따뜻한 마음이기에 즐거이 받습니다. 그러나 ‘내 발로 물러설 수는 없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그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이죠. 자연을 사랑하고 앞산을 지키는 것은 내 자신을 지키는 것이기에 더욱 그리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힘이 밀리기에 할 수 있는 게 벌려 없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무집행방해로 국립기도원이라도 가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달비골 동지섣달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