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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강화도 갯벌, 사람이 건드리면 큰일 난다’

 

강화 조력발전으로 갯벌 40퍼센트 사라져


최근 강화도에서는 두 개의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이 앞 다투어 추진 중에 있다. 하나는 인천시와 중부발전, 대우컨소시엄이 추진 중인 강화조력으로 강화도 4개 섬(강화도-교동도-서검도-석모도-강화도)을 연결하는 방조제(총 8.3km)를 건설하여 연간 1556 GWh의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국토해양부 주관 하에 한국수력원자력과 GS건설이 1월20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인천만 조력으로, 강화도 남단과 영종도(장봉도, 용유도 경유)를 연결하는 총 18.3km길이의 조력 댐을 건설하여 연간 2410GWh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시화호 조력발전(254MW)의 각각 3.1배와 5.2배 발전량 규모로써 이를 위해 각각 2조3천억 원, 3조9천억 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대다수 강화주민들은 조력발전 건설의 규모나 위치, 발전방식, 강화에 미칠 영향뿐 아니라 정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 과정조차 모르고 있다. 강화조력의 경우 방조제가 들어설 지역의 주민들에게 건설에 따른 교통의 편리성,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과 어업생산 증가 등만 홍보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일부 주민들에게만 알린 상태에서 주민설명회를 진행하였으며 현재 공유수면매립 결정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강화와 인천만 조력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처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해수유통을 재개하기 위해 계획된 시화호 조력과 달리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뛰어난 갯벌에 대규모 방조제를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화조력의 경우 방조제로 막히는 면적이 79.4㎢(여의도 27배)인데 이중에 갯벌면적 39.5%(여의도 2.5배)가 사라지고, 인천만 조력은 저수 면적 157.4㎢(여의도 54배) 대부분이 갯벌지역인데 그 중 15% 면적이 소실된다.


실제로는 조류 차단과 유속 변화로 급격한 침식과 퇴적이 일어나서 방조제 외부까지 대규모 갯벌소실과 해저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또 해수유통의 차단으로 오염발생과 어로 차단, 염도의 변화 등으로 갯벌의 특징인 오염정화기능, 이산화탄소 흡수, 홍수 방지, 어족의 산란 및 치어 성장, 관광적 가치 등을 잃을 것으로 보이며 어장의 파괴 및 어업, 연계된 상권 몰락도 예상된다.


 ▲ 작년 12월 17일 옛 강화풍물시장 앞에서 벌어진 1차 경인북부어민 조력발전 반대 결의대회


또 강화조력의 경우 방조제건설 서쪽 예정지가 멸종 위기종 저어새 서식지로써 천연기념물 41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인천만 조력의 경우 람사르 습지로 지정될 예정인 장봉도가 포함되어 있다. 또 강화도 남단 갯벌은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철새들이 먹이와 쉼터로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울러 강화갯벌은 세계 4대 갯벌로서 유네스코에 등재가 가능한 지역으로 방조제 건설이 강행될 경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천혜의 지역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홍수기 침수에 관한 논란이다. 인천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하구 갯벌인 강화지역에 방조제가 건설되면 한강, 임진강, 예성강의 수로 차단으로 홍수기에 강화도 북단의 수위가 약 68cm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강화도 및 김포저지대와 북한지역까지 침수피해를 유발하여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화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항의집회


유일하게 남은 강 하구 지역인 강화갯벌은 대부분의 서해안 갯벌이 매립과 방조제로 사라지고 모래채취 등으로 그 기능을 잃은 상태에서 젓새우와 꽃게, 밴댕이, 병어, 장어, 황복 등이 풍부하게 잡히는 서해 어장의 마지막 보루다. 강화지역에서만 한해 어획과 판매, 음식업 수입만 최소 700~800억 원에 이르고, 연계한 관광수입까지 합하면 천억 원 대에 이르며 2천여 경인북부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중요한 곳이다.


 ▲ 지난 1월 22일 옛 강화풍물시장에서 장례 의식을 벌인 경인북부어민들의 조력발전 반대 2차 집회

그런데 사업추진 과정에서 어업피해를 간과하였으며, 보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더구나 갯벌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조차가 변하여 전력 생산이 일정치 못하고 어업의 경제적 이득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해상 레저스포츠를 발전소 건설의 이득으로 내세우는 것은 타당성이 없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어업피해를 무시한 사업추진에 반발하여 지난해 12월 17일과 지난 1월 22일 강화에선 어민집회가 열렸다.


경인북부어민 600여명 이상이 참가한 두 집회는 전통적 보수지역인 강화도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대규모 항의집회였다. 항의집회에 참석한 박용오 경인북부어민 대책위원장은 “우리는 조력단지 사업의 중단을 요구한다”며 “조력발전은 후손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미칠 재난과 같은데 이를 저지하지는 못할망정 어민들의 결의를 단지 보상비 요구로 몰아가고 어업을 우습게 보는 강화군의 모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규모 조력발전이 신재생에너지로 타당한가?


이렇듯 어민들이 반발하고 환경단체들이 환경오염을 우려함에도 서해안에서 세계적 규모의 조력발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각 발전사업자들의 이익과 관련 있다고 한다. 그 동안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발전차액지원제도가 2012년 없어지고 의무할당제(RPS)가 도입되면 의무적으로 발전용량의 일정부분(2012년 2~2.5%, 2020년 8%까지 증가)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의무할당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얻지 못하면 발전사업자들이 인증서 평균거래가의 1.5배나 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쉽게 선택하는 것이 대규모 건설을 통한 전력 얻기이다. 그러나 방조제를 건설하는 형식의 조력발전은 환경훼손이 심각해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방조제 없이 터빈만을 설치하는 신규조력발전기술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울러 조류와 파력 등 다른 방식의 해양 에너지 획득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또 생산지에서 소비지역으로 송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이 손실되는 대규모 에너지 생산방식은 소규모 지역단위로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지향하는 외국의 경우와 매우 상반된 정책이다. 환경전문가들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이 생산된다 하더라도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갯벌습지가 대규모로 훼손되고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방식은 지구의 환경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인천만 조력 사업 진행을 발표한 후 인천시는 이를 강력 저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인천만 조력이 진행되면 영종도와 강화남단을 연결하는 교량건설(14.8km, 왕복4차선, 8천억 원), 경인아라뱃길 접근항로 및 항만 건설(352억 원) 등 인천시가 추진하던 여러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고 강화조력과 인천만 조력을 동시 진행할 경우 어민 등 지역주민과 환경 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자칫하면 두 사업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강화도에서 바라본 서검도 일몰


강화조력발전은 찬성, 인천만 조력은 반대하는 인천시


그러나 대규모 조력발전 사업의 근본적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천시의 이러한 조치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섬 전체가 역사를 간직하고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강화도는 최근 무분별한 펜션, 높은 건물의 신축, 해안순환도로 및 골프장과 스키장 건설 등 계속되는 개발압력으로 그 멋을 잃어간다고 지적된다. 이명박 정권의 마구잡이 삽질이 가져 온 필연적인 사고 중의 하나다.


여기에 마지막 남은 드넓은 갯벌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광과 바다가 품어온 생명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은 적어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대규모 조력발전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력발전 반대 서명을 받던 중 만난 80대 할머니 한 분은 떨리는 손으로 서명용지에 이름을 적으면서 ‘억조창생의 갯벌’을 지켜야 함을 역설했다.


“강화에 큰 물난리가 났을 때 산이 무너지고 물에 잠겨 난리 난데는 모두 사람들이 개발한다고 손을 댄 곳이었어. 갯벌은 그대로 두면 누구라도 물고기, 조개 잡아 돈 벌어 오고 그 덕에 난 언제라도 싱싱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어 좋아. 이제 그 갯벌을 사람이 건드리면 10년 전 홍수 때처럼 큰 일이 벌어질 거다. 억조창생의 갯벌인데… 꼭 지켜야지.”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