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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기상이변 ‘눈 폭탄은 서막’…갈수록 극심해 진다.

 

100년만의 폭설 맞은 도로ㆍ지하철 대혼란

한반도 기상 이변…여름 폭우도 온난화 영향


지구촌 곳곳이 수십 년 만에 몰려온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몸서리 치고 있다. 독일과 중국에서는 폭설로 도시의 기능이 마비됐고, 영국과 인도 등도 이상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일 서울은 100년만의 대폭설로 도로가 얼고 지하철마저 운행이 지연되면서 대혼란을 겪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반구 각국에서 겨울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이 단 한번의 ‘천재지변’으로 마무리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폭설과 혹한뿐만 아니라 난동(暖冬)과 극심한 겨울가뭄 등 기상이변이 매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새해 첫 출근날인 4일 새벽부터 서울시내에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마포구 상암동에서 한 직장인이 자전거를 끌고 눈 쌓인 도로를 건너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해마다 강하게 더 자주 쏟아지는 여름철 국지성 폭우와 함께 우리나라도 이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기상 이변의 한 복판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상이변의 배경으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를 지목하고 있다. 최근 독일을 강타한 폭설로 유럽 최대 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는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됐다. 한겨울에도 좀처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영국 역시 30년만의 가장 긴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전역에 눈이 덮이고 추위가 계속돼 공항은 폐쇄되고 도로는 마비됐으며 일부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다.


폴란드에서는 영하20도 안팎의 혹한으로 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인도 북부 수도권 지역에서는 갑작스런 한파에 100명 이상의 동사자가 속출했다. 현지 언론은 “뉴델리 인근의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만 2일 동안 72명이 동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도 59년 만의 대 폭설로 공항과 7개 도심 도로가 마비되고 학교에 휴업령이 내려졌다. 시민들은 발이 묶이고 농산물 가격은 급등했다. 재난영화를 방불케 하는 기상이변과의 전쟁은 한반도에서도 펼쳐졌다.


지난 4일 서울의 하루 적설량이 25.8cm를 기록하며 100년 만에 최고 기록을 돌파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에만 3,000여 톤에 가까운 염화칼슘을 도로에 뿌렸지만 오후까지 계속 되는 눈에 도로는 꽁꽁 얼어붙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과 버스는 몰려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설상가상으로 시내 곳곳에서 지하철ㆍ버스가 고장 났다. 7일에는 맥주병이 동파되는 등 영하 20도 안팎의 혹한이 한반도를 습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한반도가 겪은 기록적인 대폭설이 북반구 전체에 몰아친 기상이변의 한 범주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 강원 횡성군 서원면의 폭설피해 인삼밭에서 6일 군 장병들이 제설 및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따뜻해진 북극, 남하하는 찬 공기


기상청 박정규 기후과학국장은 “극지방에 동그랗게 뭉쳐 있어야 할 찬 공기 덩어리(polar cap)가 응집력을 잃고 남하하고 있다”며 “이 찬 공기 덩어리의 영향으로 북반구의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는 여름에는 강하게 수축돼 극지방에 뭉쳐 있다가 매년 겨울이 되면 들쭉날쭉한 형태로 약간 퍼져 내려오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평소 이 찬 공기 덩어리는 극지방 상공의 강한 서풍(polar jet)에 둘러싸여 냉기들을 가득 머금고 극지방에 고정돼있다.


하지만 올해는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영향으로 북극 기온이 10도 정도 올라가면서 북극의 찬 공기덩어리의 응집력이 약해졌다. 극지방 상공의 강한 서풍(polar jet)도 같은 이유로 약해져 찬 공기 덩어리들이 훨씬 더 깊게 아래쪽으로 남하했다. 박 국장은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가 남하하는 깊이는 매년 다르지만 올해는 평소보다 더 아래로 늘어져 미국, 유럽, 아시아에 폭설과 한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기록적인 폭설은 여기에다 서태평양 열대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더해지면서 나타났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의 북상


눈은 상층의 찬 공기와 하층의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데, 상하층의 온도차가 크고 공기 속에 수증기가 많을수록 많은 양이 내리게 된다. 서울과 경기지역 상공에 영하 30도 안팎의 찬 공기가 머무르고 있었는데, 때마침 중국 내륙에서 형성된 저기압이 서해상을 지날 때 서태평양 열대의 습한 공기를 유입시키는 펌프 역할을 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지의 서태평양 열대는 그 어느 때보다 습하고 따뜻했는데 그 역시 엘니뇨 때문이다.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지 오래다.


▲ 미국 동부 지역에 최악의 폭설과 한파가 몰아닥친 19일 워싱턴 시민들이 백악관 앞 거리를 스키장비를 착용한 채 걸어가고 있다. 이번 폭설로 버지니아주에서만 4000여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 5명이 숨졌으며,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 워싱턴시와 필라델피아시 등은 폭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진: 로이터통신)


기상청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중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에는 꼭 필리핀 인근의 해수 온도가 상승한다.”며 “태평양의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저기압이 북상해 한반도에 머물고 있던 찬 공기와 충돌하면서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상기후가 매년 겨울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높아져 찬 공기 덩어리가 더 많이 더 깊게 대륙을 향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국장은 “극지방에서 남하하는 차가운 기류가 한반도를 통과하는 방향에 따라 매년 겨울에 폭설이 올 수도 있고, 아니면 정반대로 따뜻한 겨울이나 겨울가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극에서 쏟아져 내리는 차가운 기류의 축이 한반도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나가면 올해처럼 한파와 폭설이 올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서쪽으로 비껴 지나가면 따뜻한 겨울을 나게 된다. 찬 기류의 흐름이 한반도 북쪽으로 흐르게 되면 우리나라 상공에서 냉기류와 고온 다습한 기류가 충돌할 일이 없어 눈이 없는 겨울가뭄을 심하게 겪을 수도 있다.


북극 찬 공기 덩어리의 응집력이 약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상 기상이변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극 찬 공기 덩어리가 한반도 상공에서 어떤 모습을 취하느냐에 따라 폭설이 아니라 반대국면인 한파나 겨울가뭄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상예측도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박 국장은 “단기예보를 내는데 사용하는 수치모델은 자연현상 그대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들은 모델에 반영돼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오염 등에서 초래하는 다양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날씨에 영향을 주게 된 이상 이상예보의 불확실성은 점차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공장의 매연이 대기 오염의 주범이었다. 대기오염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굴뚝 연기는 급격히 줄어들었으나, 자동차 배기 가스와 여름철 냉각기 가동으로 인한 열 배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도시로 인구가 급격히 몰리면서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다. 순간의 편리에 젖어 있는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을 넘어섰다. (한국일보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