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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자전거 일주 중 인천에서 보낸 비 오는 일요일

 

어제 저녁 반가운 벗을 만나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전거 일주 중’이라고 했더니 바쁜 와중에서 “얼굴이라도 보자”며 기어이 시간을 내주더군요. “나도 운동해야 하는데 자네가 부럽다”며 “꼭 완주하라”며 기운을 듬뿍 실어주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렇게도 많이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이가 먹어가니 건강의 적신호를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증거이지요. “자전거 타고 가려면 잘 먹어야 한다”며 맛있고 영양가 많은 걸 사주었습니다.


 수원에 ‘장모님을 모시러 가야하는 선약이 있다’며 오래 같이 있지 못하는 걸 미안해했습니다. 그저 얼굴보고 저녁이라도 같이 먹으면 되는데 반겨준 것만으로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지요. 엉뚱한 말로 염장이나 질러대는 인간들로부터 받은 온갖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객지 다니느라 ‘밀린 빨래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빨래방까지 알려줄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습니다. 자상하고 정이 많은 저런 친구이지만 치열하게 젊은 시절을 보낸 귀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늘어지게 쉬면서 몇 일 밀린 ‘일일보고서’를 작성해 올렸습니다. 짬짬이 이면지에 적어 놓았던 것을 컴퓨터를 치고 사진까지 골라야 하니 제법 시간을 잡아먹더군요. 피시방의 컴퓨터는 온갖 바이러스에 사정없이 노출되어 있는지라 검사부터 해야 되니 몇 시간이 훌쩍 날아가 버렸습니다. 월요일에 서울 여의도에 최대한 가까이 가려면 부천 쪽으로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기상 예보와는 달리 저녁 늦게까지 비가 와 이동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는 길이라면 몰라도 초행길이라 위험하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푹 쉬기로 했습니다. 낯선 대도시에서 젊은이들의 거리에 청춘남녀들 틈에 중년의 늙다리가 안자 있으려니 조금 어색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어 같이 묻혀 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비가 그치면 부평역까지라도 가보련만 맘대로 되지 않더군요. 저녁이 되니 본능적인 배고픔에 식당을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아 저 집이다’는 느낌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계산대에 앉은 청년이 아주 친절하고 인상이 좋더군요.


촐촐한데 ‘소주라도 한잔 할까’ 싶은 유혹을 받았으나 내일 저녁에 술 먹을 일이 있어 몸 관리를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어치우고 아침에 몇시에 문을 여는지 물었더니 ‘7시 조금 넘어 연다’고 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낯선 곳에서 아침밥 먹을 곳을 찾아 헤매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닌데 바로 이 집에서 먹을 수 있으니 아침 고생은 든 셈이죠. 내일 이동에 대비해 지도를 검색하면서 여러 경로를 찾아봅니다. 이젠 익숙한 일과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복잡한 서울이라 몇 번이나 검토를 하는지 모릅니다. (2009. 11월 22일 자전거 일주 31일 째 인천터미널 부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