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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삽질 대신 일 자리’를 ‘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7일째

 


아침에 숙소로 찾아오신 블랙홀 님과 같이 아침을 먹고 자전거를 세워둔 광양역으로 갔습니다. 광양의 신도시인 제철단지와 구도시는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이런 부조화가 이질감을 낳아 감정의 골이 깊어가건만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특별한 자들의 오만에 화가 날 뿐입니다. 광양에서 순천으로 갔습니다. 우리 밀 제과점을 하는전남도당 강병택 부위원장의 환송을 받았습니다. 갓 구운 빵을 맛보면서 갈대숲으로 유명한 순천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냥 두고 누구나 즐기도록 하면 될 순천만에 삽질을 해대는 무식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순천만으로 이동하려는데 타이어 바람이 빠지고 타이어도 낡아 교체를 했는데 바퀴림이 휘어 아예 통째로 갈았습니다. 고물 자전거가 장거리 주행에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어 고민입니다. 과적에 장거리 주행을 하니 견딜 재간이 없지요. 자전거도 문제지만 하체 근육이 뭉쳐져 있어 가까운 한의원에서 근육을 푸는 치료를 했습니다. 운동량이 어지간하면 몇 시간이 지나거나 자고 나면 풀리는데 근육에 조금씩 무리가 오는 모양입니다. 적정 수위를 조금씩 넘어 서는가 봅니다. 일정을 조금 여유 있게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순천만에 무슨 행사를 유치한답시고 철새도래지이자 람사습지에 등록한 곳에 건물을 지으려 묘지 이장을 하라는 공고를 보면서 또 한 번 놀랍니다. 국립공원 지정 후보지라고 분명히 들었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순천만 입구에 들어서자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더군요. 온 산을 갈아엎어 버리는 삽질은 극에 달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환경 영향평가도 엉터리로 해서 밀어 붙이는 삽질공화국다운 발상의 끝이 어디인지 의문입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게 가장 좋으련만 건드리지 못해 안달이 난 인간들이 문제지요.


보성 벌교 쪽으로 향했습니다. 벌교에 들어서니 소설가 조정래 선생의 대작인 태백산맥 문화관이 보였습니다. 인근 조성면에서 농사를 짓는 정윤우 동지가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남도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더군요. 같이 저녁 먹으러 가는데 ‘기숙형 고교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이명박 식의 교육 바람이 시골읍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도 농촌에서 어렵게 농사짓는 엄마들이 찬성해 유치했다고 하니 더 놀랄 일입니다. 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10명 중 1명이 겨우 들어가는데 ‘내 자식은 들어갈 수 있다’는 착각이 낳은 병폐지요.


그 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기 죽어 살아야 하는 고등학생들의 인권은 멀리 사라지고 오로지 암기하는 기능만 익히는 교육에 모든 것을 겁니다. 창조성과 자발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요. 오로지 체제 순응적인 인간만 만들어 낼 뿐이죠. 기능은 있지만 기술은 없는 산업 현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건만 자본과 권력은 순간의 단물만 빨아 먹으려 할 뿐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이러고도 국가 성장 동력을 들먹이고 21세기형 인재를 말하는 뻔뻔한 짓거리를 해댑니다. 인생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하루 2명씩 죽어 나가는 현실에 대한 고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집이 누전으로 타 버렸다면 조용한 절 집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난생 처음 묵는 절 집입니다. 주지 스님은 1000일 기도 정진에 들어가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수행 중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자전거로 온 불청객을 반가이 맞아 주시더군요. 산사에서 차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종교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타 종교에 대해 많이 아는 내공 있는 분이더군요. ‘언론악법 철폐’와 ‘삽질을 중단하라’는 자전거 수행이 맺은 고마운 인연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산사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장작을 땐 따뜻한 방에서 피로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9. 10. 21일 산사에서)


추 신: 몸이 너무 피로한데다 절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어 늦게 올리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