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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삽질 대신 일 자리’를 ‘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2일째

 

숙소 부근에서 아침 먹을 곳을 찾아 헤맸습니다. 밥은 먹어야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죠. 아침 밥 든든하게 챙겨 먹고 다음 목적지인 포항을 향해 페달을 밟았습니다. 새로 닦은 탁 트인 7번 국도는 모조리 자동차 전용도로라 자전기가 끼일 틈이 없더군요. 모든 도로망이 오로지 차 중심임을 직접 느끼면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사람이 들어갈 틈이 없는 도로를 기획하고 만든 관료들에게 ‘사람을 생각하라’고 요구한다면 씨알이나 먹힐지 의문입니다.



국도를 따라 가는데 마치 고속도로 마냥 쏜살 같이 달리는 차를 보면서 섬뜩하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습니다. 포항 입구 이정표를 보면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형산강 변에 있는 효자검문소 자리를 찾았습니다. 편안히 흐르는 형산강을 보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는 저렇게 흐를 수 없을까 고민해 봅니다. 주인들의 민주주의를 머슴들이 도둑질 했기에 용납할 수 없지요. 도둑놈들의 버르장머리를 뜯어 고쳐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목적지인 포항MBC를 찾아갔습니다. 지방 중소도시 언론노동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더욱 절박하더군요. 남들보다 월급 많이 받는 언론인들의 ‘밥그릇싸움’이라고 폄훼하는 조중동과 권력은 긁어 댑니다. 자신의 밥그릇만큼 소중한 것은 없지요. 언론노동자들의 밥그릇 지키는 국민들의 알 권리와 직결되기에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수 백 개의 밥그릇을 가진 사악한 무리들이 하나 뿐인 것을 빼앗으려는 야비한 짓거리를 해대는 게 문제지요. 포항MBC 지부장님과 이런 저런 고민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언론악법 날치기 헌법 소원과 관련해 신경이 곤두 서 있더군요.



헌법재판소가 야간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처럼 상식이 통하는 판결만 내린다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이명박 정권의 눈치를 봐 엉터리 결정을 한다면 ‘싸울 기력조차 없다’고 합니다.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헌법재판소가 지는 게 당연하죠. 불과 2년도 안 되어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 기절초풍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 자식들을 이런 세상에 살 게 할 수 없기에 오만방자한 정권을 향한 투쟁의 고삐를 결코 늦출 수 없다고 믿습니다. 불안한 우리 노후를 쟁취하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합니다.


부산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를 따라 울산으로 향하는 길에 약자인 자전거는 안중에도 없이 마구 달리는 자동차 행렬의 엄청한 횡포를 느끼면서 울산에 도착했습니다. ‘울산본부장 칭구 님’의 마중을 받았습니다. 맛 있는 동태찌개를 회원들과 같이 먹고 숙소로 향하기 전 오늘의 숙제를 합니다. 많은 분들의 정성으로 움직이기에 ‘일일 보고서’ 작성은 당연한 의무지요. ^^ 내일은 다음 행선지인 부산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와 후배들이 있어 점심과 저녁 약속을 따로 잡는 호사를 누립니다.


추 신: 많은 분들의 격려 문자를 받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도중에 받거나 주위가 시끄러워 늦게 확인한 탓에 일일이 답신을 못해 드려 죄송합니다. 주말과 일요일은 부산에서 보내고 월요일 다음 목적지인 창원으로 출발합니다. 고물 자전거로 장거리를 이동하다 보니 벌써 2번이나 고쳤습니다. 짐을 잔뜩 실은 탓에 과부하가 걸려 움직이는 게 조금 늦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