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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경제

외환위기 본격화, 한국 더 이상 못 견딘다.

 

‘원화 가치 전투에서 패배’…보도 나온 날 금융시장 경색


영국의 유력 신문인 ‘더 타임스’는 1일 “한국은행이 미국의 공공 모기지 기관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에 투자한 채권에서 손실을 봤고 한국 정부는 원화 가치를 지키려는 전투에서 패배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은 본격적인 외환위기로 떠밀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의 이와 같은 보도는 국내에서 ‘9월 위기설’이 한창인 가운데 나왔다. 이 기사는 영국 런던에서 쓴 게 아니라 서울 발이라 더 현장감 있는 소식이다. 보도가 나온 날 공교롭게도 한국 금융 시장은 아비규환 상태에 빠졌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금요일보다 무려 4.06% 폭락한 1414.43, 코스닥은 6.61% 내려 439.21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27.0원 폭등해 1116.0원에 마감됐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프레디맥과 패니메이뿐 아니라 미국의 각종 공사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는데 외환보유고 가운데 500억 달러의 유동성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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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위기설’ 첫날, 외국인 투자자 이탈 초비상(사진:한겨레신문)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구두 개입 및 재정 수단으로 시장 흐름에 맞서 싸웠고 결국 쓸데없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지난 6월에만 200억 달러를 날려 버렸다. 강만수의 금융대책이 잘못이었음을 드러냈다. 이 신문은 “지난 여름 화물운수 노동자들의 파업과 대규모 가두시위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는데 이는 경제가 문제 있다는 대중들의 우려를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 개입 실패로 달러 대비 한국의 원화 가치는 지난 달에만 7%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국 원화가치는 지난 44개월간 가장 약세다. CLSA(크레디리요네증권)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이제 문자 그대로 한국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더구나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달 말에만 한국 채권 67억 달러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만약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진다면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470억 달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시장 국가의 경우 9개월간의 수입을 감당할 만한 외환을 보유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른다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3200억 달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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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더타임스’는 1일 ‘한국의 금융 상태가 대단히 심각하며, 검은 9월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오마이뉴스)


“외환보유고 대부분은 모기지 관련…외부 충격에 취약”


HSBC의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더릭 노이만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단기 외채대비 한국의 외환보유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의 외채는 2156억달러. 이는 한국의 외환보유고로 명목상 100% 커버가 가능하지만 미국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위기 때문에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노이만은 “한국 외환 보유고의 상당 부분이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이 아니라 미국의 모기지 관련 증권”이라며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한국 외환 보유고의 상당 부분이 심각한 비유동성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한국은 외부 충격에 훨씬 더 취약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 단기 외채 대비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정부 당국이 말하는 것처럼 안심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는 곧 한국 정부가 외환 방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CLSA의 시니어 이코노미스트인 샤밀라 휄런은 "현재 한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감안한다면,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얼마나 빈약한지 깨닫게 된다면, 그들은 곧장 한국을 버릴 것이며 원화 가치는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상황 깨달으면 곧장 한국 버릴 것’


급등하는 물가와 막대한 가계 부채도 한국 경제에 또 한 가지 불안정성을 더한다고 ‘더 타임스’는 밝혔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 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월스트리트를 강타했던 것과 같은 신용 경색에 의해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파괴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소가 곳곳에 늘려있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불량 대출·연체 비율·파산이 증가할 것이며, 한국의 몇몇 대형 상호저축은행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더 타임스’는 기사를 끝맺었다.

정부는 금융위기설과 관련해 “외채 증가에 따른 위험성은 매우 낮다”며 시장 안정에 나섰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외국인들이 달러 매수세를 주도하고 국내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매수세에 가담하면서 환율은 거침없이 상승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 급등과 ‘9월 위기설’에 대한 불안심리로 주식시장에서 3600억원이 넘는 순매도 주문을 쏟아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환손실을 피하려는 환헤지 거래가 늘고 있어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