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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에서 듣는 생명의 소리

 

제법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걸 보니 이 곳 달비골의 여름도 모퉁이를 돌아 달아날 채비를 하는 가 봅니다. 그렇지만 아직 매미 소리가 요란한 것을 보니 그리 녹록치 않은 것 같습니다. 새벽부터 밤새도록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도심의 삶에 찌든 우리들의 귀를 맑고 즐겁게 해 줍니다. 아름답기 그지없던 앞산 달비골의 계곡은 계속된 삽질로 점점 파괴되어 보는 이들의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농성장 가까이 찾아와 우는 새들의 소리는 ‘우리 함께 살아요’라는 절규와 같습니다.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비골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바람이 틀리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곳의 바람은 확연히 다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멀리서 들려오는 들짐승의 소리 가운데 고라니가 우는 소리도 들립니다. 텃밭을 일구는 분들로부터 ‘노루가 지나간 흔적이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니 생태 보존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지요.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위태롭게 되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많은 짐승들이 더욱 요란스레 우는 가 봅니다. 자연은 인간 없이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알아야 합니다.


이런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깡그리 무시하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자연파괴’를 해댑니다. 오직 ‘돈 벌이만 된다면 어떤 생명이라도 죽이겠다’는 것이죠. 그들의 귀에는 뭇 생물의 애절한 절규가 들릴리 없고, 보금자리를 하나 둘 빼앗겨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는 생명의 아픔이 느껴질리 만무하지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인가 봅니다. 달비골 들머리에 아직은 상수리나무가 있어 인근 주민들이나 등산객들이 오가며 쉴 수 있지만 저것마저 밀어버린다면 사람들의 발길은 뚝 끊어지고 말 것입니다.


시민들의 휴식처를 파괴하면서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는 대구시의 의도대로라면 이곳은 머지않아 죽음의 골짜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뭇 생명들과 더불어 같이 살아가려는 이 작은 소망마저 밟아 버리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당장 미친 삽질을 그만두고 그대로 둔다면 자연은 빠른 시간 내에 제 자리를 찾아가는 복원력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요란스레 우는 매미 소리는 이제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절규인 것 같아 더욱 애처롭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