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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민중

자식 취직 문제로 타들어 가는 부모들의 속


 

열심히 공부한 우리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행여 내 새끼가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노후에 대비한 돈까지 털어 과외 시켜가며 대학 보냈건만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가는 게 현실입니다. 근무 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 불법 체류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기껏 있다는 일자리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만 갑니다. 이런 현실을 두고 “젊은 것들이 힘든 일 하기 싫어서 그런다”고 하지만 OECD가입 국가 중 노동 시간이 가장 길고 노동의 강도도 높습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피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ㆍ공무원에 목을 거는 이유는 출발이 차이 날 경우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결정될지 너무 잘 알기에 몇 년씩 미루면서까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흔히 노가다로 부르는 건설 현장의 경우 예전보다 사람 대접받는 게 사실이지만 하루 2명 넘게 죽어나갈 정도로 위험합니다. 산재 처리를 하지 않고 합의를 봐서 그렇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쳤다 하면 중상인 그런 위험한 현장에 자식을 보낼 부모가 과연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만든 산업안전보건법은 솜방망이라 사망 사고가 아니면 책임자는 감옥가지 않습니다.


패션디자이너라는 청운의 꿈을 안고 전국 곳곳에서 관련 공부를 한 청년들이 쏟아지지만 일자리는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처음 가면 천 나르는 일부터 시작하는 그야말로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 퇴근하면 파김치가 되고 맙니다. 아무리 젊어도 시다 몇 면 하면 온 몸은 골병들고 맙니다. 골병들었다고 산재 처리 해 달라는 말을 꺼냈다가는 그 바닥에서 퇴출 각오해야 됩니다. 철저한 도제 방식이라 선생님(디자이너)에게 잘못 보이면 그 길로 집으로 가야하는,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르는 치외법권 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느질 하다 손가락 찍히는 건 흔한 일이고요.


이런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진보정당은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자고 아무리 외쳐도 허공의 메아리일 뿐 재벌과 정권은 묵묵부답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청년실업 문제를 반드시 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쉰 줄에 들어선 우리가 영원히 칼자루를 잡고 있을 것이란 착각은 버려야 합니다. 취직이 안 되니 결혼은 커녕 연애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늙은 우리 세대를 가만히 둘까요? 우리 노후가 결코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취직 문제 때문에 휴학하는 대학생들이 급증하고, 비싼 돈 들어가는 어학  연수는 필수가 된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렇다고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정보 기술의 발달로 ‘고용없는 성장’이 계속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내 자식의 문제를 내팽개치는 게 부모가 해야 할 짓입니까? 결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혼자 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꾸면 현실로 된다’고 한 어느 생명신학자의 말처럼 우리들의 고민을 모아야 합니다. 등골이 휘청거리는 살인적인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문제는 결코 개인이 해결할 수 없습니다. 취직 못해 가슴 졸이는 내 자식과 후손들의 문제를 방치한다면 ‘못난 부모’란 소리 말고는 들을 게 없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말을 사족으로 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