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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민중

쌍용차 공장은 ‘화려한 휴가’가 시작된 학살의 현장

 

제2의 광주학살 ‘화려한 휴가’를 멈추라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 생각조차 떠 올리기 싫은 1980년 광주학살의 ‘화려한 휴가’가 2009년 8월 대한민국 경찰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옥쇄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그냥 진압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특수부대가 무차별 집단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테러 진압과 국가 주요 시설 경비 및 요인 경호가 주 임무인 경찰특공대는 노동자들을 방패와 쇠뭉치로 내려찍으며 사정없이 발로 짓밟고 있다. 이것이 경찰의 임무가 맞는지 아무리 눈 닦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1월 20일 서울 용산에서 세입자들을 무참히 죽이고도 정신 차리기는 커녕 아직 그 짓을 되풀이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란 게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살 수 없다.



평택은 2006년 5월 4일 평택 대추리에 경찰 1만3000여 명, 용역 1200여 명, 군인 2000여 명이 들이닥쳐서 집과 땅이 미군 기지로 강제 수용되는 것에 반대하던 주민들을 쫓아냈다.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무장병력을 투입해서 반대하는 주민들을 진압하자고 작전명 ‘여명의 황새울’을 제안했다. ‘신동아 2008년 10월호’는 “대추리 시위 사건 때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군 병력을 무장시켜 시위 현장에 투입하는 진압 작전 계획을 보고하자 국방부 관계자들 조차 뒤로 자빠질 정도로 놀랐다.”고 전했다. 이상희 장관은 이 보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신동아의 보도가 사실로 믿을만하다’고 판결했다. 이상희 같은 이명박 정권 각료들 눈에는 국민들이 제거해야할 작전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질긴 놈이 이긴다’는 글귀를 천막에 붙여 놓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대추리 주민들은 결국 이곳저곳으로 모두 쫓겨나고 말았다. 그러나 평택의 고통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쌍용차를 둘러싸고 더 큰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쌍용차 사측에서는 쌍용차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2600여 명이 정리 해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테면 열심히 일하던 노동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인간쓰레기 신세가 되어 버려지게 되었다. 죄라고는 열심히 일한 것 뿐인데 졸지에 쓰레기 신세가 된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노동자들에 대한 이간질을 멈추어라!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느닷없는 정리 해고 조치에 의해 두 패로 갈라지고 말았다. 하나는 거대한 쌍용차 공장의 한 건물을 점거하고 끝없는 농성에 들어간 해고 대상 노동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공장의 대부분을 장악해서 농성 노동자들을 포위하고 항복을 요구하는 비해고 대상 노동자들이다. 참으로 끔찍하고 안타까운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동료이자 친구로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던 사람들이 졸지에 ‘적’으로 갈려 생사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비해고 대상 노동자들은 농성에 들어간 해고 대상 노동자들을 공공연히 ‘적’으로 부르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해고 대상 노동자들의 가족들과도 욕설을 퍼붓는 험난한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정문을 봉쇄한 이른바 ‘사측 노동자들’의 반응은 끔찍했다. 그들은 어떤 약과 물의 제공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커다란 스피커들이 여러 개 장착된 방송차를 동원해서 의사들의 기자회견마저 격렬히 방해했다. 이명박 정권의 주구인 경찰도 기자회견을 좋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순찰차에서는 의사들의 기자회견이 차량의 통행을 가로막는 집회라며 강제해산하기 전에 길에서 물러나라고 연신 외쳐댔다. 그것은 기자회견을 중단하라는 노골적인 협박이었다.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사람이다. 그들도 당연히 인권의 주체이다. 그러나 ‘사측 노동자들’과 경찰에게 ‘약과 물을 제공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의사들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농성자들이 점거하고 있는 건물의 옥상에 쓰여 있는 ‘대화를 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우리를 죽여라’는 처절한 글귀는 보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처절한지 알 수 있다. 노동자를 노예로 여기던 박정희의 유신독재나 전두환의 5공 독재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800명의 노동자들이 공장의 한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극히 문제적인 것이지만, 그들에 대한 '사측 노동자들'과 경찰들의 태도는 더욱 더 문제적인 것으로 보였다.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잠자리들마저 한가로워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숲 속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마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쌍용차는 거대한 반인권의 현장이었다.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을 공동묘지로 만들지 마라!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협상 결렬’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하자’고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진보신당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연대해 학살의 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경찰은 4대의 헬리콥터를 동원해서 발암성 최루액을 뿌렸고, 그 흔적은 쌍용차로 들어가는 길목의 여기저기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 경찰은 무자비한 진압 작전을 하고 있다. 쌍용차 사태가 ‘제2의 용산 참사’를 넘어서 ‘제2의 광주 학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진정한 대화와 타협은 농성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존중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 밥과 약과 물의 공급을 끊고 무조건 항복할 것을 요구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그들은 이런 일방적 태도로 농성자들의 항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모한 진압으로 말미암아 화재가 발생해서 수 백명의 사람들이 타죽는 불상사가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농성자들을 죽여서라도 정리해고를 달성해야 하는 것인가? 문제의 발단은 경영진과 정부다. 특히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대화와 회생을 위한 어떤 적극적 조치도 거부하고 오로지 경찰력만을 투입시켜 노동조합을 말살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책임은 너무나 크다. 그들은 정녕 노동자를 양방향의 소통 주체가 아니라 일방적인 홍보 대상으로만 보는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서민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노동자는 ‘서민’이 아니라 노예요 전리품이란 말인가?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종신고용은 이미 오래 전에 옛이야기가 되었다. 노동자들에게 정리 해고는 언제나 나의 일이 아닐 수 없게 되었다.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을 위한 노력만으로는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해고자, 실업자, 비정규직의 증가는 엄청난 불안의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을 주체로서 존중하는 기업과 사회 개혁을 위해 헌신하는 노동운동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어설픈 재벌 친화정책으로 국민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 쌍용차 공장을 공동묘지로 만드는 제2의 광주학살을 그만두라. 제발 ‘화려한 휴가’ 작전을 접고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마라. (프레시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