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화의 시점과 장소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이라는 애매한 말로 갈음해 구체적인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고 당초 교섭에 동석하기로 했던 송명호 시장과 원유철(한나라당) 정장선(민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 등 중재단도 교섭에서 배제했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화의 시기를 못 박지 않은 것은 대화의 의지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산 매각을 통한 파산 절차를 정부와 사측이 심도 있게 논의하면서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재단의 한 사람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도 “사측이 대화의 의지가 없다”며 “사실상 협상이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도 노조의 정리해고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극적 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류재완 상무는 “어제 회의에서 나온 노조의 무급 순환휴직 제안은 결국 정리해고는 한 명도 없이 모든 이의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리해고를 일부라도 수용하고 그 안에서 협의를 해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 자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측은 핵심 쟁점인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타협점을 찾으려면 해고자 숫자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이미 희망퇴직 등으로 1천800여명의 구조조정이 진행됐으니 무급휴직 등으로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무조건 정리해고를 수용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한명이라도 잘라야겠다는 것이냐”며 “사측이 공권력 투입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대화에 응해 평화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20일부터 공장 안에서 노조와 경찰, 사측이 고용한 용역깡패들이 충돌하면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것을 핑계 삼아 경찰은 병력 투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중재단은 “이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중재단이 대책회의를 계속해 타협안을 내놓고 양측을 설득하면 극적 타결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말 쌍용자동차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 하기를 원한다면 음식물 차단과 단수 조치부터 풀고, 다친 사람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부터 하지 않으면 옥쇄 파업 중인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협상하자’는 사측을 전혀 믿지 않을 것이다. 용역깡패를 공장에서 내 보내고 경찰 병력도 최소만 남겨두고 철수하고, 헬기 저공비행으로 노동자들을 자극하는 비열한 짓부터 그만두어야 한다. 상식부터 지키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임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사협상을 하는 중에 취재 기자를 감금하고 용역깡패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니 대화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