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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에 폭우가 쏟아진 날 새벽에.


 

낮에는 날씨가 개었다 흐렸다 장마철 특유의 변덕을 부리더니 밤이 되자 비가 제법 쏟아졌습니다. 그냥 비 오는 게 아니라 얼마나 퍼부어대는지 농성장 천막에 폭격을 하는 것 같더군요. 비가 적당히 오면 자연의 흥취를 느끼면서 잘 수 있지만 너무 많이 오니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다 불어대는 바람은 천막을 송두리째 뒤 흔들어 대어 ‘이러다 날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잠을 설치다 새벽에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비가 그친 새벽 평안동산 쪽으로 올라가려는데 평소 다니던 길이 배수로로 변해 물이 콸콸 흘러내려 다른 길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구잡이 삽질을 해댄 공사 현장 절개면에 엉성하게 배수로를 파 놓아 산에서 쏟아지는 물이 넘쳐 임시 배수로가 터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는 태영건설이 태풍에는 대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월곡지에는 엄청난 물이 넘쳐흐르고 있었습니다. 물이 넘쳐흐르는 소리가 마치 우리를 향해 “예전처럼 흘러 가도록 해 달라”고 절규하는 것 같았습니다. 파괴된 계곡에는 예전의 맑은 물은 간데없고 흙탕물만 가득 차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이라고 그냥 두면 자연은 빨리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복원력을 회복하건만 권력의 탐욕과 건설회사의 끝없는 욕심은 가만두지 않습니다.



구약성서의 시작인 창세기 설화 첫 장을 보면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후 ‘보기에 좋았더라’는 고백이 나옵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좋았으면 그런 고백을 했을까 곱씹어 봅니다. 바벨론(지금 페르시아만)에 포로로 잡혀가 중노동에 시달리던 노예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를 격려한 고백인 것 같습니다.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자연을 파괴하는 자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벌이 분명히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물의 절규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귀에는 듣기지만 파괴하는 자들에게는 듣길리 만무하죠. 천막 주위에는 배수로를 파 놓아 다행히 피해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