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6월 1일 낮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영정에 절을 하고 있다. 분향소 옆으로 지난 30일 새벽 경찰이 강제 철거한 예전 분향소의 잔해가 흐트러진 채 놓여 있다. (사진: 한겨레신문)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경찰에 의해 고의로 철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해명한 것과 정면 배치됩니다.‘칼라TV’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경찰이 지난 5월 30일 새벽 서울광장에 모여 있던 시민을 강제로 해산하며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도 동시에 철거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300여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의경들은 일부는 대한문 앞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었고 나머지 일부가 분향소 천막을 철거했습니다. 현장 지휘관으로 보이는 경찰은 한 손에는 지휘 마이크를, 다른 한 손에는 무전기를 들고 당시 상황을 지휘했고요. 경찰 지휘관은 의경에게 ‘야, 저쪽 것도 다 걷어, 이거 들어내. 저쪽으로 빨리 들어내’ 등을 지시하며 의경들이 천막을 철거하도록 지휘했는데도 현장의 실수라고 하는지 정말 무책임하고 야비한 인간입니다.
지난해 육군전환 복무를 신청했던 전경인 이계덕 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의경들이 작전지역을 벗어났다면 수백 명을 탈영으로 처벌하고 지휘관은 근무지 이탈을 지시하고 방조한 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반박하며 주 청장과 공개토론을 제안했습니다. 이 씨는 “날이 새도록 말을 잘 듣던 전의경들이 왜 그때 '집단 탈영'을 계획하고 굳이 분향소를 때려 부수게 되었느냐”며 “최소한 서울지방경찰청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의심했습니다. 직접 지시는 하지 않았다면 윗선의 묵인 하에 현장 지휘관들이 판단해 저지른 짓이니 최고 지휘관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칼라TV 동영상 사진. 지휘관으로 보이는 경찰관이 한 손에는 마이크, 다른 손에는 무전기를 들고 전경들에게 지휘를 하고 있다. (칼라TV 화면캡쳐)
이에 대해 주 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부 의경부대가 이동 중 실수로 천막이 무너진 부분이 있었고 이에 대해선 어제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혀 오리발 내밀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는 또한 전경 버스로 봉쇄된 서울광장 개방 문제와 관련해 “법률적인 문제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혀 당분간 광장 봉쇄를 계속할 방침을 시사했는데 이 또한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접 지시한 것인지 상부의 지시인지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시키는 대로 한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정말 야비한 지휘관입니다.
참, 육군이나 해병대는 병사들이 근무하는 현장을 지휘관들이 직접 찾아가 위로도 하고 애로 사항도 듣고 하는데 주상용 청장은 현장에 가 보기는 했는지 모르겠군요. 군대의 경우 사병이 사고를 치면 최소한 대대장까지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기 때문에 사고 발생을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늦도록 지시에 따른 부하들을 찾아가 위로의 말이나 한 번 해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상황이 끝나고 늦게 귀대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다음 날 다시 현장에 투입되는 전의경들의 고충이라도 한 번 들어 보세요. 치사하게 책임 전가나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