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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을 두고 문경 새재로 간 목회자들

 

문경 새재에서 목회자들이 전국순회 걷기 명상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것도 일반 목회자들이 아닌 ‘정의평화’를 실천하려는 분들이 말이죠. 이런 행사는 고난 받는 이웃이 있거나 구체적인 어려움이 있는 현장에서 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들의 거룩하신 목사님들은 전망 좋은 산골 위에서 ‘초막 셋을 짓고 여기에서 삽시다.’고 한 베드로와 같은 일을 되풀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베드로가 그 말을 꺼냈다가 예수로부터 ×나게 깨졌죠.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이 네 눈에는 안 보이느냐? 배신자 같은 놈’이라며 곡소리 나게 깨진 것을 모르지 않을 분들이 왜 그러는지 같은 예수를 따라 가려는 사람으로서 갑갑합니다.


▲ 가침박달은 꽃봉오리, 꽃, 열매가 모두 아름답고, 특히 산능선 위쪽에 자라는 나무에서는 이만큼 화려하고 보기 좋은 꽃이 드물답니다. 달비고개에서 앞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5월 중순경에 핍니다. 능선에 가면 가침박달이 보호식물이라고 안내판도 되어 있습니다.


대구ㆍ경북에서 하느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자연을 부수려는 미친 짓에 저항하는 선한 싸움은 이곳 달비골 말고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아는데 현장을 놔두고 문경새재에서 도 닦으려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도심 인근에 무주덕유산국립공원만큼이나 많은 생물이 서식할 정도로 아름다운 달비골을 개발이란 거짓말로 포장해 강제 철거하려는데 저항하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힘을 돋우어 주는 것 만큼 더 좋은 현장 심방이 없는데 말이죠. 목회를 하다보면 심신이 지쳐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때가 없는 게 아님을 모르지 않으나 경치 좋은 곳에 ‘구경간다’는 오해를 받기에 딱 좋은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달비골로 달려오신 분도 있습니다만.


하느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작품을 토막 내려는 미치광이 짓에 ‘아름다운 저항’을 하기 위해 경부운하 예정지를 돌면서 ‘생명의 강을 살리자’고 걸음을 옮기며 경부운하 저지 투쟁의 불길을 당긴 노고를 모르지 않습니다. 꽃샘추위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걷고 기도한 그 노력이 구체적인 현장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라도 앞산 달비골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곳에는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 상수리나무 위에 작은 성을 짓고 하느님의 명작을 지키기 위해 기도하고 있기 때문에 심방을 겸해 찾아온다면 더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광란의 질주 현장에서 기도하고 몸으로 부딪치는 사람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앞산 달비골로 형편이 되는 대로 발걸음을 돌려주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