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를 마친 후 체인톱 엔진소리가 들리는 벌목 현장으로 갔다. 상수리나무 위에서 보고 있자니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얼마나 서로 부딪치고 싸울지 걱정이다. 차라리 밑에 내려가 같이 싸우면 오히려 마음 편하련만 상수리나무 위에서 보고 있다니 편하지 않다. 그렇지만 ‘나무 위 농성장’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에 마음을 진정시킨 후 인터넷을 통해 올릴 글을 썼다. 이럴 때 누리방(블로그)이 일인 언론매체로서 큰 역할을 한다. 이면지에 적어 놓은 것을 바로 자판으로 칠 수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만약 독수리 타법이라면 서너 시간을 헤매야 할 일을 3~40분 안에 끝내고 문구 수정을 했다.
점심시간 무렵 벌목잡업을 하던 사람들도 지쳤는지 조용해 졌다. 새벽 캄캄한데 벌목작업을 시키는 것은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매우 위험한 짓이다. 하루 일당을 받아야 하는 벌목노동자들에게 돈 몇 푼 더 준다며 미끼를 던져 자신의 배만 채우려는 건설자본 태영건설의 탐욕을 욕하지 않을 수 없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오후2시 20분 무렵 태영건설 직원들이 철수를 했다. 잘려나간 나무들을 사진으로 보니 참혹하기 그지없다. 자르고 부수는 거야 순간이지만 수십 년을 키워야 하는 생명을 저렇게 무참히 없애도 되는지 입에서 욕 밖에 나오지 않는다. 벌목 현장도 그냥 비닐 줄 하나만 묶어 놓았을 뿐 안전에 대비한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불법행위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순간의 편리와 돈 벌이에 눈이 멀어 당장의 단물만 빨아 먹고 차 버리는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없는 파렴치한 짓이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상 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감고 귀를 틀어막고 오직 부수고 콘크리트만 갖다 부어 댄다. 이런 세상 만들려고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 잃고 피눈물 흘린 게 아닌데 갈수록 태산이다. 그러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 하듯이 비록 늦을지 모르나 발걸음을 옮긴다. 비록 더디 가더라도 결코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는 소의 우직함처럼 생명을 지키는 일인 ‘앞산터널저지 싸움’에 내 몸을 맡긴다. (2009년 2월 24일 ‘나무 위 농성’ 73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