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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에서 2월의 첫날 보내는 편지


 

어제는 제가 상수리나무 위로 올라온 지 31일째로 한 달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올라오게 되었는데 한 달이 되는 동안 ‘나무 위 농성’이 차차 적응해가는 것 같습니다. 인천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150일 동안 나무 위에서 살았다는 걸 ‘기적’으로만 알았는데 제가 적응하는 걸 보니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자동차 소음만 없으면 도 닦기 딱 좋아 내려가기 싫어할지 않을까 되레 걱정이네요. 날씨가 제법 따뜻해 진 걸 보니 봄이 가까워 옴을 느낍니다. 날씨 탓인지 다소 긴장이 풀려 감기가 오지는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추우면 긴장해 조심을 하지만 느슨해지니 세균은 그 틈을 노리는 것이지요. 생명 하나하나의 소중함과 존귀함을 느끼는 이 골 달빛고운 마을 달비골, 시립기도원을 제공해 준 김범일 시장이 고맙긴 하지만 무식한 짓 그만 두기를 기도합니다.

앞산터널은 서로 생각이 다른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임에도 ‘서로 견해가 다르다’는 사기를 치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지요.
이런 무식한 짓을 저지르면서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무리들을 보고 있노라니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확신은 총살로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 영국의 학자 로렌스 올리비에의 말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말이라 달비골을 찾아온 많은 등산객들과, 손에 손 잡고 아이들과 같이 나들이 온 인근 주민들의 자연공원을 빼앗아 가려는 사악한 무리들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자동차 소음기를 제거한 소음폭주족들이 더 설치는 것 같군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희열을 느끼는 저 광란의 짓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을 봅니다. ‘‘지금은 우리 땅, 빼앗으려는 곳에도 봄은 분명 오고 있습니다. 오는 봄을 믿기에 다시 힘을 내고 이 자리를 지키려 마음을 다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