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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주권운동

MBC가 있다는 건 이명박 정권에게 공포를 넘어 쓰나미와 같다.


 

가히 이명박 세상에 한나라당 세상이요 조중동 세상이다. 뭐든 그들 생각대로다. 그 구상에 조금이라도 걸림이 되는 것은 뭐든 솎아낸다. 말로 안통하면 협박하고 그게 안 먹히면 여러 기관을 통해 전 방위적인 공세를 가한다. 방어가 예상보다 강력하면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강제로 들어낸다. 경찰 투입이 여의치 않은 경우엔 악랄한 선전전과 여론조작으로 사정없이 집단폭력을 가한다. MBC가 조중동의 악의적인 비난 쓰나미에 시달리고 있다. ‘PD수첩’ 사태 때도 그랬지만 요즘 들어 그 수위가 부쩍 높아졌다. ‘MB악법’에 홀로 맞서 결사 투쟁하는 MBC를 이참에 확실히 정리해 버리자는 그런 속셈일까. KBS를 위시해서 거의 모든 방송사들이 넘어간 마당에 ‘승리의 마봉춘’마저 무릎 꿇려 언론장악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그들의 발상이 섬뜩하고 무섭기만 하다.


 ▲ ‘언론장악 7대 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언론노조의 총파업에 선봉에 선 MBC노동조합의 파업 현장.


‘언론장악 7대 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12월 25일을 전후해서 조중동이 MBC를 타격하기 위해 쏟아낸 사설과 칼럼은 모두 9편, 동아일보가 사설 3편에 칼럼 1편을 내보내 선두에 섰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사설 3편과 2편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겨레 그림판이 ‘조중동 신기전’으로 표현한 그들의 파상공세를 훑어보자. 동아일보는 12월 22일 사설 “MBC와 KBS, ‘전파는 국민의 것’ 자각부터 하라”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비판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이런 뉴스부터가 국민 소유인 전파를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를 위해 쓰는 것”이라고 깎아 내렸다. “신문방송 융합이 여론 독과점을 낳을 것이라는 MBC의 주장은 인터넷과 케이블 미디어가 만발한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그러면서 ‘MBC의 정명(正名)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말을 인용,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송을 해왔는지’ 스스로 돌아보라며 MBC의 자아비판을 촉구했다. 그러나 KBS에 대해서는 말미에 현 이병순 사장과 무관한 ‘경영악화’ 등을 잠깐 언급하는 선에서 그쳐, 제목과는 달리 사설의 노림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케 했다. 동아일보는 또 12월 26일 ‘언론노조ㆍMBC 기득권만 지키려는 총파업’ 사설을 통해 파업을 선도한 MBC노조를 극렬하게 성토했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재벌신문과 거대재벌에 통 채로 넘겨주려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악의적인 왜곡 선전에 불과”하며 “진입장벽을 쌓아놓고 독과점 이익을 챙기려는 조직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사설의 변(辯)이다.


▲ 언론노동자들이 있어야 할 곳은 차가운 아스팔트 위가 아니라 방송국과 신문사 아니면 취재 현장이다. 엄동설한의 추위도 마다하지 않고 거리로 나온 언론노동자들의 집회에서 노래 부르는 MBC노조원들의 모습.


MBC파업을 ‘밥그릇 싸움’으로 폄하하는 동아일보 시각은 12월 29일자 사설에서 더 뚜렷이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그들만의 방송’ 국민 위해 개혁해야 한다>에서, MBC노조가 전면파업에 나선 것은 “민영화할 경우 고액 연봉과 ‘철 밥통 일자리’ 같은 기득권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고, KBS의 파업 외면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란 식으로 풀이했다. MBC노조에 대한 동아일보의 혐오감은 해를 넘겨 작성된 홍찬식 논설위원의 칼럼 <괴물 MBC>(2009.1.2)에서 극에 달한 느낌이다. 1959년 개국한 부산MBC를 만든 김상용 씨가 “요정 카바레 장의사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다”는 것까지 들춰낸 홍씨는 현재의 MBC를 봉준호 영화 ‘괴물’에 비교하면서 이렇게 매듭지었다. “우리에게 이런 방송이 있다는 건 공포를 넘어 재앙이다.....”


중앙일보의 독설도 동아일보 못지않았다. 중앙일보는 ‘미디어법 반대 파업은 집단이기주의다’(2008.12.27) ‘밥그릇 지키기 파업, 뉴스 시청률은 꼴찌’(12.31)라는 두 편의 사설을 통해 신문 방송 겸영을 반대하는 MBC 파업을 ‘오만과 독선’으로 몰아붙이면서 “밥그릇 껴안기 파업을 그만두고 정파성ㆍ상업성ㆍ무책임성에서 자유로운 프로를 제작할 방안이나 고민하라.”고 훈수까지 둔다. 그러나 뭐라 해도 역시 ‘말빨’ 하면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12월 22일과 30일, 그리고 1월 2일 연속으로 올린 세 편의 사설에서 파업에 앞장선 MBC를 겨냥, ‘주인도 없는 회사’ ‘언론기관이 아니라 투쟁 이념을 버리지 못한 노조가 이끌어가는 해방구’ ‘방송 기득권 사수 선전탑’ ‘한물간 386 잔당들이 머물고 있는, 국민의 바다에서 고립된 외딴섬’이라고 폭언을 퍼부어댔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KBS 창사30주년 리셉션에서 축사한 몇 마디를 거두절미하여 ‘권언유착’의 산 증거‘(2003.3.6)라고 입에 거품 물던 조선일보가, 방문진 기념식장에서 MBC의 지난 1년을 질책한 최시중 방통위장의 발언을 감싸고도는 낯 뜨거운 풍경도 여과 없이 노출했다(PD수첩 왜곡. 2008.12.22). 특히 ‘MBC 파업 길어지면 MBC 채널도 잊혀 지게 될 것’이라는 12월 30일 사설에서 “국민 입장에선 MBC가 파업했다 해서 불편한 건 하나도 없다. 채널을 돌려버리면 그만이다”고 조롱하는가 하면, 1월 2일 사설 ‘MBC 연기대상, 아까운 전파로 중계나 말든지’에선 송승헌과 김명민 공동수상으로 끝난 MBC 연기대상 논란까지 꼬집기도 했다.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이들 신문사들과 MBC노동조합이 선두에 서서 벌이고 있는 총파업 싸움에서 과연 누가 이길까? 여기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언론노조의 파업이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