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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주권운동

언론노조의 총파업에 빠진 언론인의 무식과 비겁


YTN에서 시작해 KBS로 차분히 언론계를 정복해나가던 정권이 이젠 방송 민영화를 통해 MBC 정복에 나섰다. 민영화란 말은 그럴듯하지만 사실 그 속내는 뻔하다. 수구 자본에 방송계를 넘겨 완벽하게 국민에 귀와 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독재자들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언론장악이고 그에 걸맞게 이 정권도 언론 장악 마무리에 나선 것이다. MBC노조는 즉각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자, 이때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직원들의 파업 참가 여부와 지속 여부다.


조합원들은 참가한다고 하지만 비조합원들은 참가하지 않는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비조합원들의 대표적인 논리는 이런 거다. ‘정치적인 것에는 관심 없고 오직 일만 열심히 하겠다. 나는 단지 시키는 대로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럼 과연 그럴까? 시키는 대로 일만 열심히 하면 언론인으로써의 소명을 다하고 자기 본분을 다하는 걸까? 열심히 일만한 당신이 정말 아무 잘못이 없는 것 같으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자기 혼자만 놓고 보면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면 그것으로 충분히 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며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당신만의 착각일 뿐이다.



이 사회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방송의 공공성을 따질 때는 더더욱 그렇다. 당신 스스로는 혼자 묵묵히 열심히 산다는 것이 잘하는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무임승차라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누리는 직장에서의 권한과 급여 수준 역시도 누군가가 노력해서 이뤄낸 고통의 결과물이다. 당신은 당신이 잘 나서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임단협이나 노동법이 없으면 지금의 높은 급여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해도 훨씬 더 높은 강도의 고통을 요구한다.


그래서 당신은 은연중에 누군가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단지 열심히 일만할 뿐이라고 말한다. 언론과 방송의 역할은 무엇 인가. 원하건 원치 않건 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을 종사하는 사람이 그런 역할의 중요성과 객관성에 대한 관심 없이 단지 자기 일만 열심히 하겠다고? 그건 아직도 자신의 일에 대한 진지한 직업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방송국에서 열심히 노력 했다면 당신 자신만을 위해 일하는 것 뿐 이기에 다른 건 상관없다고.


문제는 당신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그것 때문에 그 방송을 보는 수많은 국민들이 은연중에 피해를 본다는 것에 있는 것이다. 방송이 권력의 나팔수가 되어 독재에 핍박 받으면 당신이야 월급 받아서 좋겠지만 핍박 받는 나머지 국민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 가. 아직도 그것을 모르나. 그래서 언론에서 열심히 일한다면 단지 열심히 일만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 이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것까지 노력 하는 것이 당신 직업의 특성이다.



자기 일만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자기만 살아남겠다는 그런 비열한 속마음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말이 있다. 그들이 쓰는 가장 상투적인 말은 성실과 근면, 조직에 충성 이런 부류의 말이다. 그들은 그런 것들은 직장인의 미덕이라고 말하며 그런 것들이 있어야 조직이 살아남고 발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 자신 스스로는 결코 조직을 위해 동료를 위해 결코 희생하거나 조직을 위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욕심과 자기 자리의 유지뿐이다.


이미 KBS는 그런 논리로 자신들의 자리를 위해 조직을 팔아먹고 공공성을 팔아먹었다. 몇 년 전 그렇게 유난을 떨며 공정한 방송을 위해 사장을 갈아 치워야 한다며 가열 찬 투쟁을 하던 그들의 기개는 모두 어디 가고 권력에 빌붙어 비굴한 모습만을 보인다. 지금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도 바로 열심히 맡은 일을 하자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닌 가. 맞다. 초등학교 때 흔히 쓰던 말이다. 그런 수준이 지금의 대한민국 공영 방송이다. 그래도 공영 방송이라고 수신료 올려야 한다고 떠든다. 이렇게 당신들이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덕분에 국민들은 더더욱 열 받게 된다.



아는 사람은 모두 안다. 그 열심히 하자는 말이 방송의 본래 목적인 공공성을 위해 열심히 하자가 아니라 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아부를 열심히 충성을 열심히 하자인 것이라는 것을. 굳이 그렇게까지 비굴하지 않아도 살아남고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연봉 높은데 더 편할까 봐 더 쉽게 살아남을까 봐 자신들의 직업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팔아먹었다. 전 조합원 합심해서 어용 노조를 뽑은 이번 투표결과가 그렇다.


그러나 먼저 알아야 할 게 있는데 키우던 개를 잡아먹을 때 사나운 개보다는 말 잘 듣는 개를 먼저 잡는다. 지금까지 여러 번의 구조조정을 지켜보았지만 말 잘 듣는 사람과 조직이 먼저 잘렸지, 끝까지 저항하는 사람과 조직이 먼저 잘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이 순진한 사람들은 더 비굴하고 더 말 잘 들으면 그 나마 좀 더 오래 살까 봐 영혼을 판다. 거대 국영방송 KBS의 엘리트들의 선택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MBC 차례가 되었고 역시나 MBC에도 KBS의 무식하고 비겁한 결정을 따르려는 사람들이 있다. 말은 좋아 열심히 일만 하자, 그런데 정말 속마음을 말해라. 정말 일만 열심히 하고 싶어 그런 건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무식하기 그지  없다. 정말 속뜻이 그런 건가? 그것이 아니라면 비겁하고 얍삽할 뿐이다. 동료들은 이 추운 계절에 시련의 시간을 보내는데 혼자 살겠다고 그렇게 잔머리 굴리는 당신은 분명 얍삽한 사람에 불과하다.


최소한 언론계에 근무하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감과 양심은 있어야 한다. 철저히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결정하는 욕심 덩어리 언론은 기존의 수구 보수 언론으로도 충분하다. 정말 열심히 일만하겠다는 당신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일만 하겠다는 당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냐고. 당신이 정말 당신 직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겠느냐고 말 할 수 있느냐고. 이래도 파업에 함께 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는 언론인과 언론계 종사자들은 무식하거나 비겁한 것 둘 중 하나일 뿐 중립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