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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 입산 4일째 보내는 소식

 

오늘이 입산 4일 째, 기온이 떨어진다는 소식에 바짝 긴장을 했습니다. 산에 가는 사람들은 ‘정복’이란 말 대신에 ‘입산한다’고 합니다. 산이 나를 받아 줘야만 어디든 오를 수 있다는 말이지요. 청년시절부터 산을 좋아해 머리 복잡하거나 ‘패 죽일 놈’이 생각나면 바로 앞산으로가 몇 고비를 넘기고 오르고 보면 속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해 그 맛에 산에 가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천막에서 자본지는 20년이 되어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어제 아침 냉수마찰로 하루를 시작 했듯이 오늘은 건포마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자동차 소음에도 차차 적응을 해 가는 것 같습니다. 앞산꼭지 상근자로서 상수리나무 위에서 업무를 보다 천막 밖으로 나가서 체조도 하면서 몸 풀기도 합니다.



제 시간에 끼니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앞산꼭지들의 따뜻하고 정이 듬뿍 담긴 말에 뜻을 같이하는 동지애를 느낍니다. 간밤에는 너무 추워 몇 번 깨기도 했습니다. 6인용 천막이면 서 너 명은 편히 잘 수 있는데 제가 챙겨온 짐이 한 보따리라 활용공간이 좁아져 버렸습니다.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 보니 모 대기업의 임원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쪽지를 보냈더군요. 대기업의 임원이라 사고가 경직되어 있다고 치부해 버렸는데 비록 가는 길은 다르지만 ‘친구가 선택한 길’이라 존중하지만 건강이 염려된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이런 맛에 사람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무 위 농성장에 내림현수막 부탁을 하려고 전화 했더니 ‘그런 거 하지마라’며 단 칼에 잘라버린 장학사 남편 녀석과는 너무 대조적이라 더 기뻤는지 모릅니다. 현수막 걸도록 동기회 이름만 빌리자고 했음에도 ‘굴 내는 것 난 찬성한다’기에 그러면 ‘친구가 있는데 김치라도 좀 보내라’고 했더니 한 술 더 떠 ‘얼굴 보러도 안 간다’는 말과는 너무나 다르죠. 역시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구사대를 이끌고 파업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악질다운 표현이라 상종 못할 놈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달비골은 우리 앞산꼭지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 나무를 베지 못하고 있지만 반대편 용두골은 얼마나 많은 나무를 마구 잘라버렸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말 못하는 작물을 키워도 칭찬을 한 것은 잘 자라지만 저주를 한 것은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농민운동 하는 선배의 경험담이 떠오릅니다. 우리 인간들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을 주셨습니다. 지배하면서 마구 파헤치라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라’는 뜻이라 믿습니다. 고양이 세수라도 하고 오늘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달비골로 입산한 4일째, ‘나무 위 농성’ 10일 차에 소식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