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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 상수리나무 위에서 보낸 첫날의 소식


해발 150미터 정도로 지대가 높은 달비골 입구에서 18미터나 되는 상수리나무 위에 올라와 있으니 아스팔트왕국의 딱정벌레들의 소리가 요란하기 그지없더군요. 밤늦도록 지저귀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지는 않을까 싶어 평소보다 약을 더 먹었더니 아침에 눈을 떴지만 약 기운 때문에 30여 분 넘게 몽롱한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딱정벌레들의 시끄러운 소리 대신 ‘나무 위 성’을 때리는 요란한 소리에 놀라 일어나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공기 맑고 골이 깊은 달비골은 저를 반가이 맞아 주더군요. 예전부터 ‘눈이 오면 겨울 농사 풍년’이라고 했으니 반가운 소식이지요. 앞산의 많은 골짜기 가운데 특히 달비골은 계절의 변화가 선명하고, 전북 무주 ‘덕유산국립공원’ 만큼이나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을 정도로 생태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이라고 생물학자들은 말합니다.



도심에서는 비가 내리지만 이 좋은 곳에서는 눈 구경을 하는 셈이지요. 방수가 되는 등산복을 챙겨 오지 않아 신나게 마음 놓고 눈 구경을 하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4.5킬러미터나 뚫고 범물동까지 10.5킬로미터로 25리가 넘는 거대한 콘크리트 흉물을 만들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미친 짓’임에 분명합니다. 김범일 대구시장을 비롯해 부시장과 건설방재국장이 여기 달비골에 와서 일주일만 보낸다면 ‘앞산터널’공사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눈이 오는 날 등산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데 ‘상수리나무 위 성’을 지켜야 그러지 못해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오늘 경대사대부중 동문산악회인 ‘담쟁이산악회’ 송년 산행이 있어서 인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가진 마음의 빚은 생명을 살리고 앞산을 지키는 일로 대신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