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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대구 앞산터널 공사 현장에 선사시대 유물 발견


 

그 동안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들은 대구의 ‘어머니’ 앞산에 터널을 뚫으려는 대구시의 계획이 숲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에게 얼마나 야만적이고 폭력인가를 외쳤습니다. 대구시의 재정적자에 더 큰 부담을 줌으로써 결국은 그 부담이 고스란히 대구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급기야는 대구시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구시는 기존의 입장에 조금의 흔들림이 없이 터널공사를 강행했고, 앞산 중에서도 울창한 산림을 자랑하고, 생태계가 잘 보존이 된, 어떤 시민은 이곳을 일러 ‘극락으로 들어가는 문’이란 표현으로 그 아름다움을 칭송해 마지  않는 앞산 파동 쪽인 ‘용두골’부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10월 중순 이곳에 대대적인 벌목작업이 감행되었습니다. 수백 년에 걸쳐 조성된 숲의 역사가 한순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물신’에 눈이 먼 인간의 눈에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숲의 수많은 생명들은 죽거나  갈 곳 몰라 우왕좌왕하는 등 흡사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불과 얼마 후에 이곳은 폐허가 되었고, 거대한 킬링필드가 만들어졌습니다. 널브러진 나무들의 시체들을 보면서, 그리고 갈 곳 몰라 놀란 눈을 감추지 못하는 다람쥐, 청솔모, 두더지, 박새 등을 보면서 ‘앞산꼭지’들은 말 못할 패배감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반전! 이런 반전도 없습니다. ‘앞산꼭지’ 중에 이무용 꼭지란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이런 패배감에도 아랑곳없이 확신에 차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는 이 용두골 일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길도 없는 곳을 마다하지 않고 바위 위를 뒤지며 앞산의 구석구석을 마치 돌아가신 분 염을 하듯이 닦고 또 닦았습니다. 이런 정성에 감복을 했던지 드디어 우리네 선조들은 화답을 해왔습니다. 그의 수정처럼 맑은 눈망울에 하나둘 그들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바위그늘(수렵/채취 방식으로 살았던 선사시대인들의 주거지) 유적지입니다.


이 바위그늘 유적지는 이 일대에 산재해 있으며, 그 규모가 전국 최대로서 문화재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바로 인근에서 상동지석묘 상석 채석장 추정지 두 곳도 발견했습니다. 전문 문화재 위원도 아니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학자도 아닌 평범한 시민이 이 모든 것을 밝혀낸 것입니다. 전문가들이나 관련 공무원도 터널공사로 인한 파괴의 현장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때, 혹은 애써 외면할 때 일개 시민이 이 모든 것을 밝혀낸 것이지요. 앞산이 한 시민을 문화재 전문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앞산꼭지’는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해서 이 사실을 알리고 대구시와 시공사인 (주)태영의 도덕적 책임을 묻게 된 것입니다. 지역의 방송국과 신문사에서는 이 소식을 곧바로 속보로 타전을 하였고, 이 소식을 접한 문화재청은 그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바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아직 공사 중지가 이곳만 떨어졌을 뿐 이 앞산터널 자체의 백지화는 아닙니다. 그러니 이 소식을 먼저 접한 여러분이 이 사실을 널리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래서 대구 시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게 된다면, 그래서 이 공사에 대한 반대여론이 급속히 퍼져나간다면 이 공사는 전면 중지가 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는 앞산에 묻힌 우리네 선조들의 영령과 이 숲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숲의 정령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산은 우리 대구와 대구시민을 품어주는 수호산입니다. 이곳이 파괴되면 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휩 쌓이게 될 것입니다. 이를 우리 선조들과 숲의 정령은 미리 경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 현장을 보고 곰곰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이고,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천박한 것인지를 말입니다. 앞산 용두골로 와보십시오. 와서 우리네 선조들과 이 숲의 정령들의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이 숲과 산이 살아있는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