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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최진실법’만 있고 ‘자살 예방 대책’은 없다.


 

 

죽음 원인 ‘악플’로만 몰다 근본처방 못 내놔

예방교육ㆍ보도자제 등 중·장기적 대책 필요


인터넷 ‘악성 댓글’이 탤런트 최진실 씨를 죽음으로 내몬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부·여당이 인터넷 규제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여당은 인터넷 실명제 확대를 뼈대로 한 이른바 ‘최진실법’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검ㆍ경은 악성 댓글과 그 진원지인 증권가 정보지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 자살 예방 방지 시스템을 진지하게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자살 동기 등에 대한 단선적이고 정략적 진단과 접근방식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자살 동기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합적이고 중층적 요인이 큰 자살의 원인을 단선적으로 접근하면 그릇된 처방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영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최진실 씨 자살 동기를 악성 댓글 때문이라고 집중하다보면 훨씬 중요한 사회적 접근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거나 ‘악플에 괴로워했다’는 등의 정황은 최 씨의 죽음을 설명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인터넷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불행한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시민단체인 참세상공동체의 한 활동가는 “실명제가 인터넷 이용자의 51%를 포괄하고 있고, 형법상 모욕죄가 있는 상황에서 악성 댓글을 잡기 위한 규제는 자칫 그보다 더 중요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자살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고 △언론 보도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상 충동적으로 이뤄지는 자살의 경우, 농약 등 맹독성 약물은 쉽게 열리지 않는 잠금 장치를 달거나, 다리나 건물 옥상 등에 차단막을 설치해 놓는 정도만으로도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는 실증 연구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와 기자협회는 ‘자살 보도’와 관련해, 선정적 접근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자살 수단을 보도하지 않는 등의 자율 지침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그러나 한국자살예방협회 모니터 결과, 올해 1~8월 자살 관련 언론보도 271건 가운데 88건, 31.8%가 이 지침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이 앞장서서 자살을 부추긴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개똥밭이라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속담처럼 오죽하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간 곳 없고 정권을 향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악용하려는 얄팍하기 그지없는 치사한 짓거리만 난무하고 있다. 이제 하루 자살자 평균 37명으로 세계 1위의 국가가 하는 짓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국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