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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벗에게

2004년 어느 날 우울증이 찾아왔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 할 정도로 흔하게 앓는 병이란 걸 그때 알았다.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으나 내버려 두면 악화하여 큰 고생할 수 있다는 것도. 누우면 잠을 잤던 내가 밤새도록 잠을 설치던 당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코가 너무 불편해 이비인후과 주치의인 후배를 찾아갔더니 증상이 별로 심하지 않은데 자꾸 불편해하신다. 정신과를 가보시겠느냐고 권해 찾아갔다.

 

 

서너 번인가 가자 의사는 우울증이 심하고 사고로 인한 공황장애와 외상 후 장애로 인해 불면증이 왔다. 초기에 발견해 다행이다.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넘게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고 알려 주었다. 증상이 심해 약을 먹고 2~30분 안에 곯아 떨어져도 악몽에 시달리다 깨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밤이 다가오는 게 불안하고 괴로웠다.

 

정말 천하태평인 내가 왜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지 회의도 들어 심한 무력감에 빠져 버리곤 했다. ‘운동하면 좋다는 의사의 말에 매일 동네 헬스클럽에 가서 줄넘기도 3~4천 개 넘게 뛰고, 근력운동을 하면서 전보다 신체 단련에 몰입하면서 잊으려 노력하고,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얼마나 운동을 격렬하게 했는지 오른쪽 무릎 연골이 손상될 정도였으니.....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내가 지금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걸 털어놓고 혹시 모를 실수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잠을 못 자면 일상생활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 계속되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니 몸 곳곳이 아프다. 초기에 발견하면 상담과 약물치료를 겸하면 호전되어 별문제가 없으나 버려두면 만성질환으로 가는 건 당연하다.

 

노동당에서 인연을 맺은 동지와 한 청년이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산재사고로 고생하고 있는 그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정신과를 가보라고 했다. 해 줄 수 있는 건 정신과 치료받은 경험을 들려주는 것뿐이니. 대신, 매일 30분 이상 동네 산책을 하라는 숙제는 꼭 내주고, 다음 날 확인을 하면서 잔소리도 한다. 손가락 나으면 백팔 배를 같이 하자고 권하기도 하고. 막내딸과 나이가 비슷한 청년에게도 병은 자랑하라는 옛말처럼 환자 본인의 투병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가끔 꼰대 짓도 한다.

 

Y, ‘모든 이론은 회색빛이요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나무의 생명력이란 말이 생각나네. ‘인류가 제기한 모든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는 말처럼 어지간한 병은 치료가 가능하니 조금만 더 고생하면 괜찮아 질 거야. 그 동안 잔소리 들어줘 고맙고. 기쁨은 함께 하면 빼는 거지만 슬픔이나 힘든 건 함께 할 때 나누는 거라고 하지 않니? (사진: 최호선 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