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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가난한 활동가의 투병

 

당사자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종형 두 분이 술 때문에 마흔을 전후해 세상을 떠난지라 만취했다가도 술이 깰 정도로 늘 조심했다. 내 돈으로 양주를 마신 기억이 없을 정도로 독주는 일부러 피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소변 색깔이 진해 이상하다 싶었는데 몸에 별 반응이 없어 미루었던 게 탈인 것 같다. 전조증상을 무시한 것이다.

 

 

 

 

40대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사고는 산재 처리가 되고, 다른 사고도 피해자라 치료비 걱정은 하지 않았다. 보험도 들어 놓았고 어디 나가도 밥값은 먼저 낼 형편이 되었는데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2~3주 입원해 검사해 보는 게 좋다’는 말에 가슴이 출렁거린다. 겨우 몸으로 버티는 노동자가 벌지는 못하고 써야만 하니 투병은 뒷전이고 돈 걱정이 앞선다.


일주일 전 한의사가 ‘황달이 심하니 내과 가보라’고 했음에도 무엇 때문인지 몇 일 미루다 갔더니 초음파 검사만 하고 간 기능 검사를 비롯한 기본적인 검사조차 하지 않고 ‘대학병원에 가 보라’고 하는 걸 보니 심각한 눈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당장 집으로 갈 사정이 못 되니 기본적인 약물 처방을 해 달라’고 해도 ‘소용없으니 바로 가라’고 하니 더 걱정이다.


이럴 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이라 소화기 쪽으로 오래 진료한 친구에게 안 하던 전화를 했다. 2009년 자전거 전국 일주 때 신세지고는 처음이니 아무리 사는 게 바빠도 그렇지 나도 어지간하다. 초진 의사의 말과 진료의뢰서에 적힌 내용을 전하니 ‘입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면 된다. 그렇지만 황달이 심하면 간에 종양이 생겼을 수 있다’며 친구도 ‘가능하면 대학병원을 가라’고 한다.


2004년 ‘공황장애, 우울증, 외상 후 장애, 불면증’등으로 6년 가까이 고생할 때도 힘들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돈 걱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젠 상황이 달라져 투병보다 돈 걱정이 먼저다. 어디 나만 이렇겠는가.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도 혹시 큰 병은 아닌지 몰라 걱정하고, 자영업은 가족이 대신 매달리면 되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 직장에 2~3주 병가 내는 게 눈치 보여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작년에 못한 어깨 재활 치료에 매달리려고 했는데 엉뚱한 게 날아와 고민꺼리가 하나 더 늘었다. 우기가 계속되어 작업도 못한데다 결재 못 받은 것도 있고. 가난한 활동가의 넋두리가 이제 시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