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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당헌·당규 개정 소위 참석 결과 보고

세 번 째 회의부터 참석

 

회의 참석 결과를 보고 하려니 어색한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조직의 부름을 받고, 교통비까지 지급받았으니 보고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습니다. 저를 믿는 동지들이 대의원대회 준비 위원으로 추천해 주셨으나 1명이 많아 당헌·당규 소위 위원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습니다.

 

 

문제는 제가 참석한 게 첫 회의가 아니라 3번 째란 것이었습니다. 이미 회의 진행 방식과 개정 방향에 대해 정해 놓은 상태라 제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참석해야 하느냐, 아니면 그냥 해야 되느냐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든 걸 결정해 놓은 상태라 회의 과정 전체를 녹음해 공개하고, 당원들의 참관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말에 회의를 하자는 제안을 할 틈이 없었습니다.

 

이러니 속된 말로 들러리서는 기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부결되긴 했지만 전국위원회 의장 선출성폭력 처벌 강화, 개인정보 보호에 과한 규정은 저도 전적으로 동의한 것이라 무리가 없었으나 전국위원회 산하에 독립적인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대표의 인사권을 검증하고, 직선 당직자의 연임제한 규정은 위원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왜 당원들이 무관심한지 알아야

 

독립적인 인사위원회 구성, 선출직 연임 제한을 거론하자 위원들 모두가 반대했습니다. 그러가 결국 소수 의견으로 제출했으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면서 느낀 것은 제대로 된 개정을 할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것이었고, 무엇보다 당원들의 반응은 어떻게 하는지 보자는 차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원인이 있을 텐데 제가 불민한 탓에 재대로 찾지 못했습니다.

 

생활인들이 월요일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시간을 비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있는 저로서는 엄청난 출혈일 수 밖에 없음에도 이런 사정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처음 회의 때 이 문제를 제기하고, 깊이 있게 진행하기 위해 토요일에 공개회의를 하자는 제안을 하려 했으나 그 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의 참석을 거부한다고 해야 함에도 마찰을 일으키기 싫어 그냥 넘어간 게 사실입니다. 상시적인 의결기구인 전국(중앙)위원회 의장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도 선출하는데 명색이 진보좌파 정당이라는 우리가 이 안을 부결시킨 것은 당내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정말 속이 상합니다. 집행부에서 제출한 안을 부결시킨 전례가 없어 더 당혹스럽기도 하고요.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규정하는 당헌·당규 개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떠들어 놓고는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그냥 넘어가 미안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교통비는 당으로부터 지급받아 참석하면서도 아무 것도 한 게 없으니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 뿐 입니다.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어떤 비판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