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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물 먹은 재창당

이용길 대표는 재창당 수준의 당헌당규 개정을 약속했다. ‘전면적인 개정을 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폭 개정은 커녕 전국위원회 의장 신설마저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되었다. 대표의 인사권을 검증할 독립적인 인사위원회 안이 상정되지 않은 게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른바 당권파들이 ‘당내 민주주의를 할 생각이 없다’는 말로 해석하면 지나친 억측인지 모르겠다.


이래 놓고 ‘우리와 함께 하자’고 하면 누가 하겠는가? 상시적인 의결기구인 전국(중앙)위원회 의장을 대표가 겸임하는 현 제도는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도 따로 선출하건만 우리만 겸임하는 건 당내 민주주의 수준의 수준이 세상의 기준에 못 미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시절 당권을 장악한 자주파가 중앙위원회마저 내 놓기 싫어서 만든 걸 명색이 진보좌파 정당이라 자처하는 우리가 답습하고 있다.


표결 결과를 보면 대표단 선거에서 연합 선본을 꾸린 세력 모두가 부결시켰다. 이런 전례가 한 번도 없었다. 당권파들이 집행부에게 ‘우리말 잘 들어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라 본다면 지나친 억측인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재창이란 이름의 당헌·당규 개정은 물 먹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우리의 수준이라 생각하니 정말 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