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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사과하는 당직자는 왜 없는가?

서울시당과 중앙당 상근자의 사과 문제로 시끄럽다. 서울시당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으니 일단락이 된 것 같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걸 집행부에서 하는 이상한 이해할 수 없는 형태가 되어 버려 아쉽기만 하다. ‘빨리 수습할 수 있는 걸 온 동네 소문이 나 망신당했다’는 말은 듣지 않을 수 없게 된 건 분명하다. 무엇보다 관련 당사자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확대 시킨 게 분명한 것 같은데 이를 계기로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했으면 좋겠다.


청년학생위원회 선거 실무자가 선거 결과와 관련해 답변을 요청했는데 담당자가 문자가 아닌 전화로 답변한 것은 정말 잘못한 것이다. 만일 공무원이 그렇게 했다면 아마 선거관리위원회를 뒤집어 놓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기보다 젊은 사람에게 사과한다고 체면이 깎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선다. 당시 경북의 선거가 하루 연장 된 긴급한 상태지만 이건 아니다.


난 초등학교 1학년 어린 자식 앞에 무릎 꿇은 적이 있다. 어린 자식 앞에서 어미의 멱살을 잡았으니 아이가 받은 충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 ‘아비를 용서해 달라’고 하지 않고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빌자 녀석은 ‘아버지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라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때 체면이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 후 그런 일은 없었고 그와 비슷한 폭력도 다시는 없었다. 그 때 이야기를 해도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으니 상처가 아물고 부모 자식의 믿음이 더욱 깊어졌음은 물론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기에 남의 잘못에 대해 큰소리 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 때 경황이 없어 그랬는데 미안하다.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하면 바로 수습하고, 서로 웃으며 만날 수 있는 일을 왜 이리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당직 선거가 무효가 된 내 일은 정말 빨리 깔끔하게 수습되었다. 개표하면서 선관위 간사가 ‘상대 후보의 당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연락을 했을 때 정말 황당했다. 예전의 성격 같았으면 가만히 안 있었을지 모르나 그 때는 너무 어이없었는지 화 낼 기운조차 생기지 않아 ‘선거관리위원장에게 바로 보고하라’고 한 후 바로 전화를 끊었다. 등록 전에 문자 보낸 것과 당권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한 것, 내가 쏟은 시간과 열정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 일이지만 그렇게 덮었다.


얼마 후 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기에 ‘내일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했고, 실무자와 겪은 어이없는 일에 대해 털어 놓자 ‘우리 당이 이렇게 엉성한 줄 정말 몰랐다’며 통탄하고, ‘그 친구에게 사회에서 이렇게 하면 큰 일 난다는 말을 했다’며 걱정을 했다. 서로 신뢰하는 사이라 너무 세상과 동떨어진 운동권의 이상한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 위원장은 공식적인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페이스북에도 연결시켜 누구나 알 수 있게 했다.


이게 바로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 아닌가?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하고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재선거 등 어떤 조치라도 책임지고 하겠다’고 하는 게 상처받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진보는 끊임없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 상대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려면 자신이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비록 늦긴 했으나 관련자는 사과해야 한다. 많은 당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자. 이 말은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임은 물론이다.


덧 글: 구형구 실장은 ‘개인이 아닌 조직에 사과를 요구한 것이라 검토 후 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개인에게 한 것 같다. 사소한 일을 너무 크게 보는 것 같아 아쉽다. 설사 그렇다 해도 당사자가 먼저 나서는 게 도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