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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왜 당직선거에 출마하느냐?


 형님, 총알받이만 될 텐데 왜 출마를?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제가 작년 이 맘 때 당직 선거에 처음 출마를 했습니다.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할 텐데 가만히 있는 건 나이 먹은 사람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시간을 많이 내지는 못했으나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지금은 탈당한 어느 당원으로 부터 ‘형님, 괜히 총알받이만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역에서 안면 때문에 가만히 지켜보는 것 대신 불편을 선택했습니다.



진보정치의 정신을 지키는데 총알받이가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응할 용의가 있습니다. 지역위원장 선거는 한 사람이 무려 4번씩이나 하는데도 조용한 걸 보면서 우리 속에 뿌리박힌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반명부에 한 명 뽑는 전국위원 선거에 지명도가 높은 조명래 씨와 경선해 이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르나 정치적인 견해를 분명히 한 것은 ‘그 동안 고생했으니 전국위원을 하라’며 침묵하게 걸 깨자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추석 전 김은주 대행으로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제안을 받고 고민하며 지역의 동지들과 상의했으나 ‘탈당을 막고 지역을 지켜야 한다’고 모두 만류해 거절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준비해 온 것이지만 당을 지키느라 함께 고생한 동지들이 반대하는 걸 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 할지라도 상의해 결정하는 건 함께 고생한 동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이건 민주주의를 거론하기 전에 사람이라면 가져야 하는 도리라 생각합니다.


정치력이 필요한 당헌ㆍ당규 개정


전국위원에 출마하면서 당헌ㆍ당규를 검토해 보니 대표는 모든 당직에 대한 인사권과 전국위원회 소집과 진행까지 하는 등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전국위원회 의장을 따로 선출하는데 명색이 진보정당에서 어떻게 이런 조항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6월 1일 새벽 노회찬ㆍ조승수 두 사람이 직권조인 한 부실 합의문에 대해 전국위원회가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것은 저지할 근거가 당규에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김은주 씨가 권한대행일 때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의장석을 점거하는 추태를 부릴 수 있었던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나중에 어느 누가 비슷한 횡포를 부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작년 8월 20일 대전에서 활동가들이 모여 토론회를 할 때 ‘공정한 당내 인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려면 대표의 인사권을 존중하더라도 검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방자치 단체조차 외부 인사를 영입해 인사위원회를 구성할 정도로 인사 문제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대표가 적절하게 권한을 행사했는지 검증해 일방통행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려면 통합파와 잘 협상해 합의점을 찾는 등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알려지지 않은 당원들이 대표단에 출마도 하는 등 주요 당직을 맡아 잘 수행하고 있는 있음을 우린 잘 압니다. 저도 진보정당에 입당한지 9년째니 지켜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덧 글: ‘당규 제10호 중앙당 집행기관에 관한 규정’의 “제10조(인사) 3항에 사무총장을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 인사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표가 임명한다.”고 명시되어 있을 뿐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당직 인사와 관련해 인사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