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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경찰, 당신들의 폭력과 직무유기는 누가 수사하나?


 

세상에서 가장 꼴불견인 사람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이들이다. 이들은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는지 굴욕에 능하고, 부끄러움에 무심하다. 숫자(돈)에 밝고 아첨이 현란한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다시 촛불을 생각한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듣도 보도 못한’ 형태의 촛불 시위에 많은 이들은 넋을 놓았다. 기자들은 예측을 못했고, 지식인들은 뒤늦게 분석하느라 고생했지만 대개 헛발질이었다. 그리고 경찰도 ‘듣도 보도 못한’ 일반 시민들의 기상천외한 시위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결국 정부는 부랴부랴 미국으로 달려갔고, 촛불 시위의 가장 큰 배후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으며 “뼈아픈 반성을 했다”고 스스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들의 반성과 성찰은 거기까지였다. 돈도 ‘빽’도 없는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인 게 그렇게 자존심 상한 일이었을까. 촛불의 열기가 식어가던 6월 말부터 정부․검찰․경찰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 중 가장 ‘바닥’인 경찰의 대응은 정말 눈 뜨고 못 봐줄 만큼 촌스러운 거의 신파에 가까웠다. 특히 수만 명의 시민들에게 경찰 선무 방송을 하는 이른바 ‘확성녀’의 발언은 점점 거칠어져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금까지 경찰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신 여러분.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십시오. 도망가지 마십시오. 우리 경찰이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여러분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여러분들이야말로 광우병에 걸린 게 아닙니까?”


요즘 이 ‘확성녀’의 거침없는 발언이 자꾸 생각나는데, 최근 일어난 두 사건 때문이다.  우선, 경찰의 ‘유모차 부대’ 엄마를 수사 입건한 사건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9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유모차 부대' 회원인 주부 유모 씨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그리고 카페 운영자 정모, 양모 씨 등 주부 2명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들 주부들이 촛불 시위 때 유모차를 끌고 나와 물대포를 가로막아 차량 흐름을 방해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은 사전에 아무런 연락이나 통보도 없이 양모씨의 집에 까지 찾아가 “임의동행에 임하지 않을 경우 강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경찰이 뒤늦게 ‘유모차 부대’ 엄마들까지 조사하는 이유는 뻔하다. 늘 하던 말대로 “법과 원칙, 법질서 확립을 위해서”이다. 다른 하나는 경찰서에서 벌어진 전의경 구타 사건이다. 지난 16일 MBC 뉴스를 통해 광주광역시 북부 경찰서에 발생한 의무경찰 구타 동영상이 공개 됐다.

이 동영상에는 고참 의경이 후임 10여 명을 경찰서 담 옆에 일렬로 세워놓고 주먹과 무릎, 그리고 발로 폭행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지난 18일 국가인권위가 밝힌 전의경 내 인권침해 행위 조사 결과는 더욱 눈길을 끈다. 인권위가 밝힌 내용에는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폭행과 가혹행위가 총 망라 돼 있다. 전경버스에서 쉴 때 후임병들 의자에 등과 머리 못 붙이게 하는 ‘잠깨스’, 내부반에서 눕지도 책도 못 보게 하는 ‘받대기’, 30분 동안 쪼그려 앉아 바닥 걸레질 하는 ‘바닥돌리기’. 그리고 후임병 옷을 강제로 벗겨 사타구니에 여성 성기를 그리는 성추행까지.

이밖에 밥 조금 먹는다고 때리고, 숨소리 크다고 팼다. 조폭도 이런 조폭이 없다. 조폭도 울고 가게 하는 이런 폭력 행위는 모두 으슥한 뒷골목에서 벌어 지지 않았다. 바로 “법질서 확립을 위해” 불철주야 시민들에게 색소 물대포를 쏘고, 유모차 부대 엄마까지 입건 조사하는 경찰들이 근무하는 경찰서에 벌어졌다.
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샌다. 이는 동서고금을 초월해 쪽박을 활용하는 전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아름다운 진리다. 경찰은 촛불에 화풀이 하지 말고, 집안 단속이나 잘 해야 한다. 그 식상한 “법질서 확립” 좀 그만 우려먹으시라.

아니꼽고 치사하지만, 한번 따져보자. 도대체 촛불이 경찰을 때렸으면 얼마나 때렸냐. 설령 흥분한 누군가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어도, 경찰들처럼 강제로 웃을 벗겨 사타구니에 여성 성기를 그리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일렬로 줄 세워 놓고 발로 차지도 않았다. 경찰을 때렸던 건, 시민들이 아니라 경찰 당신들이다. “법질서 확립을 위해” 유모차 부대 엄마 집에 찾아가 수사하기 전에, 경찰서에서부터 법 질서가 흐르게 하라. 안방에서 벌어지는 폭력도 단속 못하는 당신들의 직무유기는 도대체 누가 소환조사 하는지 모르겠다. 당신들이 뱉었던 그 싸가지 없는 선무 방송을 비틀어서 돌려준다.


 “지금까지 전의경 내 폭력을 방치하신 여러분.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십시오. 도망가지 마십시오. 우리 시민들은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여러분이 대한민국 경찰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여러분들이야말로 인터넷에서 뜨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