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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경제

‘진보장례 치르려 하느냐’는 민주노총 전ㆍ위원장들


 

새해 벽두 시작된 민주노총 전ㆍ현직 위원장의 압박

 

새해 벽두인 13일 오후 사무금융노련 주최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한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를 혹독하게 몰아붙인 오마이뉴스 기사를 봤다. 조 대표가 통합진보정당 건설이 “올 상반기 내엔 불가능하고 아무리 빨라도 가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사정없이 밀어 붙였다. 임성규 위원장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진보 양당의 통합을 촉진하는 노동세력을 조직하겠다”고 하면서 “1차적으로 노동자들이 뭉쳐 진보대통합 선언운동을 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내가 몸을 던져서 노동자들을 모으고 조직이 돼 진보통합정당으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진보 정당이 분당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맞을 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의 앞날은 흐릴 수 밖에 없으니 이런 말을 하는 게 결코 무리가 아니란 것을 안다. 그렇지만 기계적으로 일정을 정해 놓고 압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는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노동세력의 ‘강경한 압박’을 예고한 것이자, 지난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연내 구성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여전히 미적대고 있는 진보 양당을 향한 민주노총의 불만을 고스란히 표현한 것이란 것이다. 이어진 현 김영훈 위원장의 발언도 만만치 않았다. ‘통합이야말로 진보운동의 본성’이라며 “뿌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 진보정당들이 서로 차별화 전략을 쓰려고 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혹평을 했다.


지난 날의 성찰없는 통합은 도로 민주노동당


‘다양성과 자기혁신을 기초로 한 만큼 그 다양하고 혁신적인 논의를 한 그릇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진보’라는 말을 부정하지 않으나 정말 분당한 사정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지 필자는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분당 과정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는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의 말에 이정희 대표는 “과거의 일이니 덮자”고 했는데 이게 정말 진보통합의 의지가 있는 책임 있는 공당의 대표가 할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혼한 사람이 재결합을 해도 당사자는 물론이요 상처받은 주위 사람들이 같이 상담을 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쳐야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과정없이 ‘비 온 뒤에 땅은 굳어진다.’며 ‘무조건 재결합’ 하라고 우기는 것은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가혹한 행위다. 하물며 철학이 다른 구성원들이 모인 정당이 통합을 하던,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하던 지난 날의 잘잘못에 대해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고 토론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 아닌가?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통합은 ‘도로 민주노동당’에 불과할 뿐이다. 임성규ㆍ김영훈 전ㆍ현직 민주노총위원장이 분당의 사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것은 상대에 대한 폭력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진보신당에서 당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독자노선 10.4, 사회당+민노 26.6퍼센트, 총선 전 통합 57.2, 범야 선거연대 45퍼센트로 나왔으나 통합 원칙은 ‘보편복지-신자유주의 극복’ 1위로 나오자 이른바 통합파들이 압박을 하고 있다.


통합의 원칙은 ‘보편복지-신자유주의 극복’


촛불 정국 이후 입당한 당원들이 더 많은 진보신당의 처지를 감안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결과이긴 하나, 여론조사를 하는 과정에 무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는 단순한 ‘진보정당 통합’이 아니라 조승수 대표가 말한 것 처럼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에 적극 찬성하며, 그 전제 조건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극복하고, 분당의 원인을 제공한 이른바 3대 주주들에 대한 제도적인 통제장치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3대주주들의 횡포가 어떤 것인지 모를 것이다. 아무런 정치적인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골목대장들이 모여 쑥덕거리고 합의해 지침을 내려 당 내부의 합의조차 엎어 버리는 집단을 조직이 제어하지 못하는 한 하나마나한 통합이란 걸 두 위원장들이 모르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니 넘어가자는 건 결코 잘된 일이 아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에서 북한의 문제는 결코 성역일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합의가 가능한지 묻고 싶다.


단순히 숫자로 압박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진보정당이 지녀야 할 내용에 대해 철저히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눈 덮인 들판을 함부로 걷지 마라. 지금 내가 남긴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는 서산대사의 시처럼 진보정당이 가야 할 길이 험하고 힘들지만 순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원칙을 버리고 의석 몇 자리에 현혹되어 ‘민주연합’이란 케케묵은 노래에 목을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조직의 생명이 사람과 돈이지만 쪽수로 밀어 붙이는 것은 지나친 억지다. (사진: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