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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경향은 ‘보수언론처럼 충성 맹세 강요하느냐’는 백낙청 박사에게

 

경향 인터뷰서 ‘민노당 비판하는 고압적 자세’ 비판


백낙청 박사님은 정치적인 민감한 사안이 있으면 ‘시민사회 원로’란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고생하신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구체적인 형태도 없는 시민사회 원로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아해 하는 게 비단 저 뿐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나이 많은 노인들이 ‘너 몇 살이야’라며 고함지르는 것 같아 보기에 추합니다. 이제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싫은데 왜 이런 형태로 자꾸 등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백 선생님은 최근 민주노동당을 비판하고 있는 경향신문에 대해 “보수언론처럼 일종의 사상검증, 충성맹세를 강요하는 건 문제”라고 쓴 소리를 쏟아냈더군요. 그것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이죠. 10월 20일 한반도평화포럼 창립 1주년을 맞아 가진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이 우리 국민정서에 어긋날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일반적 상식에도 어긋난다는 점이야 분명하지만 단답형 원칙표명으로 뭐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씀하신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봤습니다.


이어 “민주노동당에 대한 경향신문의 문제제기는 취지가 다르겠지만, 뭔가 오랜만에 시류에 일치하는 자신감이랄까 어떤 고압적인 자세가 느껴졌다”며 “세습이 좋으냐 나쁘냐로 편 가르기 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토론의 대상이 되는 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날 NL(민족해방)-PD(민중민주주의) 노선 다툼의 연장선상에서 한쪽은 북한에 대해 문제제기만 해도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몰아붙이셨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거부하는 진보는 없다.


다른 한쪽은 “민족화해나 한반도의 궁극적 통합에 대한 비전도, 관심도 없으면서 상대를 친북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갈 만큼 진보진영이나 사회 전체가 성숙했다고 본다”고 강조하셨는데 저는 백낙청 선생님이 잘못 알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진보신당의 활동가의 한 사람이니 이른바  PD계열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세상에 눈을 뜬 것은 민족주의자인 장준하 선생님 덕분이지만 ‘모든 사회의 모순은 계급관계’란 것을 공부하면서 깨달았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지 않는 진보진영의 사람이 있던가요? 미군이 활개 치는 모습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 걸 제가 속한 진보신당의 당원들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시도 때도 없이 ‘미국을 반대한다’는 자주계열 사람들의 뇌에 박힌 말 때문에 질려 있을 뿐입니다.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낸 세금으로 미제무기 구입에 혈안이 된 권력자들을 보고 같이 분노합니다. 미군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착각하는 똥별들을 보면서 달려가 계급장을 떼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개같이 번 돈이긴 하지만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해 남북경제 교류의 물꼬를 튼 고 정주영 현대재벌 회장의 일은 정말 세계적인 행사였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긴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자본이 오간 것인데 냉철하게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의 개념없는 행동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본은 돈벌이만 되면 세계 어디라도 갑니다. 농업 문제로 싸우다가도 ‘통일’이란 말에 모든 걸 접고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질리지 않는다면 이상한 것 아닌가요?


파업 투쟁하다가도 ‘통일과 미국’을 말하는 집단은 분명 잘못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질려서 말을 하지 않을 뿐이죠. 민족화해나 한반도의 궁극적 통합에 대한 전망과 관심도 없으면서 상대를 친북으로 매도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김 주석의 건강을 위하여’라던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질리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비판에는 성역이 없다는 걸 백낙청 선생님도 잘 아실 겁니다. 잘못된 것을 말하는 데 탓하는 것은 잘못임에 분명 합니다. 본질을 제대로 보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진: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