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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원희룡 ‘4대강 공사 중단하면 생태계 교란’된다고?

 

‘삽질 중단하면 생태계 교란 장기화 된다’는 원희룡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너무 웃기는 말을 했다. 그것도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주최한 ‘4대강 화쟁토론회’에서. 이러다가 웃기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생계가 끊기게 생겼다. 삽질을 해 습지를 파괴해 놓고는 “지금 공사를 중단하면 생태계가 심하게 교란된다”는 중학생보다 못한 수준의 말을 했다. 정말 심한 허무 개그의 달인임에 분명하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16일 4대강 화쟁토론회를 연 까닭은 그동안 양쪽의 차이를 충분히 확인했으니 이제 합일점을 찾아나가자는 것이었다.


▲ 정계와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대강 사업의 추진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민적 논의기구의 필요성 자체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여전히 큰 의견차를 보였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의 필요성 자체가 부정되면 영원한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며, 사업의 계속 추진을 전제로 한 논의기구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착수하는 단계라면 선택 폭이 많고 얼굴 붉힐 일이 없을 텐데, 지금 30~60퍼센트 공정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기를 한 번 더 넘기면 생태계 교란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의원 스스로 ‘4대강 파괴로 생태계 교란이 심해졌다’는 것을 인정한 발언이다. 공정률은 구조물을 제외하면 20퍼센트 가량 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게 현장을 수 없이 답사한 건설전문가인 민주당 김진애 의원의 말이다. 거대 토목공사가 소꿉장난도 아니고 1년도 안 되었는데 절반이나 했다는 말인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이에 질세라 심명필 4대강살리기본부장도 “지금은 이 사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마칠 수 있는지, 부족한 게 뭔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공사 중단의 뜻이 전혀 없음을 밝혔다.


4대강 삽질의 대안은 생태공원이 아닌 그냥 두는 것


반면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은 가동 보와 준설을 중단하고 일부 수질 개선 사업과 생태공원만 조성하자는 지난달 민주당 4대강 특위의 대안을 거론하며 사업 내용의 근본적 수정을 요구했다. 이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검증 특위를 만들어 추진한다면 국민의 우려도 해소하고 4대강 사업의 원래 목적에 맞춰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서 민주당의 삽질정책의 한계를 엿 볼 수 있다. 지금 4대강 공사는 파괴일 뿐인데 무슨 생태공원을 조성한단 말인가?


이미경 총장은 국회에서 이틀 동안 집중 청문회를 열어 갑론을박한 뒤 여론조사를 벌여 국민들이 판단하게 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졸속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사회를 맡은 시사평론가 고성국씨가 “실제로 몇 개월 만에 진행됐느냐”고 묻자, 심명필 본부장은 “사전 환경성 검토를 6~7년 해왔고 기존의 모든 자료를 활용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토론자로 나온 이병인 부산대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절차 타당성과 전문가의 검증체계가 붕괴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낙동강 사업구간의 공사 관계자와 농민들을 만나도 ‘왜 4대강 사업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4대강 사업이 실제 예산보다 몇 배의 부대비용을 추가로 발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원 사무총장은 비판이 거듭되자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고 나가기 때문에 몇 배 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책임지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내년 6월께 공사가 끝난 뒤 물이 썩고 악화한다는 실증적 자료가 나오면 정권을 내놓겠다”며 뻥을 치기도 했다. 

▲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연 ‘4대강 화쟁토론회’에 참석한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맨 오른쪽)이 삼십 여분 만에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뜨며 인사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왼쪽부터),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고성국 시사평론가(사회자), 박진섭 ‘4대강사업 저지 범대위’ 집행위원장 등이 정 장관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한겨레신문)


4대강 파괴를 막는 것은 이명박 정권 퇴진 뿐


아무리 날림이 판을 치는 국내 건설현장이지만 고속도로공사도 2년 안에 해 치우지 않는다는 걸 전혀 모르거나,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무총장인 원희룡 의원이 “내년 6월께 공사가 끝난 뒤 물이 썩고 악화한다는 실증적 자료가 나오면 정권을 내놓겠다”고 한들 이명박 정권은 쫓겨나지 않은 다음에는 절대 내 놓을 일이 없다. 너무 뻔한 말로 배수진까지 치는 수법은 ‘잔머리만 굴린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한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5월 문화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산업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제목으로, 카지노 활성화를 위해 ‘한강 등 내수면에서 유람선 내외국인 전용 카지노 영업 허용을 검토하며’ 관광매력물로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 보고서는 “현재 검토 중인 4대강 사업에 내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용으로 관광객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4대강에 도박장을 만들어 도박왕국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ㆍ여당 쪽을 국민적 논의기구에 끌어들이기 위한 주문이 많이 나왔으나 그럴 의지가 전혀 없으니 합의가 될리 만무하다. 도법 스님은 “민주주의에 충실했다면 4대강으로 인해 이렇게 분노와 실망, 절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합리적 제안이나 뚜렷한 이유 없이 논의기구 동참에 반대한다면 종단의 명운을 걸고서라도 강력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종교계가 끈질기게 반대하는 걸 외면하니 ‘정권퇴진’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한겨레신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