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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경제

야권단일정당운동에 기운 쏟는 문성근 씨에게

 

아직도 야권 단일화를 말하는 시대의 낙오자들


요즘 문성근 씨가 ‘100만 명의 민란’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나섰다. 다시 잡동사니들을 모두 섞자는 숫자놀음식의 ‘야권단일정당’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주장이나 구호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권력을 넘겨 준 친노세력에게 면죄부를 주고 정치참여의 명분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구호는 유시민이가 개혁당을 불법 해체시키면서 열린우리당에 들어가려고 할 때 애용한 것이기도 하다. 진보세력과 잡동사니들은 결코 섞일 수 없다.



‘야권단일정당운동은 당위성’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나 철학이 다른 정당을 단순히 ‘반 이명박 전선’으로 모이는 것을 넘어 ‘단일정당’을 구성하자는 것은 심한 억지다. 집권당의 지리멸렬 속에도 ‘야당이 분산되어 있어 민의가 충분히 정치권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 운동의 당위성을 채워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나, 케케묵은 민주대연합의 망령을 찾는 건 정말 안쓰럽다. 지난 10년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무조건 ‘야권 단일화 하자’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러기에 나는 이 운동이 성공은 커녕 잘해야 민주당에 수혈하는데 이용만 당할 뿐 더 이상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시절 흔히 말하는 재야인사들을 영입해 수혈했다. 현실 정치에 뛰어든 그들은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 하기는 커녕 기존 정치에 바로 흡수되고 말았다. 전대협 의장님 출신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미 실패한 실험인데 굳이 지금 와서 간판만 바꿔 달아 ‘야권단일정당 구성’이라며 다시 하려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이미 가고 있는 길을 잘 가도록 그냥 두라.


진보정당의 구성원으로서 이 실험이 의미가 없다는 이유는 각 야당이 이념과 지향성이 서로 다르다고 말하는 신념체계가 너무나 굳건한 까닭이다. 또 말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면 자신들의 기득권 여부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데 대한 일말의 불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6.2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정당개혁운동이 만족스럽게 성공한 예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 이 운동의 주체라 할 수 있는 각 정당은 산전수전 다 겪어온지라 이런 운동을 믿지 않는다. 명분은 좋으나 자신의 일부 권력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를 위험한 모험은 즐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논리와 현실성을 들어 실패할 실험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 기존 정당의 지지자들이 거의 유일하게 거부하지 않는 인물이 문성근이긴 하나 괜한 고생이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


문성근 씨가 이런 운동을 하려면 자신이 지지해 당선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한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부터 먼저 해야 한다. ‘갈 길이 바쁘다’며 빼 버리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역사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나타난 인물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새로워지지만, 그렇다고 탁월한 인물이 나타나야만 역사가 바뀌는 것은 시대 착각이다. 없는 인물을 억지로 만들려 할 때, 오히려 전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문성근이 지지한 노무현의 잘못부터 비판하라.


노무현 정권 시절의 문제를 돌아보자. 2003년 7월 1일 당시 한명숙 환경부 장관은 청계천 복원 기공식에 참석해 “청계천 복원사업은 단순히 하천의 자연성을 되찾는다는 의미를 넘어 개발 지상주의에서 환경 중심 사고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금석”이라며 “시간과 예산이 더 들어 가더라도 환경전문가와 협의해 더 보완된 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 청계천 유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모른다. 고기가 흐른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온갖 쇼를 다하고 있다.


한명숙 씨는 총리시절인 2006년 5월 17일 집회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민간 공동위원회 함세웅 위원장과 공동주재로 위원회를 열어 불법 폭력 시위에 참여한 단체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게 결정한 바 있다. 총리 시절의 한명숙의 결정이 이명박 정부의 결정과 어떻게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한명숙은 이라크 파병안 표결에 찬성하고, 한미FTA협상에 대해 ‘개방국가로서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는 범민주개혁진영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문성근 씨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5월 평택 미군기지 이전 과정에서 경찰, 군 병력 1만5천 명을 동원해 ‘여명의 황새울’이란 작전을 전개했다. 총리가 군사작전 여부를 몰랐단 말인가?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과 군인ㆍ경찰의 충돌로 시위대 50여 명이 이가 부러지고 이마가 찢기는 부상을 입고, 시위대 전원이 연행됐다.


‘여명의 황새울’ 작전과 쌍용차 문제부터 비판하라


당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김인국 총무신부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만큼 나쁜 죄악은 일구어낸 땅을 빼앗는 것이다. 미군이 이 땅을 빼앗아 가는 것에는 어떤 합리성도, 공동선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당시 한명숙 총리 주재 평택 미군기지 이전 관계장관회의에서 “경찰과 주민, 반대단체 회원들의 부상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적극적 폭력행위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한명숙 총리는 대추리 사태에 대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자서전 ‘한명숙’에서 “총리의 판단을 믿고 대화로 타결을 이루어낼 때까지 기다려 준 대통령께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회고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한미FTA협상장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 조차 접근하지 못하게 봉쇄한 상태에서 강행했다. 민주정부에서 가능한 일인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경찰이 국회의원을 길바닥에 패대기치는 것이 이런 학습효과의 연장이라 봐야 한다.


각자가 가지는 기득권 영역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현실, 그래서 국민이 마음 둘만한 정치세력을 갖지 못해 갈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대나 연합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라’고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제 1야당인 민주당이 민주연합을 할 의사가 있다면 자신의 기득권부터 먼저 내려놓고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자신들이 차지할 것은 예외로 해 놓고 ‘연합하자’는 것은 ‘따라오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순한 결론을 말하자. 이 운동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지금 같은 교착상황에서 해볼 만한 가치는 있는지 의문이다. 서로 지향점이 다른 정당을 ‘단일화 하자’고 하면 지분이 가장 많은 민주당만 좋을 뿐 다른 당은 들러리 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미FTA협정과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한 잘못도 고백하지 않는데 무슨 단일정당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단일야당’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마라. 그것은 폭력이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