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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마치 전쟁터 같은 산골 농번기

 


지금 제가 있는 군위군 산골은 가장 바쁜 철입니다. 양파를 캐고 모내기를 하는지라 새벽부터 경운기 소리가 요란합니다. 면소재지에 가면 모르나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이미 오래입니다. 다행히 이 마을에는 아시아 이민 여성의 4살짜리 아이가 있어 마을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읍내에 가도 이민 여성들과 그 아이들을 보는 건 흔합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하지 말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70대의 노인들이 일 하는 건 보통입니다.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꼬부랑 할머니가 많습니다. 연세가 있으니 쉬어 가면서 손자ㆍ손녀 재롱을 보며 노후를 보내야 하건만 일을 두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게 농민들의 정서이기도 합니다. 도시의 70대 노인들은 어지간하면 허리가 꼿꼿한 분들이 많지만 농촌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와 연배가 비슷한 농민한 분도 얼마나 일을 했는지 허리가 굽어 버렸습니다. 먹고 살아야하기에 해만 뜨면 일만 해 온 탓에 자기 몸 관리를 못한 것이죠.



농사라는 게 시기가 있어 때에 맞추어 해야 하기에 더욱 정신이 없습니다. 지난 겨울 심한 냉해 탓인지 예년에 비해 양파 크기가 작더군요.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쌀 농사 말고는 유일한 수입원인데 걱정이 많습니다. 자두나 사과 농사를 짓는 분들도 있습니다. 산자락 밭에는 옥수수도 심고, 골밀도를 높이고 뼈를 아물게 하는 홍화(이꽃)를 심어 놓았습니다. 홍화 잎을 달여 마시면 혈액 순환에 좋지만 대부분 농약을 치다보니 자칫하면 농약성분이 몸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설프기 그지없는 반거충이 일꾼이 일을 제대로 할리 만무하죠. 그렇지만 한 손이 아쉬운 철이다 보니 몇 군데 불려 다닙니다. 7월에 자두를 딸 때는 지금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바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양파를 도둑질 해가는 파렴치한 놈들 때문에 온 동네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땅도 넓고 형편이 되어 창고에 넣어 놓으면 도둑 걱정도 없고, 늦게 팔면 값도 좀 더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이 고생만 하는 게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