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도 없이 달려든 자전거 수리 후유증
자전거가 뒷바퀴가 펑크난지 한참 되었습니다. 집에는 무사히 왔으니 천만다행이지요. 제가 있는 동네는 요즘 양파를 캐느라 정신이 없어 트럭에 실고 읍내까지 가자는 부탁을 할 수 없습니다. 고민 끝에 읍내 자전거점에 가서 튜브를 사왔습니다. 탄지도 오래된 것 같아 이 기회에 교체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도전을 해 보기로 작정했습니다. 교체는 성공했는데 베어링이 2개나 흘러버리고, 바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더군요. 첫 도전이 무참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매주 주말 농장을 하러 오는 후배가 있어 오랜만에 장거리 주파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승합차에 실고 대구로 갔습니다. 전국 일주를 했는데 장거리 주행을 하며 체력 점검도 해보자는 호기심이 발동하고 말았습니다. 마침 월요일 임시 치아로 덮어 놓은 걸 보철 치료를 해야 되니 이 때다 싶더군요. 흘러 버린 베어링만 집어넣으면 될 줄 알았는데 바퀴 축의 나사가 마모되어 버려 어쩔 수 없이 바퀴 휠을 통체로 교체하고 말았습니다.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무작정 해보자고 연장도 없이 달려들었던 게 실수였습니다. ‘솜씨없는 목수가 연장 탓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수리하려면 연장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어설프게 달려들다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한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안전모를 챙겨오는 걸 잊어 버렸습니다. 누구보다 안전에 신경을 쓰는 인간이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서두르면 흘린다는 게 증명된 셈이죠. 다행히 다른 건 빠짐없이 미리 가방에 집어 놓았습니다.
자전거 주행의 불청객인 바람이 반겨준 장거리 주행
월요일 아침 집을 나서 치과에서 전임 장관님(?)으로 부터 치료를 받았습니다. 작년 시월에 자전거 전국 일주 중에 한 엉성하게 생돈만 날린 치석제거가 마음에 걸렸는데 ‘오늘 치석제거(스켈링)을 하는 게 좋다’기에 그냥 받았습니다. 워낙 둔한 남자라 끝날 때 까지 엔지(NG)를 한 번도 내지 않았더니 직원들이 놀라더군요.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요란한 소리가 진동하니 걱정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어차피 하는 치료 빨리 끝내자’는 생각에 그냥 참고 넘어갔습니다.
밀린 일을 좀 보고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사 주시는 국수를 먹고 한 더위를 피해 자전거점으로 가서 65킬로미터가 되는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대구 외곽인 태전교에서 출발을 하는지라 한 더위를 피해 막히지 않고 잘 달렸습니다. 그런데 칠곡을 지나 동명에 들어서는데 자전거 주행의 최대 불청객인 바람이 온 몸으로 반겨 페달을 밟아도 제대로 나가지 않더군요.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원망스럽더군요.
천평 삼거리에서 잠시 쉬면서 ‘군위 읍내로 가는 게 좋은지 장천 쪽으로 가는 게 좋은 지’ 토박이인 후배에게 물었더니 ‘장천으로 오는 게 더 빠르다’고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천에서 군위 소보면으로 가는데 가파른 재가 떡 버티고 있더군요. 내가 분명히 ‘자전거로 가는 중’이라고 밝혔건만 차로 사는 사람이 깜박잊어 버린 거죠. 기어 변속을 해 가며 얼마나 밟았는지 모릅니다. 낯선 길언데 해는 어두워지니 걱정이 앞서더군요.
허기진 배부터 채우러 식당으로 직행
차로 가는 길을 자전거가 따라 가려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지요. 겨우 면소재지에 들어서자 식당부터 찾아 허기진 배부터 채웠습니다. ‘문 닫을 때 되었다’는 주인의 말에 ‘밥 좀 달라’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날이 밝으면 길 안내를 잘 해 준 후배를 찾아가 한판 하려고 합니다. 워낙 안내를 잘 해 주는 바람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원망스럽기 그지없지요. 덕분에 운동 제대로 했으니 고맙기도 하죠. 장거리 주행으로 근육이 뭉치지는 않을지 걱정을 했으나 괜찮아 산골토굴을 향해 달렸습니다.
언덕 길 2개를 넘어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마침내 집에 도착해 시원한 물을 몇 바가지 덮어쓰고 꿈나라로 갑니다. 오랜만에 하는 장거리 주행이긴 하나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 큰 무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평소의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초행 길을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고 달린 무식함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평소 가는 길로 가는 게 안전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몇 일 후에 완전히 고정시키러 가야 됩니다. 이번에는 어디까지 자전거로 가야할지 고민입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시내버스 종점인 동명에 가서 자전거를 세워 놓고 버스로 갈아타고 가면 좋은데 불청객인 바람이 방해는 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산골에서 지내보니 어지간한 치료는 인근 도시로 가야 하니 수입이 적은 농민들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닙니다. 기반 시설은 없이 ‘귀농을 권장’만 하니 누가 농사지으러 갈지 의문입니다. 이렇게 엉성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게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