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에 저항한 뛰어난 활동가 서경석
서경석 목사는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은 실질적으로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지금의 시민운동 문을 연 당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넓은 오지랖에 ‘일 벌이는 것 하나는 끝내 준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일을 벌이고 추진하는 것은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말을 기독청년운동을 함께 했던 지인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지금은 맛이 가 쳐다보기도 싫지만 왕성한 활동만은 탁월하다. 함께 하지 않고 자기 의도대로 하려는 우격다짐도 끝내 준다.
서경석 목사는 1974년 박정희 유신독재에 저항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약칭 민청)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다. 민청학련 사건에 기독교청년학생들이 많이 연루되어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들 상당 수가 이 사건의 주모자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 180명은 비상군법회의에서 인혁당계 23명 중 8명이 사형을, 민청학련 주모자급은 무기징역을, 그리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최고 징역 20년에서 집행유예까지를 각각 선고받았다.
1975년 2월 15일 대통령특별조치에 의하여 대부분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민청학련 사건은 2009년 재심을 통해 무죄로 판결이 났다. 서경석이 이 사건에 연루될 정도로 뛰어난 학생운동의 활동가였다. ‘몸이 튼튼해야 변혁운동을 한다’며 이들은 합숙을 하면서 일과표에 따라 운동도 하는 등 치열하게 청춘을 불살랐다. 20대의 대학생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던졌으니 정말 헌신적이었다. 사형선고를 받고도 ‘영광입니다’라고 한 사람도 있었으니까.
목회를 접고 정치판에 뛰어든 서경석
그 들 대부분은 재야에서 활동하다 평민당에 입당하면서 기성 정당으로 들어가 민중운동 진영에서 활동하는 후배들로부터 비판도 많아 받았다. 출옥 후 유학 길에 나섰던 서경석은 유니온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목사안수를 받았다. 귀국 후 1987년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으로 부임을 했다. “민청학련의 활동가 서경석 선배가 왔다”며 젊은 연구원들은 박수를 치고 좋아했다. 그런 인물이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자 연구원들이 ‘같이 일 못한다’며 들고 일어나 사임을 했다.
그 후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경실련을 만들었다. 경실련은 환경연합처럼 특정 문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정치ㆍ경제 사회문제 등 건드리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였다. 이른바 백화점식 운동이었다. 그 때 ‘뭔가 냄새가 난다’는 낌새가 들었다. 서경석이 대구에 왔을 때 술자리에서 선배 한 분이 ‘자네 속셈이 뭐냐’고 진지하게 물었더니 ‘차기 대권입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뻔한 역량을 갖고 온갖 문제를 건드린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다.
경실련을 떠나 1995년 꼬마 민주당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한 서경석은 “이 잔을 피하고 싶지만 십자가를 지겠다”며 눈물을 흘리며 설교해 “연기 하나는 끝내준다”는 조소를 받았다. 정치판이 그리 녹록치 않은데 한 술에 국회의원 자리가 굴러 떨어질리 만무하다. 낙선하자 몸이 근지러운 서경석은 계속 정치판에 남지 않고 ‘목회는 그만둔다’고 한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조선족교회를 개척한다. 특유의 오지랖으로 ‘모국에 돈 벌러 온 동포’들의 대부처럼 활동을 시작했다.
기독교판 뉴라이트의 선봉장인 서경석
그 때부터 서경석은 본격적인 우경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진홍 목사와 비슷한 경로를 밟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김대중 정권의 정책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노무현 정부 때도 시도 때도 없이 나섰다.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 때는 선봉에서 나이든 목사들을 모아 반대에 나섰다. 말썽 많았던 다단계 제이유 주수도 회장의 최측근인 한의상 씨와 친분이 있는 그는 4억 6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많은 목사들이 탄원서를 쓸 정도였으니 마당발이다. 자신이 상임대표로 있는 ‘나눔과 기쁨’과 관련이 있는 걸로 알려졌다. 서경석은 2,005년 JU 주수도 회장이 찾아와서 세금이 너무 많다고 호소하자 당시 서울 국세청장을 만난 사실이 확인된바 있다. 한편 서 목사는 최근 ＭＢＣ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제이유의 억울함을 대변하기 위해 ‘서울국세청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민들의 피를 빠는 불법 다단계 회사 세금 문제에 개입했으니 다른 말이 필요할까?
우경화의 길로 들어선 서경석 목사는 수구골통들의 놀이터인 한기총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인다. 기독교판 뉴라이트인 ‘기독교사회책임’을 만들었고, 인권위원장을 지내고 지금은 재개발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용산참사를 비난했던 그가 ‘뉴타운 개발을 하면 교회가 망한다’고 난리를 친다. 광우병 반대 촛불 집회 때 ‘촛불집회 반대’로 난리치던 사람이 ‘재개발로 교회가 사라진다’며 거리에 드러누우며 떼를 쓴다. 철거민의 죽음에 막말을 하던 사람이 ‘철거반대’를 외치니 어이상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