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PD수첩 폭로 ‘박기준 검사 사표’ 받으려다 물러선 법무부

 

‘중징계감 아냐’ 조사 전 의원면직에 무게

논란일자 ‘국민감정 해석 문제…신중 검토’


“국민감정은 지금 당장 옷을 벗기자는 것 아닌가?” “국민들은 사표 수리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원할 것이다.”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검사 향응 리스트 파문으로 사의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오전. 제47회 ‘법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 근처에서 검찰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법무부 고위 간부와 기자들 사이에 ‘국민감정’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유는 검사의 ‘의원면직’과 ‘해임’이 가지는 현실적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 간부는 “문화방송 피디(PD)수첩과 언론보도 등을 볼 때 박 검사장이 접대를 받았다는 시기는 2003~2004년이 마지막”이라며 “징계 시효 등을 따져볼 때 지난해였다면 모를까 당장 중징계 사안이 없는데 사표를 수리하지 않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도 되기 전에 중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정씨가 제기한 접대 의혹의 일부는 박 검사장을 징검다리로 한 경우가 많다. 그런 박 검사장이 옷부터 벗는다면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사직과 징계는 연금 등 돈 문제에서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검사의 징계는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나뉘는데, 가장 무거운 징계인 해임 처분을 받으면 3년간 변호사 개업이 금지되고 퇴직금의 25%를 깎이게 된다. 이 때문에 비위 의혹이 제기된 검사 등이 징계 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서둘러 사표부터 내고 ‘의원면직’되는 경우가 있었다. 검사가 문제가 되어 파면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그러나 2005년 신설된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대통령 훈령)’을 보면 검찰 등의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때에는 의원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향응 리스트를 공개한 정아무개(51)씨는 지난 2월 부산지검에 검사 향응 접대와 관련한 진정서를 냈고, 이 사건은 현재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된 자의 사표만 수리하고 정리한다는 것은 법 이전에 상식 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 간부는 잠시 뒤 “국민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인데, 앞서 한 발언은 개인적인 의견이었을 뿐”이라며 “정식으로 사표가 접수되면 관련 법령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정도로 검사와 법무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공무원들의 경우 10여 만원 이상을 받으면 해임되거나 파면되는 것과 너무 차이난다. (한겨레신문 인용)